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교자 방문기

in kr •  8 years ago 

밀가루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한국 전쟁 후 미국의 원조로 밀가루가 보급되기 시작한 이후였습니다. 미국 원조 밀가루를 활용하는 방법의 하나로 일본에서 1958년에 치킨라면이 개발되었고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일본과 기술 제휴하여 라면을 개발 하였으나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특히 1960년대에는 쌀의 생산량이 넉넉하지 않아 정부는 식량 절약 및 식생활 개선을 위하여 1967년 6월 14일 쌀에 25% 이상 보리쌀을 섞어 밥을 하도록 행정 명령을 내렸으며 당시 학교에서는 보리밥을 싸 왔는지 도시락을 검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후 쌀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여러 정책이 나오면서 이에 따라 국수 소비는 점차 증가 하게 된 것이 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닭 육수에 애호박과 매운양파 기본으로 하는 닭칼국수를 명동에서 1966년 상업화 되어서 현재까지 명동교자의 명성이 이어지고 있답니다.

사실 명동교자의 본점에 가면 명동교자라고 허름한 간판에 옛날식 타일건물이 맞이해주고있는데, 저는 어머니랑 몇 번 명동에 쇼핑하러 가다가 보았습니다. 저희 어머니 말로도 예전부터 인기 많은 집이라고 꼭 한번 가봐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이 칼국수집 '명동교자'가 미쉐린 가이드의 '빕 그루망(Bib Gourmand)'에 이름으로 '가성비 좋은 맛집'에 선정 되었습니다. 어떤 점이 미쉐린 가이드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궁금하고 꼭 한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시골에서 자란지라, 투박한 손칼국수에 후루룩 먹는 시장칼국수도 좋아할 만큼 칼국수 매니아 여서 그런지, 여간 궁금한게 아니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겨울에 경복궁을 갔다가 너무 춥고, 배는 고프고 해서 뭘 먹을까 하다가 인근에 있는 명동교자집에 점심을 먹게 되었습니다.

몇 년전이랑 달리 간판 리뉴얼 한 것인가 했는데, 본점 인근에 분점이 있었던 거였네요. 명동교자에서 맛볼 수 있는 메뉴는 칼국수, 비빔국수, 콩국수, 만두 등 네 가지인데요. 면요리는 8000원으로 가격이 동일하고, 만두는 1만원(10개)입니다.
명동교자에서 교자는 빠질 수 없는 사이드코스입니다. 저희는 추운 겨울을 맞아, 따끈한 국물이 있는 칼국수와 새콤달콤한 면이 생명인 비빔국수하나 그리고 교자하나를 시켰습니다. 명동교자는 최고의 음식 재료, 신선한 음식 재료만을 매일매일 구입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남은 음식은 100% 완전히 폐기하기 때문에 음식물을 재활용하는 식당이랑은 비교를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완전 예전느낌의 목재 테이블과 의자가 굉장히 마치 근현대사의 일부를 보는듯했습니다.
만두를 시작으로 차례대로 음식이 나왔습니다. 밑반찬은 마늘이 잔뜩 들어간 김치가 전부입니다. 가성비 좋은 맛집인데도 불구하고, 바쁘심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리필도 잘해주십니다. 아참, 이집은 선불제로서 먼저 메뉴주문을 하고 카드를 가지고 가셔도 놀라지마시길. 금방결제하고 그테이블에 맞게 딱 딱 갖다주십니다.

저는 우선 식초와 간장베이스를 한 소스에 우선 만두를 찍어 먹어봤습니다. 예전에 홍콩에서 먹었던 만두와 비슷하게 피가 굉장히 얇습니다. 육즙이 만두에 들어 있는데, 만두가 터지면 육즙을 맛볼 수 없어 조심히 피가 안터지게 한입에 먹으면, 부드러우면서도 고기와 채소 참기름이 어울려진 한입의 만두 육즙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저랑 같이 식사를 했던 동생은 오히려 만두에서 더 끌렸다고 할 정도로 만두가 정말 맛있었습니다.

다음 칼국수와 비빔국수가 동시에 나왔습니다. 칼국수는 우리가 아는 그 칼국수 맛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릅니다. 부들부들한 면에 물만두 4개, 애호박과 양파, 다진 고기가 들어 있는 칼국수는 칼칼하고 시원한 맛이라기 보단 고소하고 느끼한 맛입니다. 저는 바닷가지역 사람이라 멸치육수에 더 익숙한 입맛이라 그런지 많이는 들어가지 않는 맛이 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맛이 없다고 하기엔 손이 저절로 가는 맛이라고 할까요. 저희 집은 만둣국을 끓일 때도 다시마물에 끓여먹는데, 서울은 고기육수를 많이 써서 먹는지 고기의 향연이 저한테는 조금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비빔국수는 명동교자의 김치와 비슷한 맛이긴 하나 새콤한 것이, 조금 칼국수로 인해 느끼해진 속을 싸한 비빔국수가 꽉 잡아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꼭 짜장면과 짬뽕사이에서 고민하게 만드는 맛이라고 하면 설명이 더 이상 필요없지요. 1966년에 개점해 5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곳은 명동에서 쇼핑하다 문득 갈 곳이 없을 때 어머니와 함께 추억을 되새길 겸 들려서 칼국수 한 그릇 하면 추억도 먹고 맛있는 칼국수도 먹을 수 있는 장소 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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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에 마늘이 많이 들어가서 먹고나면 하루종일 마늘 냄새가 나는 것 같지만 그래도 때때로 생각나는 칼국수집이죠 ㅎㅎ
잘 읽고 갑니다~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음식관련 글이 많이 올라오는군요^^
아직 저녁먹기 전이라 더 배고프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