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은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걸까

in kr •  7 years ago  (edited)

육아를 하다보면 아직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영유아들이 자기들 나름대로 긴밀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네 살 짜리 첫째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할 때였다.(기저귀를 빨리 떼야할텐데..) 내가 두리번 거리면 "기저귀 어딨지?"라고 말하자, 갑자기 가까이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던 두살짜리 막내가 내 쪽을 쳐다도 보지 않고 벌떡 일어났다. 그러더니 갑자기 뒤돌아서 어딘가로 막 가는 것이다. 나는 왜 저러나. 혹시 내가 한 말을 알아듣고서 기저귀 찾으러 갔나? 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요새 둘째는 원활한 수준은 아니지만, 의사소통을 열심히 하려는 편이다. 제일 잘하는 말은 "안아줘", "해줘", "쥬스줘"임. 그래서 첫째에게 물었다. "동생 어디 간거야?" 놀랍게도 답변은 "기저귀"였다. 그래서 "동생이 기저귀 가질러 간거야?"라고 말하니깐, 첫째가 "응"하고 대답한다. 그래서 유심히 지켜봤다.

막내는 방에 들어가서 무언가를 만지는 소리를 내더니 기어코 무언가를 들고 나온다. 나를 보자마자 환한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손에 든 것은 기저귀가 아니라 건티슈였다.(새로운 건티슈를 주문해 포장지가 기저귀와 유사함) 막내는 자기가 무언가를 완수했단 심정으로 환하게 웃으며 달려왔다. 나도 그 모습을 보고 무조건 "잘했다. 잘했어"라고 말해줄 수밖에 없었다.

이 일 말고도 아직 언어를 익히지 못한 영유아들 사이에서 꽤 긴밀한 소통을 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여러번 있었다. 상대적으로 언어를 잘 구사하는 첫째가 둘째의 상태를 부모에게 알려주는 편이다. "동생 열나", "동생 응가했어"라고 우리에게 와서 말하면, 어김없이 그 말이 맞아서 놀라곤 했다. 글쎄 이것이 우연일까.

1960년대에 인간처럼 가정에서 양육된 침팬지 워쇼가 빠른 속도로 수화를 익혔고, 그 수화를 동료 침팬지들에게 전파해 자기들끼리 수화로 소통했다는 기사(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12047.html)를 최근에 읽었다. 혹시 영유아들도 자신들끼리 소통하는 나름의 언어가 있는걸까. 그게 체계화된 언어는 아닐지라도, 무언가 소통할 수 있는 규칙적인 의사소통 방식이 있는걸까. 이게 과도한 상상일까. 여튼간에 두 아기들이 같이 있을 때를 좀 더 관찰해봐야 겠다. 물론 둘이 같이 있으면 서로 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겠다며 싸우는 경우가 열에 아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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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  7 years ago (edited)

넵~ 저의 생각은 영유아들도 자기만의 표현법고 수화의 방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1인 입니다.
Follow하고 갑니다.

기저귀 어딨지 했더니 두살짜리 둘째가 건티슈를 가지고 왔다니 대단하네요!!!
아기들도 서로 소통을 하나보네요~~~

그게 체계적인 의사소통은 아닐지라도 자신들만의 소통 방법이 있나봅니다~~

저도 두돌 첫째가 있고 이제 한달후면 둘째가 태어나는데 둘이 나중에 같이 의사소통하는 모습을 옆에서 관찰해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