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네스 힐쉬베르거의 <서양 철학사>는 철학 전공자라면 한 권쯤 갖고 있는 매우 중요한 철학서이다. 마치 고등학교 시절 수학을 잘 하는 몇몇 소수의 학생들이 ‘수학의 정석 실력편’을 의무적으로 갖고 있던 것과 비슷한 이치랄까. 옮긴이는 이 철학사가 독일에서뿐만 아니라, 서양의 모든 나라들에서 가장 높이 평가받고 있는 철학사로서, 비단 철학을 전공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철학에 관심이 있는 모든 독자들을 상대로 하여 쓰여진 것이라고 한다.
원저자인 힐쉬베르거는 대학교수가 된 뒤에 자기의 전 생애를 이 책에다 바쳤다는 게 옮긴이의 설명이다. 그는 흔히 남들이 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쓴 철학사를 바탕으로 하여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라, 모든 철학자들의 저작들을 직접 읽고, 분석하고, 간추려서, 이렇게 독특하면서도 모든 사람들이 다 알아듣고 동의할 수 있는 철학사를 저술했다고 한다. 옮긴이는 현재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서양철학사>들이 나와 있으니, 이것들과 서로 비교해보면 그 특성을 당장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 대한 옮긴이의 간단한 설명을 통해 힐쉬베르거의 끈기와 성실함에 감탄을 하게 되었다. 나도 앞으로 교수가 되고 싶은 꿈이 있고, 교수가 된 후에도 그리고 교수를 준비하는 지금부터 힐쉬베르거와 같은 열정을 가지고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힐쉬베르거는 이 책의 서문에서 이 철학사가 단순하 보고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철학을 하려고(philosophieren)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것도 어떤 문제에 관해서 공상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역사학에 대한 랑케의 요구, 즉 <무엇이 있었으며, 어떻게 있었는가?> 하는 것을 보여주라는 요구도 여기서 충족시켜 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총 761쪽에 달하는 <서양철학사>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내용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 책의 제1편에서 일반적인 철학사의 본질과 가치, 고대철학, 밀레토스학파와 피타고라스학파, 헤라클레이토스와 엘레아학파, 기계론자들과 아낙사고락스, 앗티카의 철학에서 소크라테스와 그 학파,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헬레니즘과 로마제정시대의 철학에서 스토아철학, 에피쿠로스주의, 아카데미아학파와 회의, 페리파토스학파, 신플라톤주의를 다룬다.
그리고 제2편 중세철학에서는 교부철학의 새로운 그리스도교와 옛날의 철학, 교부철학의 발단, 아우구스티누스, 보에티우스, 스콜라 철학에서는 초기 스콜라철학, 켄터버리 안셀무스, 페트루스 아벨라르두스, 사르트르학파, 신비주의, 전성기의 스콜라학파에서는 13세기 초의 빠리, 옥스퍼드학파, 초기의 프란시스꼬학파, 알베르투스 마그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신, 영혼, 윤리, 인문학자들과 아베로에스학도들, 후기의 프란시스꼬회의 학파, 마이스터 엑크하르트, 후기 스콜라학파에서는 옥캄과 옥캄주의, 니콜라우스 쿠사누스를 설명한다.
그러나 철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굳이 이렇게 많은 서양철학사의 방대한 내용을 다 알고 있을 필요는 없다. 그저 위의 내용으로 흘러간다는 것 정도만 파악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철학 전공자이든, 철학 전공자가 아니든 <서양철학사>를 접했을 때 ‘왜 오늘 날에도 고대철학을 연구하는가’와 같은 물음은 공통적으로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에 대해 저자는 고대철학은 정신적인 유산을 제공해 주며, 유럽의 사고는 오늘날에 있어서도 이 정신적인 유산에 의해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순전히 양적으로만 보더라도 고대철학은 유럽정신사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고대철학은 기원전 6세기부터 기원후 6세기까지의 기나긴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대철학에 있어서는 그 내용이 풍부하다는 점이 더욱 더 중요하다고 한다.
고대철학은 완전히 낡아빠져버린 일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중세의 저자들의 책을 읽을 때, 그 때 당시에 살고 있던 어떤 철학자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훨씬 더 많이 인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플라톤적인 관념과 신플라톤적인 관념 및 스토아적인 관념이 중세기 세계관의 근본사상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들의 철학적인 사색과 과학적인 사고 전체의 본질적인 개념들도 모두 고대의 정신에서 생겨난 것들이라고 하며 그 예들을 들어주는 데 가령 원리, 원소, 원자, 정신, 영혼 등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저자는 우리들이 이 개념들의 본래적인 뜻을 연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개념들을 올바로 들여다보지도 못하고 맹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된다고 쓴다. 논리학, 형이상학, 윤리학, 심리학 및 우주론 등과 같은 철학의 본질적인 여러 부문들도 다 고대에 이룩된 것들이라고 하니 서양 고대철학이 서양철학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서양 철학 전반에 대한 내용에서 내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공부하게 된 신플라톤주의로 이야기를 넘어가보도록 하겠다. 나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철학에 대해서는 공부했지만 사실 신플라톤주의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상태였다. 따라서 이 책을 읽을 때 신플라톤주의에 대해서 좀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의 380쪽에 의하면 신플라톤주의의 생명력은, 그 대표자들이 헬레니즘문화의 모든 중심지, 즉 알렉산드리아, 로마, 아테나이, 안티오키아, 페르가몬 등지에 있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잘 알 수가 있다. 우리들은 동시에 이런 사실을 미뤄 보아, 플라톤주의가 광범위하게 부활하는 것을 보면, 그것이 고대말기에 있어서 얼마만큼 정신적인 위대함을 드러냈는가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생겨난 것은 마치 새로운 신화와 같은 것이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인공적인 것이며 일종의 <혁신>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날의 우리들은, 신플라톤주의는 이미 본래적인 플라톤주의가 아니라, 플로티노주의라고 한다. 물론 신플라토학도들은 스스로가 플라톤의 순수한 후계자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플라톤의 사상개념 및 상투적인 용어들이, 실제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신플라톤학도들의 저작에 다시 나타나 있다고 해서 흥미로웠다.
결론을 짓자면 힐쉬베르거의 <서양철학사>는 나에게 서양철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 그리고 철학이 중요한 이유를 되새기게 만들어준 아주 특별하고 고마운 책이다. 앞으로도 서양철학을 탐독하여 철학적인 인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으왕.. 이 책을 읽으셨군요! 책장에 꽂혀만 있고 아직 읽지 못한 책 중 한 권입니다. 부끄럽네요ㅠㅜ 세계 다른 반 쪽을 이해하려면 꼭 봐야하는 책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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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소하지만 좋은글에 보팅 꾹누르고 팔로우하고 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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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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