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이들을 위한 도시, 라라랜드. 저마다 자신만의 꿈을 꾸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시련과 고군분투를 보여주며 영화를 보는 관람객들마저 어느 샌가 라라랜드에 사는 어느 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한 편의 마법 같은 영화. 오늘 함께 다시 볼 영화는 [라라랜드(LALA LAND)]입니다.
어떤 영화든 그렇지만, 영화를 정말 100퍼센트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가장 우선시 되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영화 제목에 대한 이해입니다. 소설, 시에서도 그렇듯이 모든 내용을 설명할 수 있도록 그 의미를 함축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제목입니다. 제목엔 그만큼 중요한 의미들이 담겨 있고, 제목에 대한 이해는 그 아래 따라오는 내용들을 더욱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영화의 제목은 ‘라라랜드’입니다. 이것은 첫 보았을 때엔 노래를 부르는 듯한 단어인 ‘LALA’에 ‘LAND’라는 장소적인 단어를 합친 듯 보입니다. 영화 소개에 따르면 ‘라라랜드’는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도시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것을 뒷받침하듯 영화가 시작되면서 첫 번째로 제시되는 노래인 ‘Another day of sun‘은 꿈꾸는 사람들의 희망찬 의지를 즐겁게 노래합니다. 이 부분만 본다면 ’라라랜드‘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도시라는 말이 맞다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라라랜드'의 진짜 의미는 그 뒤에 제시되는 노래들에서 나옵니다. 미아를 떠나보내고 다리에서 춤추듯 쓸쓸하게 ’라라랜드‘를 노래하는 세바스찬의 ‘City of Stars’에서 ‘라라랜드’는 마냥 꿈꾸는 사람들을 위하는 곳이 아닌,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 속에 꿈을 품고서 살아가지만 세상은 그것을 다 받아줄 만큼 수용적인 곳이 아닌 현실적인 곳임을 알 수 있습니다. ‘City of Stars’의 Ver.1의 가사 한 부분입니다. ‘City of stars, are you shining just for me? City of stars, There’s so much that I can’t see. Who knows? Is this the start of something wonderful? Or one more dream that I can not make true. (별들의 도시여, 당신은 나만을 위해 빛나고 있는가? 별들의 도시여, 너무 많아 보이지 않아요. 누가 알까? 이것은 어떤 환상적인 일의 시작인지, 또는 내가 이룰 수 없는 또 하나의 꿈에 불과할지.)' '라라랜드'는 꿈꾸는 사람들에게 시련을 가하고, 꿈을 쫓아가는 사람들을 현실감이 없다고 비난하며, 꿈꾸는 사람들을 좌절시킵니다. 그러니까 ‘라라랜드’는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도시가 아닌, 꿈꾸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곳이 바로 ‘라라랜드’인 것입니다.
‘이곳에서 모든 감정이 폭발한다.’ 포스터에 나온 이 말은 정말 이 영화를 설명하기에 더없이 좋은 문구라 할 수 있습니다. 여느 영화처럼 연인이 되고자 하는 두 사람이 나오고, 그들의 달고 쓴 연애 스토리가 나옵니다. 하지만 [라라랜드]는 거기서 끝이 아니라 이 두 사람의 연애의 모습들이 그들이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에 맞추어 변해감에 따라 그 상황에 나타날 수 있는 복합적인 감정, 그 감정들이 이루는 감정선을 음악으로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표현해내었습니다. 플라네타리움에서 무수한 별들이 빛나는 그 사이로 미아와 세바스찬이 함께 춤을 추던 것처럼 사랑, 응원, 슬픔, 분노, 갈망, 혼란, 연민, 후회와 같은 그들의 감정은 무수한 별이 되어 빛나고 그 속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추며 나아가듯 그들의 연애는 무르익어갑니다.
