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지금 하려는 이야기도 설마 자네가 그 친구를 돕겠다는 생각에 아자젤과 합심하여 엉뚱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그친구를 비참함과 절망의 수렁으로 밀어 넣는 내용인 건가?"
- 아자젤, 아이작 아시모프, 196쪽
맞아, 나 이런 이야기 참 좋아해.
사람들은 누구나 사소하고도 심각한 문제를 하나쯤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2cm짜리 작은 안가 '아자젤'을 소환해 소원을 빌면,
사건은 잘 친척되는 것 같다가도 미처 예상치 못한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야 만다.
역시 주어진 인생 운수의 총량은 동일한 법!
각 사건들과 이를 심각하게 여기는 상황, 그리고 그저 술리나 밥을 얻어먹기 위해 악마의 도움을 구하는 전개가 귀엽기만 하다.
초반부 에피소드 두세개를 읽으면서, 화자 조지가 2cm짜리 악마 아자젤에게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흠뻑 빠지도록 해달라고 부탁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는 몇 가지 에피소드 중 인상적인 것들.
[조지가 말했다]
2센티미터짜리 악마 : 보잘 것 없는 농구선수 런더를 좋아하는 주니퍼 펜을 위해, 런더가 농구를 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공을 던지기만 하면 골대로 쏙쏙, 그것이 상대팀 골대든 우리팀 골대든. 결국 런더는 농구 선수를 관두고 학문에 빠져들어 물리학 교수가 되었다나. 추락한 자기 우상 런더와 함께 사는 주니퍼 펜은 그럼에도 불평 한 번 안 했다 한다.
단 한 번의 노래 : 좋아하는 여자한테 차인 모텐슨은 마지막으로 그녀를 위해 완벽한 목소리를 선물해달라고 한다. 동네 교회에서 칸타타를 부르기로 한, 단 3시간 동안만. 마침내 천상의 노래를 부른 여자는 다시는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더이상 노래를 부르지 못했다. 청중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텐슨을 포함하여.
인류 구하기 : 조지의 친구 메넨더 블록은 심각한 망상에 빠져있는데, 예를 들면 자신이 버스를 타고 바타비아 외곽을 지났을 뿐인데 그날 그 지역에서 열린 모의실험이 실패했다는 소식을 다음날 신문 기사로 알게 되는 식이다. 메넨더 블록은 조지에게 이 저주를 풀어줌과 동시에 인류를 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한다. 아자젤의 도움을 받은 그녀는 저주가 풀렸음을 깨닫는다. 딱 하나, 자기 주변의 모든 컴퓨터가 망가지는 것만 빼고.
글 쓸 시간 : 성질이 급한 작가 모르데카이는 시간을 허비하게 하는 모든 상황에 화가 난다. 아아젤이 몰래 확률의 법칙에 간섭해 그에게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힘을 쓴다. 글 쓸 시간을 확보했으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그는 생각할 시간이 사라져 더이상 글을 쓰지 못하게 되었다.
내게도 분명 사소하고도 심각한 문제가 있을 텐데, 그걸 어떻게 부탁해야 탈이 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