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은 처음에는 일정에 쫓기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되기도 하지만, 나중에는 “어차피 밤에 하는데 뭐 하러 낮에 열심히 해” 하는 생각에 잡힌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으로 개인 조직 모두 피해야 할 것이다. 시간 낭비만큼 무의미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일의 량을 계산해서 시간 분배(타임 슬라이싱)을 잘 해서 야근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찾는 것이 좋다. 엄청난 압박의 업무가 밀려오더라고 하루 8시간 모두 타이트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한 4시간만 집중하면 모든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오전에 두 시간, 오후에 두 시간 딱 이렇게 집중하면 대부분 일이 처리되도록 노력한다. 이는 개발자 개개인의 노력도 필요한 일이지만, 관리자가 일이 그렇게 처리 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지식 노동의 경우 하루 1시간 이틀 동안 일하는 것과, 하루에 두 시간을 몰아서 일하는 것과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인지는 업무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연속적인 2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경우에, 이를 이틀에 걸쳐 진행했을 때 소요되는 시간은 2시간이 아니고 3시간에 가까울 것이다.
어떤 업무를 진행시키는 과정을 살펴보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그 업무는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이다. 무엇을 하라고 했는지, 무엇을 알아야 이 업무를 할 수 있는 것인지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야 말로 업무를 성공시키는 키 포인트임에 분명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업무파악이 안되어서 오버타임을 해야 한다면 그것은 해야 한다. 완전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정기간의 긴 집중을 필요로 한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낮 시간에 이런 긴 연속적인 시간을 얻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낮에 연속적인 시간을 얻을 수 없다면 야근이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업무를 파악하는 과정은 완전히 숲을 만드는 과정이며, 이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모든 일이 진행되지 못한다. 따라서 일정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오버타임을 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Flexible 시간제를 운영한다면, 16시간을 Full time으로 일하고 다음 날 쉬는 것도 고려해 봄 직하다.
또 한가지 오버타임을 허용할 수 있는 경우는 업무 종료 시점 전 1주일 정도. 늘 이야기하는 막판 스퍼트. 이것도 매일 하는 것은 좋지 않으며 이 경우에라도 최대한 피할 수 있도록 시간 분배를 잘 해야 하겠다. 관리자가 알아야 할 것은 이 기간 내에 개발자 1명이 어떤 문제를 잡고 있는 경우, 두 명, 세 명을 더 투입한다고 해서 일정이 휙휙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두 명, 세 명이 더 투입된 경우 어떤 과정을 겪어야 할까? 우선 먼저 문제를 잡고 있는 개발자가 나머지 개발자에게 문제에 대한 정의, 현재 진행 상황, 타겟 등을 잘 설명해야 한다. 이렇게 되는 경우는 베스트이다. 하지만 애처롭게도 문제를 잡고 있는 개발자는 문제가 뭔지 잘 모른다. 경력 1년 미만의 개발자가 문제를 잡고 있던 사람이라면 이는 100프로 관리자 잘못이다. 애처로운 경력 1년 미만 개발자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명확하게 나머지 두 명의 개발자에게 알려주고 물러나게 하자. 현실에서 이런 경우를 보면 진짜 애처롭다. 어찌 되었든 이런 상황에서도 문제를 정의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관리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미 어느 정도 누군가가 진행하던 일인데 왜 다시 정의하는 미친 시간 낭비를 하느냐고 물어볼 것이다. 만일 제대로 된 개발자로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약간의 눈속임을 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처음으로 돌아가서 정의를 다시 하면 된다. 그렇지 않은 개발자라면 그냥 하는 척 하면서 엉뚱한 원인을 끌어내면 된다. 두 가지 모두 문서상으로 문제는 해결된다. 어떤 것을 선택하는 가는 능력이 아니라 문화에 달려있다.
어떤 경우 정작 야근을 하는 이유는 유교적 정서에 따른 미안함이다. 동양적인 전체주의에서는 남이 어려움을 같이 겪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부분은 팀웍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자발적이어야 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남아 있어야지, 관련도 관심도 없는 사람들은 있을 필요가 없다.
