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서 여행기(페스트)

in kr-book •  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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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공포스러운 질병이었던 '페스트' 앞에 인간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여기서 페스트라는 재앙은 독자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으며, 그 점이 이 책을 더욱 빛나게 한다.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거대한 장애물?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거대한 목표?
어떤 해석이라도 좋다. 나는 모든 사람이 하나 이상의 '페스트'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그 '페스트'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이 어떻게 대처하고 있냐는 것이다. 비록 소설이지만 알베르 카뮈는 인간내면에 대한 탁월한 관찰을 통해서 우리가 삶에서 페스트를 만났을 때 보이는 모습을 적나라게 그렸다. 우리는 소설 속에 인물들을 통해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베르나르 리외: 페스트에 대한 징후(쥐가 때죽음을 당한 사건)를 먼저 발견하고, 당국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건의하는 인물.
카스텔: 리와와 마찬가지로 페스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인물.
리샤르: 초기에 상황을 낙관적으로 판단하고, 자신에게는 그럴 권한이 없다며 페스트에 안일하게 대응하는 인물.
지사: 리샤르와 마찬가지로 책임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인물.

나는 어느 쪽인가? 페스트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도시인구 절반이 죽을지도 모를 이 질병에 엄중한 조치를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던 리외와 카스텔인가? 아니면 페스트가 확실해야 엄중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말한 리샤르와 지사인가?

냉정하게 나는 리샤르와 지사에 가까운거 같다. 카뮈가 말한 인간의 내면은 보면 나는 더욱 리샤르와 지사에 가깝다.
카뮈는 재앙은 귀천을 불문하고 모두가 동일하게 겪지만, 막상 우리의 머리 위에 떨어지면 우리는 그것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도 재앙 앞에 인간은 속수무책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안과 믿음 사이를 엉거주춤한다고 말했다.
또한 재앙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 믿는가 하면 그것이 어리석음을 알고도 믿고 싶게 된다. 카뮈는 이를 어리석은 것은 악착같은 것이다라고 표현했다...
재앙은 인간의 척도로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다수의 사람들은 비현실적이고 악몽에 불과하다고 여긴다.
카뮈는 사람들은 자신이 자유롭다고 여기지만, 사실 재앙이 존재하는 한 그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카뮈의 놀라운 관찰력에 나는 해부된 개구리의 심정을 간접적으로 느꼈다.

페스트 1부에서 카뮈는 당신이 가지고 있는 페스트는 무엇이며, 당신은 소설 속에 인물 중에 누구인지 묻고 있다. 당신은 누구인가?

소설은 오랑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과연 이 오랑이라는 도시는 이 재앙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그리고 흥미로운 인물인 그랑(서기)과 코타르(자살미수범)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던져줄 것인가.
내 추측은 그랑이라는 인물이 개인적으로 책을 쓴다는 점을 볼 때 이 소설의 서술자의 정체이며, 이 도시에 정착한 코타르는 페스트를 퍼트린 보균자이자 카뮈의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인 뫼르소를 투영시킨 인물로 보인다.

<계속>

  • "페스트"에서 일부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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