영화 [남자사용설명서] 리뷰🎬 (Feat. 숨은 진주같은 한국 로코 영화)

in hive-196917 •  5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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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메디’. 옥스포드 영어사전의 정의를 빌리자면, '젊은 연인들의 미숙함이나 오해 등을 주제로 한, 가볍고 밝은 분위기의 희극'이다. 적당한 판타지로, 적당히 밝고, 적당히 재밌고, 적당히 감동적이고, 적당히 훈훈한 것이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이다.

하지만 여기, 숨기지 않는 키치함(kisch)을 앞세워 그 ‘적당히’의 틀을 깬 한국 로코 영화의 숨겨진 수작이 있다.

바로 영화 ‘남자사용설명서’ 이다.




《 줄거리 》


CF 조감독 일을 하며 매일 같이 찌든 일상을 보내고, 연애를 해 본지 너무 오래된 최보나(이시영). 매일같은 야근과 일에 치여 꾸밀 시간도 없고 외모도 가꾸지 못 하다보니, 주변 남자들에겐 항상 무시만 당해왔다.

그러다 어느날, 그녀는 우연한 계기로 허름한 비디오 노점상에 다다랐고 ‘남자사용설명서’라는 비디오를 구매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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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언가에 이끌리듯 거금을 들여 비디오를 구매하고 반신반의하며 보게 된다. 다음 날, 위기의 순간(?)에 비디오에서 배운 걸 남자에게 써 먹어보니...

어라라?? 이게 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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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보나(이시영)는 자신의 실수로 회사에서 짤리게 생겼고, 짤리지 않기 위해서는 '대스타' 이승재(오정세)를 재섭외해야만 했다.

그녀는 비디오 속의 '남자사용설명서'를 따르며 이승재(오정세)에게 접근을 시도하고, 그렇게 최보나(이시영)와 이승재(오정세) 인생의 본격적인 로맨스와 코메디가 시작된다.




《따를 것은 따르고, 비틀 곳은 비틀고》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의 장르는 로맨틱 코메디이다. 따라서 취중동침, 삼각관계, 우연한 스킨쉽, 훈훈한 해피엔딩 등 로코의 스토리 클리셰를 어느정도 답습하긴 했다. 하지만, 필요한 부분은 따르면서도 설정상의 몇몇 클리셰는 과감하게 비틀며, 관객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위해 노력하였다.

우선 가장 대표적인 로맨틱 코메디의 클리셰는 바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다.

로코 속의 남자주인공은 언제나 훤칠한 외모에 높은 신분(재력), 완벽에 가깝다. 하지만 이 영화의 남자주인공 ‘오정세’는 훤칠한 외모와는 거리가 멀다. 영화 속의 성격도, 대스타이긴 하지만 어딘가 모자르고, 소심하며, 찌질했던 과거까지 회상씬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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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상대역의 다리가 이상하게 길다며, 투정부리는 남주인공>


또한, 로코 속의 여자주인공은 기본적으로 수동적이고, 가녀리고, 어리숙한 느낌으로 설정한다. 하지만 '남자사용설명서'의 여자주인공은 주체적이고, 따질 때는 따지며, 소신있는 여자로 나온다. 가녀린 느낌도 없다.(프로복서 이시영...)

개인적으로 로맨틱코미디 장르에서 가장 싫어하는, 별거 아닌 오해에서 파생되는 고구마 100개를 먹은 듯한 답답한 전개, 그리고 옛애인과 같은 진부한 연적(戀敵)도 등장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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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 없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여주인공>



이렇게 기존의 설정이나 역할의 클리셰들을 비틀고 피하다보니, 영화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설정들은 영화속에 녹아들어 진정한 폭소를 자아내는 조미료가 되어주었다.




《B와 A-(A마이너) 사이의 절묘한 키치함》


‘키치하다(kisch)’의 뜻은 본래 값싸고 상업적인 예술품이나 저속한 모조품 등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의미는 패션, 영화, 가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며, 그 뜻마저도 광범위하고 모호해졌다. 그리고 단어 자체가 갖는 이미지도 격상되었다.

그래서 ‘키치하다(kisch)’의 뜻을 ‘좋은 의미’의 촌스러움, 가벼움, 요상함, B급감성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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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함이 느껴지는 초반 인트로 부분>

‘남자사용설명서’는 영화 자체의 키치함을 숨기지 않는다. 내용도, 영상도, CG도 모두 대놓고 키치하다. 그렇다고 B급 감성의 영화라고 말하기엔 미안하다. B급과 A- 급의 경계선을 아슬하게 줄타기하는 느낌이 강하다.

이 영화는 저속한 B급감성이나 진부한 해피엔딩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는다. B급으로 떨어지지 않는 선을 지키고, 영화 뒤로 갈수록 우리에게 현실적인 질문들마저 던지기도 한다. 이것이 ‘남자사용설명서’를 B급감성의 영화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이다.

내가 남자였다면, 이런 취급대신 능력있다는 소릴 들었겠지?

물론 숨기지 않는 키치함 때문에 ‘로맨스’보다는 ‘코메디’ 쪽이 더 강하다. 점잖은 로맨틱 코메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조금 과할 수 있다. 그래서 호불호도 갈리는 편이다. 하지만 신선한 시도와 재미난 스토리로 우리나라에 손꼽힐만한 로코 영화임은 분명하다.




《영화를 망친 포스터》


영화 ‘남자사용설명서’는 2013년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때 연인들을 타게팅하며 개봉한 영화이다.

하지만 전국 관객 50만명. 흥행 대참패로 손익분기점마저도 넘지 못 했다. 물론, 같은 시기에 [신세계 / 베를린 / 7번방의 선물]과 같은 대한민국 영화계의 대작들과 같이 개봉을 했으니 개봉 당시의 흥행참패는 납득이 된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간판을 내리고도, 숨겨진 보석같은 이 영화가 주목받지 못 한 이유는 ‘대표 포스터’의 탓이 가장 크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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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남자사용설명서’의 대표 포스터이다. 분명 포스터 작가는 '키치함'이나 'B급 감성'을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포스터는 그저 야릇한 내용들만 담겨있을 법한, 3류 저질 코메디 영화의 포스터 같다.

이시영의 사랑스러움이나 혹은 반대로 당당한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내세웠다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포스터 제작 예산이 모자랐나...;;)


'남자사용설명서'는 2013년 제작 영화로, 10년이 넘었으니 조금은 변한 사회상(相)들이 보이긴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간이 남을 때 킬링타임용으로 볼만한 영화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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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남자로서 말하지만

이 영화에서 나오는
다양한 남자 사용 설명서들,
90%는 맞는 것 같다.ㅋ




《 별점 및 한줄평 》


별점 : ★★★☆

B와 A의 경계선, 그 어딘가쯤에 있는

재기발랄, 귀여운 영화

포스터만 잘 만들었어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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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세'가 멋있어 보였...
(진...진짜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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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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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세 멋져!! 인정... (진... 진짜임...ㅋ)

오정세는 보기만 해도 웃기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