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는 리더, 승리하는 리더십
- 창업과 통합의 리더십 : 로물루스 (1)
로마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 플루타르코스가 비중 있게 취급한 것은 두 가지로 하나는 외부로부터의 전래설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내재적 발생설이다.
둘 가운데 먼저 전래설을 소개하겠다. 트로이가 오디세우스의 목마의 계략에 걸려 그리스 연합군에게 함락당할 때 소수의 사람들만이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했다. 학살과 약탈의 광란을 피해 망망대해로 떠난 트로이 유민들은 에트루리아의 해안가에 상륙했다. 그냥 이곳에 머물지, 더 나은 땅을 찾아 다시 항해에 나설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는 중에 한 여인이 배를 불사를 것을 제안했다. 새 출발을 위해서는 과거의 영욕을 모두 잊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트로이 유민들은 여인의 제안대로 배를 불태우고 팔라티움에 정착해 새로운 터전을 일군 다음 그곳의 지명을 여인의 이름을 따서 ‘로마’라고 지었다는 것이다. 신뢰하기 어려운 설이다. 그리스에게 전통과 역사에서 늘 열등감을 품어온 로마인들이 지어낸 허구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주인공 로물루스는 내재적 발생설에서 등장한다. 플루타르코스는 로물루스가 로마를 세웠다는 설을 가장 믿을 만한 전승이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로물루스와 로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로물루스를 트로이의 장수인 아이네아스의 후손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잦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로마라는 이름의 여인은 아이네아스와 로물루스를 혈연으로 이어주는 매개적 역할의 인물로 그려진다. 이 또한 전쟁에서는 이겼지만 전통에서는 그리스를 이길 수 없었던 로마인들의 뿌리 깊은 콤플렉스의 반영이라고 하겠다. 그리스 사람인 플루타르코스 역시 로물루스가 아이네아스의 후예라는 설을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은 신뢰와 인정을 받는 추론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는 “로마 너희들이 뛰어야 벼룩이야”라는 우쭐한 심리의 반영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자기네 무리를 위대한 영웅의 피를 이어받은 신성한 공동체로 자리매김을 시켜놓은 일이 어디 로마인만의 전유물이겠는가?
아이네아스의 후손들은 대대로 알바 왕국의 왕을 지냈다. 왕권은 누미토르와 아물리우스 형제의 대에까지 전해졌다. 동생 아물리우스는 형인 누미토르에게 꼼꼼히 따져보지 않으면 귀에 솔깃하게 들릴 그럴싸한 제안을 한다. 트로이에서 가져온 보물과 왕국 중에서 서로 하나씩 골라서 나눠 갖자는 것이었다. 장기적 투자에 서툴렀던 누미토르는 대뜸 왕국을 선택했다. 그러나 곧 왕국마저도 아물리우스의 차지가 되고 만다. 동생이 돈으로 형의 왕국을 사버렸기 때문이다. 이 시절에도 20세기의 한국처럼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던 모양이다. 동생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누미토르는 발을 동동 굴렸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아물리우스는 그럼에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그는 형의 집안을 아예 대를 끊어놓겠다고 다짐하고는 누미토르의 딸, 즉 자신의 조카를 베스타 여신을 섬기는 여사제로 만들어버렸다. 사제는 평생 독신으로 살아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누미토르의 딸은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사생아를 임신해 낳았다. 아물리우스의 심사를 한층 더 배배 꼬이게 만든 사실은 질녀가 하필이면 아들, 그것도 건강하고 잘생긴 쌍둥이를 낳았다는 점이었다.
아물리우스는 하인을 시켜 아이들을 강가에 버리라고 명령했다. 하인의 이름은 파우스툴루스였다. 파우스툴루스는 쌍둥이 형제를 버리려고 강가에 갔으나 홍수에 불어난 강물에 자기까지 덩달아 휩쓸려갈 것이 두려워 구유를 강둑에 내려놓고는 총총히 사라졌다. 감시의 눈길도 없는 상황이었을 테니 그로서는 천륜에 어긋나는 짓을 솔직히 굳이 하고 싶지 않았으리라. 갓 태어난 쌍둥이가 넣어진 구유는 강둑을 넘어온 강물에 들여 올려 한동안 하류를 향해 떠내려가다가 평탄한 강변의 땅 위에 무사히 안착했다. 아기를 강물에 띄워버리는 영웅서사는 구약성경의 모세 이야기에도 나와 있는 터다.
구유가 멈춰선 곳의 곁에는 야생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얼마 후 암컷 늑대 한 마리가 나타나 아기들에게 젖을 물렸고, 딱따구리 하나가 날아와 늑대를 도와 아기들을 지켰다. 라티니 부족 사람들은 딱따구리를 마르스신이 아끼는 성스러운 새라고 믿었고, 이는 나중에 생모가 아이들의 친부가 마르스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됐다. 물론 아버지의 진짜 정체는 영원히 오리무중이었다. 어머니가 낯선 사내에게 성폭행을 당해 원치 않는 임신을 했거나, 아니면 아이들의 친부의 신원을 밝히는 것이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늑대의 실체는 뭐였을까? 라티니 부족은 행실이 나쁜 여자를 암늑대라고 불렀는데, 쌍둥이 형제의 양아버지였던 파우스툴루스의 아내가 일설에 의하면 바로 이런 유형의 여인이었다고 한다. 구유를 강가에 놔두고 총총히 사라진 파우스툴루스가 어떤 동기에서인지는 몰라도 강가로 다시 돌아와 쌍둥이를 거둬 키웠던 것이다.
암컷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두 쌍둥이 형제가 세운 나라인 로마는
이리떼처럼 탐욕스럽게 주변국들을 공략하면서 대제국으로 발전해나갔다.
