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런 머스크와 가상화폐 사건'의 전말

in kr •  7 years ago  (edited)

'엘런 머스크가 여전히 가상화폐에 관심을 갖고 있다'(Elon Musk Continues to be Curious About Cryptocurrencies)

아침에 출근하니 '섹시한 제목'의 기사가 눈길을 끕니다. 손가락이 자동반사적으로 움직입니다. 클릭!
기사 내용이 장황하긴 한데 핵심은 이겁니다. "SXSW 행사에 참가한 엘런 머스크가 가상화폐 관련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셀럽들이 공개 석상에서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은 흔한 장면이 아닙니다. 그러니 저 '포착'은 뉴스거리임에 틀림없습니다. 셀럽들의 지식과 철학과 전략의 원천이 그들의 독서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그들이 무슨 책을 읽는지를 안다는 것은 우리같은 범인(凡人)에게는 '지성(知性)의 묘약'을 손에 쥔 것처럼 흥분되는 일이니까요(참고로 빌게이츠는 1년에 독서량이 50권을 넘고, 마크 저크버그도 1주일에 한 권 이상을 읽습니다).

이날 엘런 머스크가 들고 있던 책은 < Cryptocurrencies Simply Explained>입니다. 아직 국내에는 번역본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블록체인 핀테크 기업 텐엑스의 창업자인 줄리안 호스프. 텐엑스가 가상화폐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세워진 만큼 저자가 가상화폐 시장을 장밋빛으로 전망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6만 달러까지 갈 것"이라고 했으니까요. 따라서 < Cryptocurrencies Simply Explained>가 가상화폐 입문서이면서도 가상화폐 시장을 긍정적으로 그릴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엘런 머스크는 정말 이 입문서를 통해 가상화폐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것일까요? 책을 들고 있는 머스크 사진을 보면 매우 진중하고 엄숙해서 '그렇다'고밖에 답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머스크가 왜 이 책을 선택했는지 궁금했는데, 약간은 허망하고 조금은 허탈한 결론에 도달하고 말았습니다(자 이제부터 추적 들어갑니다!!).

이 사진이 처음 공개된 것은 라이언 칠린스키라는 사진 작가의 트윗(@timelapsejunkie)입니다. 로켓 사진가로 알려졌는데 엘런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발사할 때도 촬영에 참여했던 인연으로 이번 SWSW에서 엘런 머스크 사진을 찍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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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사진을 올린 3월12일 트윗 내용을 보면, 머스크가 SWSW에서 강연을 끝낸 뒤 관람석에서 가상화폐 관련 책을 건네받아 사인을 했다고 합니다. 이 내용대로라면 머스크가 책을 소유하게 된 과정은 자발적이고 계획적이라기보다는 즉흥적이고 수동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냥 누군가 건네니까 무심코 받았다는 얘기이지요. 이같은 추론에 힘을 실어주는 또 다른 트윗이 있습니다. 바로 줄리안 호스프(@julianhosp)의 트윗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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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라이언 칠린스키에게 사진(머스크가 자기 책을 들고 있는 사진)을 써도 되냐고 요청한 뒤, 칠린스키의 트윗에 리트윗 형식으로, '그(엘런 머스크)는 사인하지 않았고 그냥 가져갔다'고 답합니다. 줄리안 호스프의 다른 트윗을 보면 SWSW에 참석해서 여러 가지 내용을 전달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의 책도 슬그머니 홍보합니다. 아마도 그는 머스크 강연장에 있었고, 강연이 끝나자 자신의 책을 건넸던 것 같습니다. 머스크는 이 책을 무심결에 받았고, 바로 이 장면이 사진에 찍혔던 거구요. 이후 스토리는 다들 아는 것처럼 '머스크가 여전히 가상화폐에 관심이 있네 어쩌네...'로 흘러가구요.

어떠신가요. 전후 사정을 알고 보니 헛웃음이 나오지요.

엘런 머스크와 가상화폐의 관계는 이 뿐만 아닙니다. 가짜 계정 사건도 있지요. 엘런 머스크 계정을 사칭한 이들은 아주 흔한 사기 기법을 동원합니다. "소량의 암호화폐를 주면 10배에 해당하는 암호화폐를 돌려주겠다" 머스크 사칭 계정도 170만유로 상당의 3000이더리움을 선물로 주겠다는 글을 한동안 도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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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면 엘런 머스크는 이래저래 가상화폐와 인연 혹은 악연이 많습니다. 머스크가 다른 기업인들보다는 좀더 독창적이고 도전적이면서, 괴짜이고, 무엇보다 돈이 많기 때문이겠지요. 일각의 바람과는 달리, 그가 가상화폐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가짜 뉴스나 가짜 계정에 흥분해서는 안되겠지요.

하지만, 누가 또 압니까. 머스크가 선물받은 책을 읽고는 가상화폐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할지요. 미래는 모르는 일이니까요. 눈만 뜨면 오르내리는 가상화폐 가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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