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 : 사회적 기술이란 무엇인가?
로버트 라이트는 Non-Zero에서 '협업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특정한 방식의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한 명이 산토끼를 잡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것보다 여러 명이 모여서 토끼를 잡는 것이 더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만약 그물을 만들어 여러 명이 그물을 들고 토끼가 움직일 공간을 넓게 둘러싸고 또 다른 사람들이 그물이 있는 방향으로 토끼롤 몰아간다면 토끼를 잡을 가능성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만약 열명이 10M의 그물을 가지고 있다 치고, 열명이 한시간 동안 제각각 1M씩 그물을 나누어 갖고 각자 토끼를 잡는 경우와, 열명이 나누어 한시간 동안 다섯명은 토끼를 그물 쪽으로 몰고 다섯명은 10M 짜리 그물을 들고 토끼를 잡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후자가 확실하게 성과가 좋을 것이다. (반드시 그러하냐고? 혹 산토끼를 잡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혼자서 산토끼를 잡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 것이다.)
위 두 가지 경우에 있어서 투입된 인력(열명)과 자원(그물 10M) 그리고 노동 시간(1시간)은 동일하다. 그런데 성과는 다르다. 이 성과의 차이는 어디에서 기원하는 것일까? 그것은 여러 사람들의 협동에서 기원할 것이다. 한 명이 혼자 일하는 것보다 열 명이 협력해서 일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모든 협동이 다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만약 열명이 모두 동시에 그물을 들고 토끼를 쫒아 다닌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한명이 토끼를 잡는 것보다 더 비효율적이지 않을까? 나무라도 좀 있는 산이라면 당장 나뭇가지에 걸려 움직이지도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협력이 다 효율적인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즉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성과를 얻어내는 협력의 방식이 존재한다.
한 명이 토끼를 잡는 것보다 여러명이 토끼를 몰면 더 쉽게 잡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새로운 사회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려명이 그룹을 나누어 5명은 토끼를 몰고 5명은 그물을 들고 달려드는 토끼를 기다리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은,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사회기술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수많은 실패와 성공의 경험으로 통해 경험적으로 보다 나은 방식을 찾아낸다. 이러한 방식으로 사회기술은 진화한다.
로버트 라이트는 긴 인류의 역사를 보면 협업을 유도하는 기술들이 점차 발전하는 방식으로 사회가 변해왔다고 한다. 이때 기술(여기서 말하는 기술이 바로 ‘사회기술’이다)이란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는 관계를 조정하는 기술일 수도 있고 사람들의 행동을 특정한 방식으로 유도하는 가공물(물건)일 수도 있고 작업의 순서를 재배치하는 작업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기술들이 사람들의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배치함으로써 협업을 더 쉽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노동력의 배치, 작업 순서의 배치, 작업 공간의 배치에 따라 어떤 배치는 협업에 유리하고 어떤 배치는 협업을 방해하기도 한다. 즉 사람들의 협업을 유도하는 기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의 협업을 유도하는 혹은 더욱 쉽게 해주는 기술을 어떻게 구축할 수 있는지가 하나의 공동체가 얼마나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느냐는 문제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로 작동한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올리시는 글들을 차례로 읽어보니, 지금까지는 인식하지 못 했던 것들이 차곡차곡 정리되며 굉장히 의미를 갖는 다는 것을 알게되는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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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는 못 올리는데 시간나는대로 올려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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