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과 라볶이

in kr •  7 years ago  (edited)

대학 동기 중에 소위 말해 많은 동기들에게
비호감으로 여겨지는 한 여자 동기가 있었다.

글쎄,
왜 그리 그 친구가 동기들 사이에서 비호감이었는지는 나는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내 기억 속의 그 친구는 조금은 푼수끼가 있는 그런 유형의 친구였던 것 같다.

아무튼
나는 주위의 적지 않은 친구들을 통해
그 비호감 친구의 뒷담화를 들었으며
나는 그 비호감 친구를 진정으로 알아보기도 전에
그 친구에 대한 이런 저런 안 좋은 얘기를 듣고
약간의 편견이 생겨 그 친구를 가까이 하지 않았는데..

내가 중국으로 유학을 다녀오느라
학교를 오래 휴학하고 나와 친했던 친구들은
이미 모두 졸업을 한 상태여서 거의 졸업반
됐을 때에나 그 친구와 따로 만날 기회가 생겨 같이
찜질방도 가고 커피숍에 가서 수다도 떨고 했었는데
왠걸.

주위의 대부분의 동기들이 나쁘게 말했던
그런 단점을 나는 그 친구에게서 찾기가
정말이지 쉽지 않았다.

물론, 그 친구가 나랑은 다른 스타일이고
약간 푼수끼가 있어서 나 같으면 하지 않을
말도 서슴없이 하고 하긴 했지만 나는 그 점이 그냥
재밌게 보였지 짜증이 나거나 이상한 애라고
생각이 들지는 않더라.

그런 일이 있고 난 후에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주위에서 말한 그 비호감 친구의 평가도 맞을 것이다.
그 친구의 남들이 싫어할만한
부분이 그 친구에게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같은 그 친구를 만났지만
딱히 그 친구가 멀리 해야만 할 사람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는 세상을 살며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 사람들 중에는
대체적으로 좋은 사람도 있을 것이며
대체적으로 비호감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절대적으로 호감,비호감인 사람은 없으니)

그렇지만 내가 그 사람을
비호감이라고 여기지 않는다면
그 사람도 딱히 나에게
비호감의 행동을 하지 않는다.

내가 그 사람을 비호감이라고 여기고
비호감으로 대하는 순간,
그 사람은 정말 그때부터 나한테
비호감의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한테,
설사 나는 그 사람이 그냥 그럴지라도
당해낼 재간은 없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 앞에서는
인간은 희안하게도 그 사람이 나를 바라보는
그 눈길 그대로 그 사람에게 행동하게 된다.

나를 사랑스럽게 보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스러운 태도를,

나를 싸가지 없게 보는 사람 앞에서는
더더욱 싸가지 없게,

나를 참 매력있는 사람으로 보는 사람 앞에서는
나도 매력있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양자 물리학에서 발견한 중요한 사실은
바로,

'관찰자가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

는 것이라고 한다.

그 둘은 전혀 상관없는 대상이 아니라
관찰자의 생각과 시선을 통해 그 대상은
얼마든지 변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대단한 발견 아닌가.

관찰자의 시선이,
그를 향한 생각이,
정말 그를 변하게 한다니.

나는 그 친구와 좋은 친구로까지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그 친구는 내가 필요하면 도움을 주던,
약간의 푼수끼가 있었지만 나에게는 그게 그 친구가 가진
재밌는 매력을 가진 그런 친구로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사람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가.

그리고 편견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계속 그런 편견의 눈으로 그를 바라보지 말자.

우리가 생각하고 바라보는 그 시선 그대로
그는 그렇게 행동할테니.

그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역효과인 것이다.

단점 투성이인 사람도 한가지의 장점은 있을 것이고
내가 그 한가지의 장점을 찾아 그런 장점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 사람을 바라봐주면
그는 그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내 앞에서만큼은
내가 그를 바라보는 대로 행동하려 할 것이다.

왜냐.
내가 그를 그렇게 바라보니까.

타인 뿐만이 아니라
나 자신을 바라볼 때도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경험에 의해서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딱 정의 내리지 말자.

'나는 소심한 사람' 이렇게 정의해버린다면
나는 내 자신이 용기를 내려 하는 상황에서
'나는 소심한 사람'이라는 나의 원래 정의에
맞지 않아 마음 속에서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내가 가진 생각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쉽게 변한다고 하지 않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변하기도 하더라.

나의 단점이 변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나의 감춰진 장점을 더 많이 드러내며 살 수는 있다.

혜민 스님이 이런 말을 했다.

"김밥은 라볶이랑 먹어야 맛있어요.
비빔밥이랑 먹으면 맛 없어요."

내가 김밥이라면 나를 더 맛있게 만들어줄
라볶이 같은 친구랑 더 자주 어울리자.

비빔밥 같은 친구가 나빠서가 아니라
내가 김밥이라서 그렇다.

이렇게 살다보면 나를
최대한 맛있게, 최대한 돋보이게
그렇게 행복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타인도 나를 통해 더 돋보일 수 있다면
서로 김밥과 라볶이같은 관계가 될 수 있다면,

이 세상도 조금은 살만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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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자가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말 이네요..지나가다 글이 좋아 인사드립니다.^^

sugarysalt님~ 제 예전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