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 : 겸손

in kr-diary •  5 days ago 

연구자라는 직업 때문인 것일지 아니면 태생적 내 습성인 것인지 혼자 일하고 혼자 생각하는것을 즐겨 하는 나로써는 혼자만의 사고에 빠져 "존재"에 대한 특별한 사유에 종종 빠지곤 한다. 이러한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탐구는 요 며칠 아침 지하철 전쟁에서 나를 또 다시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철학자들과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빠지게 되는 존재의 사유의 가장 큰 시발점은, 어떻게 보면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한 존재가 아닌가라는 전제로부터 시작한다. 나 말고 다른이의 존재에 대해서 자각하고 있는데 나는 다른이들과는 달리 더 특별한 존재이기를 바라고 그 이유를 이런저런 것들로부터 찾는 과정 속에서 누군가는 적응하여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겨 생존하고 누군가는 다른 탈출구를 찾는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들의 존재이유, 존재 가치에 대해서 정당화를 한다. (생각해보면 나는 왜 혼자만 자각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것도 남의 책들을 읽으며, 내가 읽었던 그 책의 저자들 역시 그런 생각을 했었다라는 건데 그 말은 즉 나 역시 그들과 똑같거나 못하다는 것이 아닌가?)

꽉 차 있는 지하철 안에 계속 올라타는 사람들을 보며, 인산인해로 지하철이 급정거 할 때마다 요동치는 컨테이너 속 사람들 속에 부대끼며 나란 존재의 보잘것 없음에 대해 이런저런 사유들이 머릿속을 지나친다. 나도 이 물결의 일부가 된 순간, 나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나만 자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망망대해의 하나의 물방울과 같은 것이 아닐까?

힘든 고생 끝 도착한 훈련소에서는 저 많은 600명 중에 한 사람이라는 분대와 번호명을 호명 받고 난 뒤로부터는, 나 개인의 이름이 들어가고 번호로 모든것이 대체된다. 이름을 잃는 그 순간부터 나는 또 나 자신을 잃는다. 영상 교육 속에 등장하는 여러 수치들을 보며 저들도 나와 같은 사람이었고 나름의 생각을 가졌을 터인데, 번호로써, 또 이제는 수치로서 이렇게 남게 되는 구나... 몇백명 단위로 움직이는 단체 생활 속에서 나의 사고의 시계바늘은 또다시 멈춘다.

아무리 과학화가 되어 있고 나름 타이트하게 훈련을 짰다고 해도 훈련의 각 인터벌이 존재한다. 오랜만에 그 시간과 출퇴근 시간을 합쳐 이런저런 많은 책들을 읽었다. 세계사(말이 세계사지 로마부터 시작하는 종교 정치 역사 - 유튜버 간다효/효기심의 책을 읽었다)부터 시작해서 오후작가의 마약, 미신, 과학 책.. 그리고 다른 유명 작가들의 과학철학책과 신학책을 한권씩 읽다보니 이런저런 사색거리가 많이 생겼다. 책을 읽다 중간중간 스크린샷들을 찍어 놓았지만, 아마 시간이 지나면 또 그 감성을 잊머버리겠지?

학자라는 직업 때문인가 혼자 일하는 습성 때문인가 어느순간부터 내 우물만 바라보고 시야가 좁아져 조금 자만했던게 아닌가 싶다. 생각해보면 내가 출간한 일들도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들인지 의심이 들기도 하면서, 한동안 하지 않았던 다른 진로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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