연애감정이란 서로 다른 사람 사이에서 생겨나기 쉽고, 사람은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끌린다고 합니다. 여주인공인 미아와 남주인공인 세바스찬 또한 그러했습니다. 재즈를 싫어하는 미아와 재즈를 사랑하는 세바스찬,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그들에게 맞추어 나가려는 미아와 ‘사람들 따위’라며 사람들의 시선을 눈치 보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관철해나가고자 하는 세바스찬. 대게의 연인들이 그러하듯 그들의 이러한 차이점은 그들이 서로에게 끌리게 만들었고, 그들은 사랑을 하며 점점 자신들이 닮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라났고, 각자 다른 가치관을 가진 개인 두 명이 짧은 시간의 만남으로 완전히 같아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연애 초기에는 ‘우리는 이 점이 같아. 너도 이걸 같이 좋아하고 있어. 우리는 참 잘 맞는 것 같아.’라며 콩깍지가 반영된 시선으로 자신들의 관계를 바라보지만 시간이 가며 연애가 점점 무르익어갈수록 이제껏 보아왔던 자신들의 공통점의 뒤로 아직 보지 못했던 차이점들이 점점 연인들의 눈앞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차이점은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인지하지 못했던 차이점은 ‘다른 것’이 아닌 ‘틀린 것’으로 보이게 되고, 이것이 자신들이 해결해 나가야할 큰 고비로 보이게 됩니다. 이것은 ‘이 사람은 나와는 다르다.’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얘는 나를 사랑한다면서 나한테 맞춰주질 않아. 생각을 너무 이상하게 해.’라고 생각하며 관계를 점점 악화시킵니다.
그들이 서로 다름을 알 수 있게 되는 계기는 미아의 부모님과의 전화로부터 시작됩니다. 전화의 내용 속에서 미아는 세바스찬이 언젠가 고정적인 일을 할 것이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미아에게 이 말의 뜻은 ‘세바스찬이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자신이 원하던 재즈클럽을 여는 것’이었고, 세바스찬이 이해한 그 말의 뜻은 ‘무엇이라도 좋으니 좀 더 지금보다 고정적이고 안정된 일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듯 다른 이해는 그들이 갈라서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세바스찬이 ‘messengers’에 들어가 피아노 대신 키보드를 두드리고, 그가 사랑하던 재즈 대신 밴드 음악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미아는 큰 환멸감을 느낍니다. 세바스찬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빠른 시일 내에 끝내고 본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다시 할 것이라 생각했던 기대 또한 세바스찬과 식사를 하며 나누는 대화 안에서 깨어집니다. 이 일로 미아는 그에게 크게 실망하지만, 세바스찬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생각과 이해의 차이로 인해 미아와 세바스찬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연인의 다른 점을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포용하는 과정이 그들 사이에서 반드시 필요했지만 세바스찬이 입을 다묾으로써, 그들이 대화하는 횟수가 줄어듦으로써 소통에 부재가 오게 되었고 결국 일이 터져버리고 만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들의 문제를 단지 ‘연애’의 입장에서만 본 것이고, 이것을 영화의 주된 소재인 ‘꿈’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그들의 연애의 모습은 살짝 다르게 보이게 됩니다. 꿈은 언제나 자신에게 가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꿈은 저 멀리 하늘에 떠오른 무지개처럼 손에 잡힐 수도 없게 멀리 있고, 가까이 가려 해도 그 길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멀어 보입니다. 하지만 꿈을 이룰 기회는 반드시 한 번은 찾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세바스찬에게 그것은 미아와의 사랑을 통한 꿈에 대한 깨달음이었고, 미아에겐 ‘엘레노어’의 캐스팅이었습니다. 기회라는 것은 쉽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회가 생겼을 때 그 때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지만 그 선택에는 수많은 기회비용이 존재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친구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안정성이고, 그리고 미아와 세바스찬에게는 사랑이었습니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꿈을 대하는 입장이 다릅니다.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에는 비슷했을 지도 모르겠다만, 배우가 되고 싶은 미아는 실패하더라도 끊임없이 계속해서 그것에 도전하는, 처음과 같은 태도로 꿈을 대하고 있는 반면 세바스찬은 미아를 사랑하게 되며 순수 재즈만을 추구하던 꿈의 방향이 점점 ‘미아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바뀌게 됩니다. 각자가 자신의 꿈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서 그것을 위해 노력을 할 때는 그들의 사랑 또한 행복한 순풍을 타고 이어짐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통의 부재로 인해 세바스찬이 선택한 ‘messengers’의 데뷔는 미아의 이해를 얻지 못하게 됨으로써 세바스찬은 결국 미아의 사랑을 잃고 말았고, 미아는 세바스찬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1인극 성공에 대한 두려움으로 계속해서 시달리다 결국 1인극이 완전히 실패함으로써 세바스찬과의 사랑과 동시에 꿈에 대한 열정을 잃고 말았습니다. 세바스찬과 미아의 꿈이 무너질 때 그들의 관계 또한 무너지는 모습이 영화 속에서 함께 그려지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뒤 상심하고 좌절한 미아가 고향으로 내려가고, 세바스찬이 홀로 좌절에 빠져 있을 때에는 그들의 꿈의 흐름 또한 멈춰섭니다. 이렇듯 이제 이곳이 끝이구나 하는 그 순간에 미아에게 그녀의 인생을 다 바꿀 캐스팅 제의가 들어오게 되고, 세바스찬으로 인해 미아는 마지막으로 꿈에 도전하게 됩니다. 이 때 그들의 사랑은 다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듯 보이게 됩니다. 하지만 이별의 말 중에서 ‘우린 너무 멀리까지 와 버린 것 같아.’ 라는 말처럼 이미 벌어질 대로 벌어져 버린 미아와 세바스찬의 관계가 회복되기엔 그 일은 너무나 작았습니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이제 이별뿐입니다. 앞으로도 여기저기 투어를 돌아야하기 때문에 또다시 떠나야 하는 세바스찬의 상황과 연극을 찍기 위해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하는 미아의 상황은 이미 너무 멀리까지 와버려 이제 다시 되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멀어진 그들의 관계와 맞아 떨어지게 됩니다. 그것은 이미 미아와 세바스찬 또한 알고 있었던 부분이었고, 흘러가는 대로 계속해서 가보자는 이별의 순간 그들은 그제야 서로의 다른 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영원한 사랑을 속삭입니다. 비록 사랑은 이곳에서 끝났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계속해서 갖고 살아가기로 마지막 약속을 한 것입니다.