이 상황에서 누군가가 상사에게 “퇴근해야겠습니다” 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을 때 거부감을 느낀다거나 불안함을 느끼는가? 그리고 스스로 “퇴근해야겠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는가? 그냥 가는 옆 사람에 대해 뻔뻔함을 느끼는가? 야근은 술자리와 같이 남아서 같이 죽도록 퍼 마셔야 하는 건가?
오버타임이 때로는 보험이 된다.
조직적 관점에서 본다면 “우린 밤까지 새고 정말 최선을 다 한 것이야”라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CEO는 스마트 워킹을 이야기하지만, 중간 관리자는 스마트 워킹하는 사람의 평가를 떨어뜨린다. 이 이야기는 “대한민국 개발자 희망보고서”와 “훌륭한 프로그래머의 딜레마”에서 볼 수 있드시 정확한 현실을 대변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린 스마트하게 일했어”라고 이야기하는 바보 조직이 있을까?
프로젝트가 난황을 겪는다 사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인 곳에서 난황을 겪는 것은 매번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조직의 리더들은 이 때쯤이면 가두고 잠 안 재우기 신공을 발휘한다 가둔다 쫀다 집에 못 가게 한다. 이 삼대 만능 전략이 프로젝트를 그들의 의미에서 성공적으로 마치는 방법이다. 이제는 더 이상 이 방법에 대해 의구심 조차 갖지 않는다.
실패한 경우나 문제가 터진 경우 위에서는 아래 사람들에게 묻는다. "뭐가 문제야 누가 할 수 있어 어떻게 해야해" 가 아니라, "지금까지 뭐했어 잠이나 퍼 자고 이 바보 같은 것.” 밤을 새든 안 새든 이러한 욕은 꼭 듣는다 하지만, 당신은 이 말을 듣더라도 상사가 더 막 대하지 못하게 하려고 밤을 세는가? “난 밤까지 샜어, 씨바, 머리 못 감고 눈 빨간거 안보여?”
이는 심지어 “파블로프 효과”를 이끌어낸다. 대개 처음 모여서 같이 일하는 것은 잘 된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그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내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된다. “모였다. 해결되었다. 또 모으자”. 관리자의 파블로프 효과가 탄생한다. 스마트 워킹과는 전혀 다르다. 하지만 이 방법을 대신할 무언가를 찾기 전까지는 오로지 앞만 보고 “모은다”.
오버타임이 인사 평가 기준이기도 하다. 어떤 관리자는 직접 이런 이야기를 한다. “당신들 누가 일 많이 하고 누가 일 적게 했는지 어떻게 평가해? 야근 많이 하고 특근 많이 한 사람이 당연히 일을 많이 한 것이지 않나?” 맞는 말 같다. 그런데 관리자는 오버타임이 많은 사람들의 일을 줄여줄 노력은 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외국 회사의 경우 오버타임을 하는 사람은 무능력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오죽 못났으면 정해진 시간에 일을 다 못 끝내느냐는 것이다. 과업이 명확한 경우 타당한 말이다. 하지만 과업이 불명확하며 관리자가 새벽에 전화 거는 것이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생각되어 지는 현실에서 오버타임은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과거의 짐을 그대로 지고 가는 것일 뿐이다.
무척이나 공감되는 글입니다. 특히 하루 4시간만 집중하면 모든일이 가능하다고 하시는 부분에서는 그야말로 100% 공감합니다. 물론, 일에따라 이 시간은 달라지겠지만 개발분야에 있어서는 맞는 말씀인거 같습니다.
아일랜드에 있을때 운좋게 하루 딱 4시간 오전근무만 하고 점심시간 전에 퇴근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까지의 15년 개발경력을 통틀어 퍼포먼스가 가장 압도적이었던 때였습니다. 3달간 일했었는데 기간내내 거의 95% 정도의 집중도를 보였다 생각합니다. 성과도 충분히 만족스럽게 내보여 재계약 제의를 받았는데 사정상 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제가 보이는 저의 집중력에 저조차 만족도가 높아 행복도도 참 높았던거 같습니다.
