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과 통합의 리더십 : 테세우스 (8)

in kr •  6 years ago  (edited)
□ 이기는 리더, 승리하는 리더십
- 창업과 통합의 리더십 : 테세우스 (8)

테세우스는 이후 여러 지역을 편력하면서 때로는 폭력적 방법마저 불사해가며 수많은 여성들을 취했다. 정복과 약탈이 공식적 경제활동의 일부로 통하던 시대였음을 감안하더라도 그리 떳떳한 행동은 아니었다. 그래도 의미 있는 일 한 가지는 해냈으니 테베인들을 설득해 전사자들의 시신을 묻기 위한 휴전협정을 처음으로 맺은 사실이 그것이었다. 그전에는 전쟁에서 죽거나 부상당한 자들은 짐승들의 먹잇감이 되기 일쑤였다.

테세우스 인생의 최대 오점은 헬레네 납치 사건이었다. 그의 나의 쉰 살 때의 일이었다. 평균수명이 지금보다도 훨씬 짧았던 때였으므로 한마디로 노추의 극치였다. 그런데 이 불세출의 영웅도 탈선의 출발점에는 마치 여느 비행청소년들처럼 친구 잘못 만난 탓이 컸다.

테세우스의 명성과 무용담에 이끌린 페이리투스는 테세우스가 마라톤에 방목해놓은 소떼를 일부러 훔쳤다. 테세우스는 도둑맞은 소들을 찾으려고 완전무장을 한 채 달려왔다가 절도범과 운명적 친교를 맺는다. 테세우스 역시 뻔뻔하기로는 일가견이 있었던 터라 두 남자가 코드가 일치한 것은 무리가 아니었으리라.

시작은 깔끔했다. 둘이 처음에 한 일은 라피타이 부족을 도와 켄타우로스들을 축출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켄타우로스는 상체는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고, 하반신은 말의 형태를 띠고 있는 반인반수의 괴물이다. 말과 인간이 공존하는 이러한 기묘한 모습은 켄타우로스가 스키타이족과 같은 유목민족의 일원이었음을 암시한다. 테세우스는 유목민족의 침입을 물리치고 그리스인들이 안심하고 농업과 상업에 종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줬다.

여기서 이제 그만 각자의 길로 갔으면 좋았으련만 이 늦깎이 친구들은 스파르타로 가서 아르테미스 신전에서 춤을 추고 있는 헬레네를 납치해 도주했다. 그리고 제비뽑기를 해서 승자인 테세우스가 헬레네의 남편이 되었고, 패자인 페이리투스는 그녀의 경호원이 되었다. 혼자 새장가를 드는 것이 미안했던지 테세우스는 몰롯시아의 왕인 아이도네우스의 딸마저 납치하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바람에 페이리투스는 개에게 물려죽고, 테세우스는 옥에 갇히고 말았다.

테세우스가 없는 사이 아테네에서는 중대한 정치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메네스테우스가 테세우스의 개혁 드라이브에 짓눌려 오랫동안 납작 엎드려온 보수세력을 결집시켰기 때문이다. 보수세력의 중심은 옛 지방귀족들이었다. 메네스테우스는 테세우스가 이들을 도시에 몰아놓은 뒤 심지어 노예와 다름없는 생활을 강요하고 있다며 보수층의 반감을 공공연히 자극했다. 그는 이주민인 테세우스에게 지배를 당하는 것이 과연 온당하냐며 아테네 토착민 출신의 평민들 역시 선동했다.

안이 소란스러워지자 바깥 역시 시끄러워졌다. 헬레네의 두 오빠인 카스토르와 폴뤼데우케스가 여동생을 내놓으라며 군대를 이끌고 아테네로 진격해온 탓이었다. 일설에 의하면 메네스테우스가 이들을 일부러 끌어들였다고도 한다. 헬레네의 오빠들은 아테네인들을 물리치고 아피드나를 점령한 다음 헬레네를 되찾았다. 메네스테우스는 아테네인들에게 저항하지 말 것을 충고하고는 카스트로와 폴뤼데우케스를 성 안으로 맞아들였다. 헬레네의 오빠들은 아테네 사람들에게 어떤 행패도 부리지 않았다. 그들은 비밀 의식에 참석한 다음 몰롯시아 군대를 데리고 조용히 물러갔다.

본국에서 이러한 급변사태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테세우스는 이국에서 무기력한 죄수의 몸으로 지내고 있었다. 세월 앞에는 장사 없다고, 왕년에 빛났던 용기와 지혜는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테세우스는 그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 헤라클레스가 아이도네우스에게 자비로운 선처를 호소한 덕분에 가까스로 풀려나 마침내 아테네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행이 아테네에는 그에게 충성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렇지만 ‘왕의 귀환’은 미완의 꿈이 되고 말았다. 그가 잔존한 지지자들을 규합해 도시의 대한 통제권을 재확립하려고 시도하자 반대파들이 일치단결해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가 된 테세우스에게 대항했다. 그간의 방종한 사생활이 테세우스를 이제는 경멸의 대상으로까지 만들어놓은 터였다. 테세우스 세력은 반대파에게 곧 제압당했고, 목적을 이루는 데 실패한 그는 자녀들을 은밀하게 에우보이아로 피신시켰다. 자신은 가르겟토스로 가서 아테네 사람들에게 저주가 내리기를 빌었다. 그는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다시 돌릴 수 없음을 깨닫지 못했다.

테세우스가 이끄는 아테네가 기마민족인 스키타이인들을 물리친 일을
그리스 신화에서는 그가 켄타우로스들과 싸운 사건으로 묘사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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