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21대 총선결과에 부쳐 : 보수양당의 반동에 맞서 조직하고 투쟁하자

in kr-politics •  5 years ago 

21대 총선결과에 부쳐 : 보수양당의 반동에 맞서 조직하고 투쟁하자

21대 총선 결과는 보수 양당체제로 고착된 한국정치의 현실을 보여준다. 본진 정당과 위성정당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몇몇 군소정당과 무소속의 편재를 정리하자면 더불어민주당은 184석, 미래통합당은 110석의 의석을 차지했다. 앙숙처럼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실질적으로는 보수양당이 노동자/빈민/소수자에 대한 반동적 적대의 동맹체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결과다. 21대 국회의 300석 의석 중 294석을 반노동자세력이 장악한 것이다.

그런데 노동계 및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미뤄두었던 노동문제들을 속도감 있게 해결해 줄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러나 기대와는 별개로 민주당계가 노동현안을 조속히 해결하고 노동친화적 정책을 기획하고 전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보수양당은 선거이전부터 이미 코로나19 판데믹 상황과 이로 인해 고조되는 경제위기를 빙자해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했다. 보수양당은 공히 자본의 논리를 수용하여 최저임금, 노동시간, 노동환경 등 각종 노동사안을 후퇴시키고자 획책했다. 정권의 공약이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화는 구색조차 맞추지 못한 채 지지부진이 되었다. 전교조는 여전히 법외노조이며 고공에서 생명을 갉아가며 투쟁하고 있는 전 삼성 노동자 김용회는 여전히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아직도 표류하고 있고 최소한의 생존권마저 위협당하고 있는 빈민들은 코로나19의 와중에 아예 잊혀진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또한 보수양당은 노동자/빈민/소수자를 위한 유효한 공약조차 제시하지 않았고 오히려 반동적인 공약마저 제출하기도 했다. 선거가 닥치자 서울 강남서초지역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의 후보들은 자신들이 세운 정권이 진행하고 있는 부동산 안정화 정책을 배신하기까지 했다. 노동친화를 말하던 집권여당은 톨게이트 수납노동자들을 거리로 내팽패친 이강래를 자당의 지역구 후보로 올려놓았다. 후보자들 간에 소수자들의 자존을 무시하는 토론을 하는가 하면, 재난의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막말들을 내뱉는 후보조차 걸러내지 않았다.

그것도 모자라 보수양당은 일심동체가 되어 똑같이 비례용 위성정당을 창당했고 노동자/빈민/소수자들의 이해를 대변할 정치세력의 자리를 강탈했다. 여기 어디에 보수양당이 장악한 국회가 노동자/빈민/소수자들이 원하는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할 것이라 기대할 요인이 있는가? 노동친화적 사회 건설, 소득주도성장 등 노동의제는 상실될 것이며, 화석연료 저감, 탈원전 등 생태의제는 뒤로 밀릴 것이다.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등에게 절실한 차별금지법 제정은 요원해질 것이다. 빈곤, 실업, 산재 등 각종 사회문제는 또다시 실종될 것이다.

그러므로 압도적 승리에 도취된 자들과 절멸의 위기를 벗어나 안도하는 자들이 만든 국회에 대한 기대는 즉각 던져버려야 한다. 오히려 노동정치/진보정치는 21대 국회가 구성되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전에 전열을 가다듬고 우리의 요구를 국회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을 조성해야만 한다.

당장의 코로나19 및 경제위기 상황에서 긴절하게 요청되는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노동정치/진보정치를 고민하는 세력이 힘을 모아야한다. 적어도 감염병 관련 재난시기에 해고금지와 고용유지 및 실업급여 확대, 재난구호수당의 전면적 지급 등 시급한 사안에 대한 요구를 제시하자.

더 나가, 이제 이 사회의 핵심적 문제인 불평등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자. 우리는 민주화된 한국사회의 심연에서는 민주주의를 배격하는 계급적 불평등이 고착되어 있음을 지난해 ‘조국사태’를 통해 확인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위기 속에서 이러한 불평등은 확연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보수양당이 장악한 국회는 이 불평등구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21대 총선이 남긴 것은 이제 우리에게 더 이상 돌아갈 곳이 없다는 교훈임을 명심하자. 저들의 반동을 돌파하는 방법은 노동정치/진보정치 진영의 단결과 투쟁 뿐이다.

2020년 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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