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는 리더, 승리하는 리더십
- 창업과 통합의 리더십 : 로물루스 (2)
파우스툴루스는 아물리우스의 돼지치기였다. 개연성이 높은 설에 따르면 그가 쌍둥이를 돌본 데에는 누미토르의 후견과 입김이 작용했다고 한다. 아이들은 로마에서 동쪽으로 약 20킬로미터 거리에 위치한 가비이로 보내져 글을 비롯해 고귀한 신분으로 자라는 데 필요한 교육을 받았다. 형에게는 로물루스라는, 동생에게는 레무스라는 이름이 각각 붙었다. 두 이름 모두 젖꼭지를 가리키는 라틴어인 ‘루마’에서 따왔다. 형제가 야생 늑대의 젖을 빨다가 발견된 까닭에서였다.
형제는 아주 어린 나이부터 남다른 면모를 과시했다. 잘생긴 외모에 더해 모험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비범한 용기까지 갖췄다. 그래도 굳이 우열을 가리자면 형만 한 아우 없다고 로물루스 쪽이 좀 더 빼어났다. 그는 가축을 치는 일에서도, 사람들과 어울려 사냥을 나가는 데에서도 마치 명령하기 위해 태어난 인간처럼 보였다.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족속을 우리는 양아치라고 부르며 경멸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강자에 강하고, 약자에 약한 인간을 의인이라고 우러러 본다. 쌍둥이 형제는 뒤의 경우에 정확히 해당했다. 그들은 동료나, 자신들보다 지위가 낮은 아랫사람들한테는 매우 친절하고 상냥했다. 반면에 관리들이나 왕의 부하들처럼 힘센 자들 앞에서는 때로는 오만하게 느껴질 정도로 시종일관 당당하고 의연했다.
그들은 자유를 추구했는데, 형제가 좇은 자유는 게으름과 나태함이 아니었다. 신체단련을 끊임없이 수행하는 한편으로, 약자들을 무도한 악당들의 폭력과 부패한 권력자들의 횡포로부터 보호해주는 정의의 사도로 활약하는 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참다운 자유인의 모습이었다. 그 덕분에 형제의 명성은 나날이 멀리 퍼져나갔다.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계기는 목동들 사이의 패싸움과 함께 찾아왔다. 하루는 누미토르와 아물리우스가 각각 가느린 목동들 사이에 집단 난투극이 벌어졌는데, 이때 양아버치처럼 아물리우스의 양치기로 일하고 있던 레무스는 누미토르의 목자들에게 중과부적으로 사로잡혔다. 누미토르는 레무스를 보자마자 자기편 양치기들을 일당백으로 두들겨 팬 이 젊은이가 평범한 청년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다. 힘과 몸집이 보통이 아닐뿐더러 말과 행동 역시 여간 당차지 않았다. 상대의 비범함을 단숨에 알아보기는 레무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가 말했다.
“전하는 아물리우스 왕보다 더 왕처럼 보이십니다.”
로물루스는 자신이 쌍둥이 형제의 동생이며, 갓난아기 시절 강가에 버려진 형제가 암컷 늑대의 젖을 먹고 딱따구리의 보살핌을 받았음을 고백했다. 그는 쌍둥이가 누워 있던 구유가 아직도 존재한다는 사실 또한 덧붙여 말했다.
레무스의 얘기를 들은 누미토로는 청년의 나이와 딸이 아기를 출산한 해를 서로 맞춰봤다. 틀림없이 그의 손자였다. 한시도 잊지 못해온 핏줄을 만났다는 기쁨도 잠시, 그는 다시금 걱정에 휩싸였다. 쌍둥이의 생모인 실비아가 여전히 삼엄한 감시 아래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형제들 가운데 먼저 두각을 나타난 쪽은 레무스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동생인 온조가 형인 비류를 제치고 최종적 승리를 차지한 백제와 달리, 로마는 형이 동생에게 역전승을 거뒀다. 역사가 승자의 기록임을 염두에 둔다면 레무스의 활약상은 축소와 누락과 폄하를 골고루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로물루스는 레무스가 정성스럽게 차려놓은 밥상을 맛있게 먹기만 했을지도 모른다.
