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역사의 대부분에서 부자들은 여가(leisure)를 누리는 계급이었습니다.
세계적 히트작이었던 다운튼 애비(Downton Abbey)(영드 20세기 초 영국귀족 가문의 일상을 그린 드라마, 시즌6까지인가 나왔고 시대극 좋아하시면 꽤 재미있습니다.)에서 보면 귀족들에게 주말(weekend)라는 용어는 금시초문인 단어입니다.
그냥 매일이 주말이기 때문이죠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그저 일만 합니다 1800년 문서 기록으로 영국의 평균 노동자들은 주당 64시간을 일했습니다 그냥 하루 10시간 정도 일하는 게 노동자들의 삶이었던 거죠
19세기 기준으로 한 사람이 얼마나 가난한지 알려면 노동 시간만 보면 답이 나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는 어떤가요? 나름 선진국이라면 법정 노동시간이 확고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노동시간은 분명히 다운트 애비 때와 비교했을때 보다 줄었습니다 그러나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보다 일을 더 많이 하는 이변이 일어납니다.
미국인들의 시간 사용 조사(Figures from the American Time Use Survey)라는 것이 있는데 결과를 보면 학사학위 이상을 갖고 있는 미국인들이 고등학교 중퇴자들 보다 매일 2시간 더 일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당 50시간 이상(과로) 근무하는 미국 대졸자들의 비율이 1979년 24%에서 2006년 28%로 뜁니다 반면에 똑같은 조건의 고교중퇴자들의 비율은 떨어진 결과가 나왔습니다.
즉 부자들이 더 이상 여가를 누리는 계급이 아니게 된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유가 뭘까요? 일단 쉽게 생각하면 고임금이 여가를 비싸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겠죠
놀면 그냥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날리는 셈입니다 1980년대 이후로 상류층들의 급여는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최근 조윤선 장관이 얼마를 벌어서 그 난리를 쳤는지 아실 겁니다 삼성전자 사장단! 그냥 월급쟁이들입니다 그런데 보수가 어떤가요? 여기 대부분의 회원님들이 평생 만져 보지도 못할 돈을 1년에 시원하게 벌어들입니다.
반면에 중위 소득 이하에 속하는 사람들의 살림살이는 정체내지 더 팍팍해졌네요 수성구 요지 아파트 값 보세요 대구에서 웬만한 월급쟁이들 꿈도 꿀 수 없는 가격 수두룩합니다.
이런 심화되는 소득 불균등이 부자들은 더 일하게 당근이 돼 주고 있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일해서 뭐하나 체념의 동력이 돼 주고 있습니다.
또 하나 생각해보자면 현대의 고도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승자독식(winner-takes-all)의 논리도 부자들이 더 일하는 현상에 일조하고 있지 않나 합니다.
얼마전 중국에서 우버가 중국토종 디디추싱인가에 얻어터질대로 얻어터지고 백기투항합니다 뭐 결론은 상호투자 하는 것으로 치장했지만 실상은 1년에 10억달러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우버가 물러난 것입니다.
우버가 중국에서 매년 10억달러 적자만 본 것은 중국시장 1등을 하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뿌렸기 때문입니다.
1등만이 살아남는다는 치열한 현대 자본주의 논리를 생생하게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유투브, 골드만 삭스 한번 생각해보세요
세계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1등이 누리는 압도적 부와 권력은 상상 초월이 됐고 이게 엄청난 인센티브로 작용합니다.
경쟁자를 모두 따돌리고 누리는 이익은 상상초월입니다 이 원리는 고등 지식과 기술을 지닌 노동계급에도 그대로 노동시장에서 적용됩니다.
소위 말하는 자기계발로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노동자일수록 위너 테익스 올 시장에서 승승장구 합니다.
1980년대 초에 주당 55시간을 일하는 사람이 같은 직업에서 40시간 쏟아붓는 사람보다 11%더 수입이 높았던 반면에 21세기로 넘어오면서 그 격차가 25%로 벌어졌다는 통계결과도 있습니다.
부자들은 그 분야 1등이 되기위해 더 일을 한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경제학에서 말하는 소득효과(income effect)가 현대에서는 무너졌다는 것입니다.
어려운 말 써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별로 어렵진 않습니다. 쉽게 말해서 소득효과는 빌 게이츠 쯤 되는 갑부들은 아무리 시간당 소득이 높다해도 돈 깔고 사니까 추가적인 노동의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경제학 원론에 나오는 소득효과는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사람들은 추가노동을 포기하고 더 많은 여가를 선택한다는 개념입니다.
일견 말은 맞죠 이건희가 살아있다면 시간당 1000만원 줄테니 야근 좀 하라고 해도 말이 먹히겠습니까?
현실에서 보이는 회장님들의 생활만 보더라도 생생한 뒷받침이 되었기 때문에 소득효과란 전통적으로 경제학 교과서의 기본 개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소득효과의 개념도 현대에 와서 깨집니다.
부자들이 하는 일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지겹고 반복적인 노동이 아니라 시대를 선도하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모험을 한다는 점에서 일의 성격도 계급화 됩니다.
선진국에서 높은 수입을 안겨주는 일들은 보통 지식 집약적이고 고도의 두뇌를 사용하는 일입니다.
쉽게 말하면 금융업 패션디자인 정밀기계설계 수퍼카제작 우주항공산업......
이런 것들은 부자나라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이죠.
일이 오히려 쾌감을 안겨주는 상황이 된 겁니다 다운튼 애비의 귀족들이 할일이 없어 사냥이나 하면서 누렸던 여가의 즐거움이 제프 베저스(아마존 창업주)같은 인물에게서 전자상거래 시장 평정, 우주 산업 진출의 성과를 내면서 누리는 희열로 바뀝니다.
달리 표현하면 여가가 더이상 사회계급의 상징이 아니라 무능함과 실업의 상징이 됐다는 것입니다 .
"나는 릴렉스 하기 위해 일하러 출근한다" 실제로 베저스가 했다는 말입니다.
부자들은 집에서 빈둥거리는 것을 시간낭비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2006년 미국통계만 봐도 년 10만달러 이상 버는 미국인들이 2만 달러 이하 소득의 미국인보다 TV시청과 같은 멍청한 여가보내기(passive leisure)를 40%나 덜 한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흔히 한국인들 바쁘게 살아야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정신세계를 자학하고는 하는데 오히려 전세계적으로 부자들이 엄청나게 일중독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 할 수 있습니다.
IF Mr.Lee is alive, ^^
3차 산업혁명을 겪으면서 지식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겁나게 상승해서 이들이 부자가 되었죠.
지식의 격차가 많이 나면 지식수준이 높은 사람의 필요는 점점 더 늘어납니다, 그래서 더 일을 많이 하게끔 되고...
4차 산업혁명이 올지 안올진 모르겠으나, 만일 온다면 1프로만 일하는 세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분배의 문제가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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