야근은 진짜 어쩔수 없는게 누가봐도 확실한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대악이라 생각합니다. 좋은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본인이 간절히 원해서 하는 야근 조차도 결국에는 개인이 낼수 있는 퍼포먼스를 장기적으로 갉아먹는다는 생각입니다.
생각하게 하는 좋은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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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피터드러커님께서 지식사회의 도래와 지식근로자의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한지 수십년이 지났네요.
경영자가 지식노동자를 이해해야 하고, 지식노동자들도 경영을 공부해야 합니다.
그래야 소통이 되고 시너지가 발현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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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개발하는 공부하는 학생으로써 사실 집중해서 하루 4시간씩 한 달 정도 하면 끝낼 프로젝트인데..루즈하게 잠을 줄여가며 4시간을 8시간으로 늘려서 괜히 더 열심히 한 듯한 착각들을 할 때가 많았습니다.
항상 스마트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루즈하게 일 처리를 할 때가 생겨서 고민이었는데 다시 한 번 정신 줄을 잡게 됩니다.
감사합니다~ㅎㅎ
그리고 kdj님께서 조언해주셔서 다음 프로젝트에 자바 스크립트(dapp)를 사용해보려고 합니다ㅎㅎㅎ
앞으로도 많은 조언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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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집중하기란 여간 힘든일이 아닙니다.
2시간정도 워밍업을 하고 2시간 집중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잘 안되네요...
스팀잇도 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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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ㅎㅎ
스팀잇을 중간중간 확인하다보면 온전히 집중하기란 너무나 어렵습니다ㅠㅠㅠ
그래서 오늘부터는 정해진 시간에만 접속할까 합니다ㅠㅠㅠ
그리고 @kdj님 본문과는 관계 없지만 질문하나 드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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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 공감합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인식이 하루빨리 적용되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할텐데 ...
참 아쉽다는 생각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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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할 일을 정의하고 명확하게 한다면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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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 많이 한다고 능력좋은 것 아닌데
일 능률이 오히려 떨어지며 말씀하신대로
믿는 구석이 생기니 (야근때 하면 되는데...?)
실 업무 시간에 늘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눈치보느라 야근하는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일과시간안에 주어진 일 마치고 칼퇴근하는
사람이 능력자고 더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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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야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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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몹시 공감합니다.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풀것인가가 숙제 같습니다. 한국에서 하청을 받는 작은회사의경우 회사의 존폐가 자신의 갑 혹은 갑의 갑 회사까지 엮여있는 상황에서, 이 구조에서 탈출하기는 정말 쉽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사실 이 문제를 위에서부터 풀기위하여 노력하는것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 합니다. 법적 규제가 생기지 않는 한, 너무나도 오래걸릴것이기 때문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이 굴레를 조금 더 빠르게 스스로 탈출할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컴퓨터 한대만 있으면 노력 여하에 따라 먹고 살수가 있고, 거창한 코스를 수강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트레이닝 할수 있으며, 그로인해 결과적으로 자유롭게 더 좋은 환경을 찾아 이동할 수 있습니다. 기술과 지식은 무한에 가깝게 공유되고 있으며, 서로 경쟁하고 배척하기보다는 도와주고 끌어주는 개발직군의 특성은 개개인에게 큰 무기입니다.
인사평가를 잘 받아서 승진하고 연봉을 올리는것보다, 자기계발을 하고 이직을 하는것이 훨씬 빠른 연봉향상을 보장합니다. 한 회사에서 오래 버티는것보다 여러분야에 뛰어들어보는것이 시야를 넓히고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데 훨씬 유리합니다. 억매이지 않고, 적절하지 않은 자리는 과감하게 떠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으로 말하면, 개개인이 항상 떠날 준비가 되어 있어야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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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정말 생각이 많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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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야근을 해본적이 없습니다.. 한국내에 있지않은 중국의 중국회사라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야근문화자체가 없다는것에 충격먹었었습니다. 지인들의 한국 개발자 상황을 보니.. 야근이 필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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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하게 공감합니다. 팔로우 하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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