파우스툴루스는 레무스에게 로물루스가 누미토르의 궁정으로 끌려갔다는 급보를 전하면서 어서 동생을 구해오라고 채근했다. 하지만 그는 로물루스와 누미토르가 만나면 필시 서로를 알아볼 것임을 예상했음이 분명하다. 그러면 파우스툴루스는 가정파괴범의 누명을 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웠다.
그는 양아들에게 오랫동안 숨겨왔던 출생의 비밀을 알려줬다. 그리고 스스로는 구유를 들고 누미토르의 궁정으로 향했다. 이즈음 누미토르는 동생에게 당한 사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세력을 회복한 상태였다. 따라서 왜 이제야 왔느냐는 누미토르의 추궁이 속으로 두렵기도 했다.
파우스툴루스가 로물루스-레무스 형제를 강물에 유기하러 갈 때 이에 관여한 공모자들이 여럿이었다. 그들 중 한 명이 누미토르의 문지기로 있었다. 문지기는 파우스툴루스가 가져온 구유의 모양과 구유에 둘러진 청동띠에 적힌 글자를 보고는 쌍둥이를 내다버릴 때 쓰였던 바로 그 물건임을 이내 알아챘다. 그는 파우스툴루스를 지체 없이 왕에게 데려갔다. 막상 왕 앞에 서니 파우스툴루스는 등에 식은땀이 흐르며 자기도 모르게 횡설수설만 늘어놓았다. 그의 그릇은 딱 거기까지였다.
그러는 사이 누미토르의 궁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관한 소식이 아물리우스의 귀에까지 전해졌다. 아물리우스는 더 자세한 내막을 알아보기 위해 측근을 누미토르에게 보냈는데, 이름을 알 수 없는 이 인물은 여기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는 누미토로와 레무스가 함께 다정히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는 천명이 어디에 있는지 대뜸 눈치 챘다. 아물리우스의 측근은 때를 놓치지 말라며 누미토르에게 즉각 행동에 나설 것을 종용하면서 자기도 아물리우스를 토벌하는 데 힘을 보탤 뜻을 표시했다.
형인 로물루스는 동생인 레무스가 푸짐하게 차려놓은 밥상을
숟가락 한 개만 달랑 들고 나타나 맛있게 냠냠 먹었을지도 모른다.
- 창업과 통합의 리더십 : 로물루스 (2)
파우스툴루스는 아물리우스의 돼지치기였다. 개연성이 높은 설에 따르면 그가 쌍둥이를 돌본 데에는 누미토르의 후견과 입김이 작용했다고 한다. 아이들은 로마에서 동쪽으로 약 20킬로미터 거리에 위치한 가비이로 보내져 글을 비롯해 고귀한 신분으로 자라는 데 필요한 교육을 받았다. 형에게는 로물루스라는, 동생에게는 레무스라는 이름이 각각 붙었다. 두 이름 모두 젖꼭지를 가리키는 라틴어인 ‘루마’에서 따왔다. 형제가 야생 늑대의 젖을 빨다가 발견된 까닭에서였다.
형제는 아주 어린 나이부터 남다른 면모를 과시했다. 잘생긴 외모에 더해 모험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비범한 용기까지 갖췄다. 그래도 굳이 우열을 가리자면 형만 한 아우 없다고 로물루스 쪽이 좀 더 빼어났다. 그는 가축을 치는 일에서도, 사람들과 어울려 사냥을 나가는 데에서도 마치 명령하기 위해 태어난 인간처럼 보였다.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족속을 우리는 양아치라고 부르며 경멸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강자에 강하고, 약자에 약한 인간을 의인이라고 우러러 본다. 쌍둥이 형제는 뒤의 경우에 정확히 해당했다. 그들은 동료나, 자신들보다 지위가 낮은 아랫사람들한테는 매우 친절하고 상냥했다. 반면에 관리들이나 왕의 부하들처럼 힘센 자들 앞에서는 때로는 오만하게 느껴질 정도로 시종일관 당당하고 의연했다.
