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의 리더십 : 리쿠르고스 (9-完)

in kr •  7 years ago 
☐ 이기는 리더, 승리하는 리더십
- 위기 극복의 리더십 : 리쿠르고스 (完)


스파르타인들은 복종하는 법을 배운 자만이
남들을 지배하는 법을 알 수 있다고 믿었다.

리쿠르고스는 그가 구축한 정치체제가 충분한 자생력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는지를 검증하고 싶었다. 그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법률들이 후세에 변함없이 전해지기를 열망했던 것이다.

그는 이번에도 신을 소환하기로 결심하고는 시민들을 모두 모아놓고 자신이 델포이에서 돌아오기 전까지는 제정된 법률들을 수정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다음 길을 나섰다. 원로원 의원을 위시한 주요한 국가 지도자들로부터 그의 부재 시에도 기성의 제도들을 준수하겠다는 맹세를 안전장치 삼아 받아놓았음은 물론이었다. 델포이에 도착한 리쿠르고스는 아폴론에게 스파르타에서 시행 중인 법률들이 나라의 번영을 증진하고 국민들의 도덕성을 보장하기에 충분한지를 물었다. 당연히 긍정적 답변이 신탁으로 돌아왔고, 그는 이 내용을 지체 없이 아랫사람을 시켜 본국으로 발송했다.

그럼에도 안심이 안 되었는지 리쿠르고스는 자기가 쌓아올린 건물에 기둥 하나를 더 보태기로 작정했다. 그 기둥은 다름 아닌 그의 생명이었다. 사실 그는 여전히 건강했지만 그렇다고 생에 집착할 나이도 더 이상은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 곡기를 끊음으로써 생명을 마쳤다. 그러한 행동이 스파르타의 정치체제에 영광과 정당성을 더해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살아선 나라의 지배자가 되었고, 죽어서는 조국의 불멸의 수호신이 되었다.

그의 바람은 헛된 망상이 아니었다. 리쿠르고스의 사후 5백년이 지나 아르키다모스의 아들 아기스가 왕위에 올라 스파르타에 금과 은과 더불어 부와 사치에 대한 욕망 또한 들어올 때까지 금욕과 질서가 쌍끌이 역할을 해주는 스파르타의 정체는 커다란 변경 없이 지속되었다. 이 동안 에포로스 제도는 체제의 유지와 안정에 톡톡히 기여했다. 그것이 실은 귀족층을 더 강력하게 만들어준 덕분이었다.

플루타르코스는 스파르타 사람들이 복종만 할 줄 알았지, 지배하는 데는 서툴렀다는 주장을 거침없이 반박하고 있다. 그는 인간은 다스릴 능력이 없는 상대에게는 고개를 숙이기를 거부하기 마련이라고 보았다. 이 위대한 역사가는 나머지 그리스인들이 스파르타가 중무장한 대규모 군대로 공격해오기에 앞서서 서류뭉치를 든 사절단을 먼저 보내기만 해도 이내 꼬리를 내리며 고분고분해진 이유를 스파르타인들이 남들에게 복종심을 심어주는 일에 대단히 능숙한 데서 찾았다. 다른 도시국가들에도 스파르타만큼이나 병사와 군마와 함선은 많았다. 그들에게 모자란 것은 존경받는 유능한 한 사람의 지휘관이었고, 그 모자란 한 사람의 유능한 지휘관으로는 스파르타 출신의 장수가 영입되는 경우가 잦았다.

스파르타를 패권국가로 만드는 것이 리쿠르고스의 핵심적 목적은 아니었다. 그의 최종 목표는 도시 안에 도덕과 화합이 팽만하도록 이끄는 데 있었다. 그래야 도시가 행복해지고, 도시가 행복해지면 그곳에 거주하는 개인도 덩달아 행복해진다는 것이 리쿠르고스가 가진 정치철학의 요체였다. 그는 플라톤과 디오게네스, 그리고 제논과 같은 후세의 내로라하는 쟁쟁한 학자들이 이론으로만 그려놓은 체제를 지상에 실제로 구현했다. 스파르타인들이 그를 신적 존재로 여기며 사원을 봉헌하고 매해 제물을 바친 것이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의 묘지에 번개가 떨어진 사건은 그를 둘러싼 신비로운 후광에 무게감을 증가시켰다.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될 정치체제를 탄생시킨 리쿠르고스였지만 정작 그의 생물학적 유전자는 아들 대에 이르러 끊어지고 말았다. 그를 기리는 정기적 집회는 리쿠르고스의 친구들과 친지들의 도움으로 오랜 세월 이어질 수 있었다. 스파르타 사람들은 이 행사가 벌어지는 시기를 ‘리쿠르고스의 기간’이라고 불렀다. 리쿠르고스는 나라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을 시스템의 힘으로 아예 미리 틀어막은 지도자였다. 예나 지금이나 가장 효과적인 위기 극복의 방법은 위기를 사전에 예방하는 데 있음을 그는 생생히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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