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날, 발리 '녜피Nyepi데이'의 정신을 담아

in hive-196917 •  3 years ago 

저승세계를 관장하며 '지옥의 왕'이라 불리는 야마(Yama) 왕은 매년 한 해가 끝나는 날 지옥의 악마들을 모두 세상으로 쓸어낸다.

사람들은 세상에 풀려난 악마들이 자신들의 생활에 끼어들지 않고 지옥으로 다시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정성껏 의식을 치러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각종 음식과 과일, 공물을 바쳐 밤새 악마들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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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last day of the year includes processions of Bhuta (demons, above), followed by Nyepi, the festival of silence.(출처 : 인도네시아 관광청)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밝으면 사람들은 쥐죽은 듯 '침묵'으로 하루를 보낸다. 더이상 이곳에 사람이 없다고 믿게끔 하기 위함이다.

사람들의 침묵은 다음 네 가지를 따르는 것이다.

  1. 전기나 불을 사용하지 않는다.
  2. 일이나 생업을 하지 않는다.
  3. 집 밖으로는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
  4. 오락과 유흥을 하지 않고 금식, 금욕한다.

지옥에서 나와 새로 머물 곳을 찾던 악마들은 갑자기 조용해진 마을을 보고 이곳 사람들이 모두 떠난 것으로 생각해 다른 곳으로 간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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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quiet scene in Sanur. (출처 : 인도네시아 관광청)

인도네시아 발리의 '녜피데이'에 대한 설이다.

'침묵의 날'이라고 불리는 '녜피데이'는 묵은해를 보내고 자기반성을 하는 의식의 일환으로, 발리 힌두력 새해를 일컫는다. 주로 양력 3월 중 어느 날이다.

실제 발리에서는 전기, 조명, 인터넷이 끊기고 심지어 국제공항조차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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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linese Gate. (출처 : 인도네시아 관광청)

냉장고가 가동되지 않으므로 상하기 쉬운 음식은 미리 먹어치워야 한다.

인터넷이 안 되므로 심심하다고 휴대폰을 꺼내도 소용 없다.

도시 전체에 불빛이 없으므로 별이 환하게 보인다. 인간과 하늘이 가장 가까워지는 날이다.

별 수 없이, 이날 사람들은 가족을 마주하거나 오롯이 자신을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자기 반성을 하기도 한다.

녜피데이 다음 날, '불을 새롭게 지피듯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는 뜻의 '응엠박 그니'에는 가족과 친구들은 서로 용서를 구하고 의식을 치른다. 정화된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것이다.

오늘 4월 22일 지구의날,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한 날로 몇 해 전부터는 오후 8시부터 10분간 소등 퍼포먼스도 한다.

경각심을 높이기 위함이라지만 과연, 물질문명에 찌들고 오염된 지구를 정화하기 위해 불을 끄는 행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간의 자기 반성과 성찰이 수반되어야 하며, '녜피데이'와 같은 의식은 비단 발리에서만 유효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지구와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전 세계가 나름의 방식으로 녜피데이를 갖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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