그들은 자유를 추구했는데, 형제가 좇은 자유는 게으름과 나태함이 아니었다. 신체단련을 끊임없이 수행하는 한편으로, 약자들을 무도한 악당들의 폭력과 부패한 권력자들의 횡포로부터 보호해주는 정의의 사도로 활약하는 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참다운 자유인의 모습이었다. 그 덕분에 형제의 명성은 나날이 멀리 퍼져나갔다.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계기는 목동들 사이의 패싸움과 함께 찾아왔다. 하루는 누미토르와 아물리우스가 각각 가느린 목동들 사이에 집단 난투극이 벌어졌는데, 이때 양아버치처럼 아물리우스의 양치기로 일하고 있던 레무스는 누미토르의 목자들에게 중과부적으로 사로잡혔다. 누미토르는 레무스를 보자마자 자기편 양치기들을 일당백으로 두들겨 팬 이 젊은이가 평범한 청년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다. 힘과 몸집이 보통이 아닐뿐더러 말과 행동 역시 여간 당차지 않았다. 상대의 비범함을 단숨에 알아보기는 레무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가 말했다.
“전하는 아물리우스 왕보다 더 왕처럼 보이십니다.”
로물루스는 자신이 쌍둥이 형제의 동생이며, 갓난아기 시절 강가에 버려진 형제가 암컷 늑대의 젖을 먹고 딱따구리의 보살핌을 받았음을 고백했다. 그는 쌍둥이가 누워 있던 구유가 아직도 존재한다는 사실 또한 덧붙여 말했다.
레무스의 얘기를 들은 누미토로는 청년의 나이와 딸이 아기를 출산한 해를 서로 맞춰봤다. 틀림없이 그의 손자였다. 한시도 잊지 못해온 핏줄을 만났다는 기쁨도 잠시, 그는 다시금 걱정에 휩싸였다. 쌍둥이의 생모인 실비아가 여전히 삼엄한 감시 아래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형제들 가운데 먼저 두각을 나타난 쪽은 레무스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동생인 온조가 형인 비류를 제치고 최종적 승리를 차지한 백제와 달리, 로마는 형이 동생에게 역전승을 거뒀다. 역사가 승자의 기록임을 염두에 둔다면 레무스의 활약상은 축소와 누락과 폄하를 골고루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로물루스는 레무스가 정성스럽게 차려놓은 밥상을 맛있게 먹기만 했을지도 모른다.
파우스툴루스는 레무스에게 로물루스가 누미토르의 궁정으로 끌려갔다는 급보를 전하면서 어서 동생을 구해오라고 채근했다. 하지만 그는 로물루스와 누미토르가 만나면 필시 서로를 알아볼 것임을 예상했음이 분명하다. 그러면 파우스툴루스는 가정파괴범의 누명을 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웠다.
그는 양아들에게 오랫동안 숨겨왔던 출생의 비밀을 알려줬다. 그리고 스스로는 구유를 들고 누미토르의 궁정으로 향했다. 이즈음 누미토르는 동생에게 당한 사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세력을 회복한 상태였다. 따라서 왜 이제야 왔느냐는 누미토르의 추궁이 속으로 두렵기도 했다.
파우스툴루스가 로물루스-레무스 형제를 강물에 유기하러 갈 때 이에 관여한 공모자들이 여럿이었다. 그들 중 한 명이 누미토르의 문지기로 있었다. 문지기는 파우스툴루스가 가져온 구유의 모양과 구유에 둘러진 청동띠에 적힌 글자를 보고는 쌍둥이를 내다버릴 때 쓰였던 바로 그 물건임을 이내 알아챘다. 그는 파우스툴루스를 지체 없이 왕에게 데려갔다. 막상 왕 앞에 서니 파우스툴루스는 등에 식은땀이 흐르며 자기도 모르게 횡설수설만 늘어놓았다. 그의 그릇은 딱 거기까지였다.
그러는 사이 누미토르의 궁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관한 소식이 아물리우스의 귀에까지 전해졌다. 아물리우스는 더 자세한 내막을 알아보기 위해 측근을 누미토르에게 보냈는데, 이름을 알 수 없는 이 인물은 여기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는 누미토로와 레무스가 함께 다정히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는 천명이 어디에 있는지 대뜸 눈치 챘다. 아물리우스의 측근은 때를 놓치지 말라며 누미토르에게 즉각 행동에 나설 것을 종용하면서 자기도 아물리우스를 토벌하는 데 힘을 보탤 뜻을 표시했다.
숟가락 한 개만 달랑 들고 나타나 맛있게 냠냠 먹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