- 창업과 통합의 리더십 : 로물루스 (1)
로마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 플루타르코스가 비중 있게 취급한 것은 두 가지로 하나는 외부로부터의 전래설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내재적 발생설이다.
둘 가운데 먼저 전래설을 소개하겠다. 트로이가 오디세우스의 목마의 계략에 걸려 그리스 연합군에게 함락당할 때 소수의 사람들만이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했다. 학살과 약탈의 광란을 피해 망망대해로 떠난 트로이 유민들은 에트루리아의 해안가에 상륙했다. 그냥 이곳에 머물지, 더 나은 땅을 찾아 다시 항해에 나설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는 중에 한 여인이 배를 불사를 것을 제안했다. 새 출발을 위해서는 과거의 영욕을 모두 잊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트로이 유민들은 여인의 제안대로 배를 불태우고 팔라티움에 정착해 새로운 터전을 일군 다음 그곳의 지명을 여인의 이름을 따서 ‘로마’라고 지었다는 것이다. 신뢰하기 어려운 설이다. 그리스에게 전통과 역사에서 늘 열등감을 품어온 로마인들이 지어낸 허구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주인공 로물루스는 내재적 발생설에서 등장한다. 플루타르코스는 로물루스가 로마를 세웠다는 설을 가장 믿을 만한 전승이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로물루스와 로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로물루스를 트로이의 장수인 아이네아스의 후손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잦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로마라는 이름의 여인은 아이네아스와 로물루스를 혈연으로 이어주는 매개적 역할의 인물로 그려진다. 이 또한 전쟁에서는 이겼지만 전통에서는 그리스를 이길 수 없었던 로마인들의 뿌리 깊은 콤플렉스의 반영이라고 하겠다. 그리스 사람인 플루타르코스 역시 로물루스가 아이네아스의 후예라는 설을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은 신뢰와 인정을 받는 추론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는 “로마 너희들이 뛰어야 벼룩이야”라는 우쭐한 심리의 반영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자기네 무리를 위대한 영웅의 피를 이어받은 신성한 공동체로 자리매김을 시켜놓은 일이 어디 로마인만의 전유물이겠는가?
아이네아스의 후손들은 대대로 알바 왕국의 왕을 지냈다. 왕권은 누미토르와 아물리우스 형제의 대에까지 전해졌다. 동생 아물리우스는 형인 누미토르에게 꼼꼼히 따져보지 않으면 귀에 솔깃하게 들릴 그럴싸한 제안을 한다. 트로이에서 가져온 보물과 왕국 중에서 서로 하나씩 골라서 나눠 갖자는 것이었다. 장기적 투자에 서툴렀던 누미토르는 대뜸 왕국을 선택했다. 그러나 곧 왕국마저도 아물리우스의 차지가 되고 만다. 동생이 돈으로 형의 왕국을 사버렸기 때문이다. 이 시절에도 20세기의 한국처럼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던 모양이다. 동생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누미토르는 발을 동동 굴렸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아물리우스는 그럼에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그는 형의 집안을 아예 대를 끊어놓겠다고 다짐하고는 누미토르의 딸, 즉 자신의 조카를 베스타 여신을 섬기는 여사제로 만들어버렸다. 사제는 평생 독신으로 살아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누미토르의 딸은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사생아를 임신해 낳았다. 아물리우스의 심사를 한층 더 배배 꼬이게 만든 사실은 질녀가 하필이면 아들, 그것도 건강하고 잘생긴 쌍둥이를 낳았다는 점이었다.
아물리우스는 하인을 시켜 아이들을 강가에 버리라고 명령했다. 하인의 이름은 파우스툴루스였다. 파우스툴루스는 쌍둥이 형제를 버리려고 강가에 갔으나 홍수에 불어난 강물에 자기까지 덩달아 휩쓸려갈 것이 두려워 구유를 강둑에 내려놓고는 총총히 사라졌다. 감시의 눈길도 없는 상황이었을 테니 그로서는 천륜에 어긋나는 짓을 솔직히 굳이 하고 싶지 않았으리라. 갓 태어난 쌍둥이가 넣어진 구유는 강둑을 넘어온 강물에 들여 올려 한동안 하류를 향해 떠내려가다가 평탄한 강변의 땅 위에 무사히 안착했다. 아기를 강물에 띄워버리는 영웅서사는 구약성경의 모세 이야기에도 나와 있는 터다.
구유가 멈춰선 곳의 곁에는 야생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얼마 후 암컷 늑대 한 마리가 나타나 아기들에게 젖을 물렸고, 딱따구리 하나가 날아와 늑대를 도와 아기들을 지켰다. 라티니 부족 사람들은 딱따구리를 마르스신이 아끼는 성스러운 새라고 믿었고, 이는 나중에 생모가 아이들의 친부가 마르스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됐다. 물론 아버지의 진짜 정체는 영원히 오리무중이었다. 어머니가 낯선 사내에게 성폭행을 당해 원치 않는 임신을 했거나, 아니면 아이들의 친부의 신원을 밝히는 것이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늑대의 실체는 뭐였을까? 라티니 부족은 행실이 나쁜 여자를 암늑대라고 불렀는데, 쌍둥이 형제의 양아버지였던 파우스툴루스의 아내가 일설에 의하면 바로 이런 유형의 여인이었다고 한다. 구유를 강가에 놔두고 총총히 사라진 파우스툴루스가 어떤 동기에서인지는 몰라도 강가로 다시 돌아와 쌍둥이를 거둬 키웠던 것이다.
암컷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두 쌍둥이 형제가 세운 나라인 로마는
이리떼처럼 탐욕스럽게 주변국들을 공략하면서 대제국으로 발전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