그들의 사랑은 끝났지만, 세바스찬과 미아는 각자의 자리에서 꿈을 이루고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러한 결말에 대해 시간이 넘어가기 전 부분인 그리니치 공원에서의 두 사람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한 관람객들은 ‘결말이 너무 갑작스러웠다.’라고 이야기했고, 둘의 대화를 이해한 관람객들은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엔딩이 아닌가 싶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저 또한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는 아직 이해가 완전히 되지 않았을 때엔 ‘꿈을 이루기 위해 사랑을 포기한다니, 나는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은 변명일 뿐이다.’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글을 준비하면서 영화를 몇 번을 다시 보고, 영화 내용을 몇 번을 곱씹으며 겨우 결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사랑은 그들의 꿈에 대한 성취도와 비슷하다고 했는데, 마지막에서만 차이가 나버린 것은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서가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은 생각보다 아주 예민하고 민감한 감정과 감정들이 모여 만들어지고, 방향이 잘못 가고 있음을 느꼈을 때 그것을 다시 되돌리기엔 잘못된 방향으로 인해 만들어진 수많은 슬픔과 좌절, 분노와 배신감 등의 감정은 되돌리는 그 일을 힘들게 만듭니다. 그런데 미아와 세바스찬의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 해서 그들 사이에 생겨버린 그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누르고 그들이 결혼을 하게 하는 해피엔딩은 전체적으로 현실적인 모습을 담고 있는 영화의 흐름에 전혀 맞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아와 세바스찬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 것입니다.
하지만 사랑을 같이 있어야만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 대신 두 사람의 마음이 같은 양상으로 하나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면 그들의 꿈이 이루어진 것처럼 그들의 사랑 또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비록 세바스찬과 미아는 이별했지만 그들은 이별을 한 뒤에야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응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애 중반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던 사랑이 이별을 통해 하나가 된 것입니다. 결말에 대한 생각은 제가 예상하는 것들 이외에도 많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그렇게 사람들의 생각을 계속해서 불러 일으키는 영화를 좋은 영화라고 평가하는 바이고, 그렇기에 라라랜드는 정말 작품성이 뛰어난 훌륭한 영화였다, 라고 생각합니다. 그 뜻을 전하며 이번 글은 여기에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우와 정성스런 감상평 잘 읽었습니다.
마치 라라랜드를 다시 관람한 기분이에요
어디 기고를 위해 작성하신 글인가요
아니면 오로지 스팀잇 포스팅을 위해
영화를 몇 번씩 리플레이하는 수고를 마다치 않고 작성하신건가요
소원 리뷰도 그렇고 정말 대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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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라라랜드 영화가 그냥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요 ㅠㅠ City of Stars, Someone in the Crowd, Audition 등등 노래들도 다 좋고, 특히 Audition 노래는 듣다 펑펑 울기까지 했습니다 ㅠㅠㅠㅠ 그러다보니 이 생각을 어디든간에 글로 남기고 싶은데 제가 따로 개인블로그를 안 하다보니 여기 올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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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sign님의 글을 아직 몇 편밖에 보지 않았지만
Audition의 노래 느낌과 어딘가 어울려요
시간나는 대로 나머지 글도 다 읽어보려구요
느낌상 스팀잇에서 가장 인상적인 글들이 되지 않을까 싶군요
굿밤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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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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