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일기] 영상CG 업계 근무 후기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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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저는 대학교 자퇴+ 전역후 강남역 SBS컴퓨터 아카데미로 달려가서 1년배우고 첫 입사를 CG업계 회사로 했습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셨죠. 첫단추가 잘 끼워져야 다 들이맞는다고... 모든 영상 회사가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첫입사때 근로 계약서를 쓰면서 급여를 봤는데 거짓말 안하고 3개월 수습기간 80만원 받고 수습이 끝나면 160으로 시작한다고 합니다. 어쩌면 제가 잘모르고 이용당한거일지도 모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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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저는 지원을 후반작업팀(보정,편집,특수효과)으로 했습니다만 현장에서 급한 인력이 필요하다고 해서 전반 작업팀(카메라, 음향, 조명)쪽으로 지원하게 되었는데 그중에서 저는 프리비전팀으로 배정받고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착취가 시작됬는데 카메라줄 잡고 뛰는 알바인력이 항상 도망가서 대신 잡고 뛰고 보조출연 인원이 부족할경우엔 대신 참가도 하며, 전반팀이 일을 마치고 쉬는날에는 회사로 출근해서 보정작업 연습과 교육을 하며 밤 11시 이후에 가는 완벽한 열정페이 시절이었습니다. (추석에도 연휴 5일 다나왔지만 월급은 80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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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직장에서 착취의 대가인지 우연인지 모르지만 하나의 <영상>이 제작되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전부 두루두루 배울수있었지만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컴퓨터 학원에서 취업준비교육을 들으며 출석률은 톱이였지만 실력은 하위권이였습니다. 그때 저는 단순히 노력이 부족해서인줄 알며 취업을 하면 실력이 늘으니 알아서 해결되리라 믿었지만 근무를 해보니 실력이고 뭐고 도저히 살아남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팀장님 께서 직접 "너새끼 진짜 1년동안 영상공부한놈 맞아? 어디가서 그런말하지마... 윈도우 무비메이커만 했다고해." 라고 할정도로 기술을 이해하는 속도로 더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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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직장인 CG회사에서 퇴사하며 처음으로 배운것은 영상분야의 기술이나 감각보다 세상에 좋아하는일과 잘하는일이 있다는것을 말이죠... 처음 퇴사할때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았습니다. 학창시절 공부를 못헀기에 학교에서 뭐해먹고 살지 진지하게 고민 1년 한끝에 내린 결과가 예술 영상이고 마침 그때 트랜스포머가 나와서 결심은 확고했습니다. 대학교에서도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를 기본으로 하며 군대에서도 영상쪽으로 하루 빨리 성공할 생각을 갖고 버텼는데 투자한 기간이 5년이상임에도 불구하고 미적감각 부족 으로 인해 과감히 접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추억이며 내가 할수있는 일이 아니라는것을 알기에 상관없지만...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궁금즘이 있습니다.

  1. 그 많은 영상CG 학원에서 졸업한 학생들은 어디 취업할까? 다들 나처럼 열정페이행 열차에 탈까?

  2. CG업으로 돈번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왜 계속 CG업계 종사자는 늘어나고 학원은 왜 긍정적으로 포장할까?

  3. 그렇게 밤새고 철야근무하면서 정말 과로사로 죽은사람이 없는건가?

  4. 돈벌려면 정말 장비 팔거나 임대해주는 업자나 3D학원 차리는 것 밖에 없는걸까?

  5. 기획하느라 몇달째 봉급을 못주는 사장과 직원의 삶은 대체 누가 구원해주는가?

  6. 한국 영상업계는 해외처럼 일은 못하더라도 최소한 사람답게 살수 있는 날이 오기는 할까?

혹시 영상쪽으로 진로 생각하는 분들이 제 글을 봤으면 죄송합니다... 소금을 끼얹는것 같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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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글 잘 읽었습니다. 열정페이로 얼룩져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조금 더 글을 읽고 싶네요. 팔로우하고 갈께요

한국 예술업계의 관행이라는것이 참 웃기죠.... 기자나 무용, 사진쪽은 더 심하다고 합니다. 저도 맞팔로우하고 자주 소통해요~

영상은 화려한데
페이는 우울하네요..

네... 제가 퇴사하기전에 들은 말이 뭐냐면... 너는 영화 앤딩 크래딧에 니 이름이 나오는 자부심 하나로 먹고 살아야도ㅐ!! 라는 대답이었습니다.... 마치 착취를 받아들이라는 말로 들리더군요

와...CG 쪽이 정말 빡센 작업량에 페이는 적다고 알고 있었지만...이정도일줄은. 그래도 현장스탭 페이보다는 나을 줄 알았거든요. CG업체들은 돈을 굉장히 많이 번다고 알고있었는데. 정말 후반작업도 이렇게 착취일 줄은. 생생한 이야기 잘 보았습니다. ㅠㅠ

저는 cg업이였지만 음향이나 조명, 카메라줄 잡고 뛰는 막내는 한 170~80으로 알고있습니다.. 그리고 10년 넘게 고생해서 감독을 달면 그때부터는 4~500만은 거뜬히 벌죠... 문제는 감독이 되도 컵라면과 친해져야하고 완결되기전 1~2달은 하루 3시간 자고 출장다닐 각오는 하셔야합니다...

결국 요구되어지는 열정을 바탕으로 하는 노동력 착취....
안타깝기만 하네요...

그리고 5년이라는 적지 않은 세월을 투자했음에도
과감한 선택...

을 보면서 과감성도 필요하구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네 맞습니다... 만약 제가 마라톤하듯 꾸준히 버티면서 언젠가는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있었으면 아마 지금쯤 새벽 1시에도 동료들과 작업실에서 컵라면 먹으면서 일하고 있지 않을까 해요 ^^..... 꾸준함도 상황에 따라선 맹독이 될수있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네요. 고생하셨어요.
솔직하게 풀어내주셔서 용기있게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설령 언젠가 누가 스팀잇의 이 사진을보고 저를 바로 찾아내도 아무것도 모르는분들이 열정페이 열차에 타는걸 바라진 않내요...ㅎㅎㅎ

국내와 해외, 광고 & 영화 쪽에서 특수효과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1.저도 학원을 짧게 다녀봤던 시절이 있습니다만, 평균적으로 열명중 1-2명만 취업했던거로 기억합니다.

2.학원은 물론 돈을 벌어야 하니 포장 하겠지요. 돈을 번 사람이 없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아티스트로써는 국내에서는 소수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회사는 잘 버는 회사가 있습니다.

3.있다고 들었습니다. 한 예로 서울비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4.국내에도 제법 잘나가는 크고 작은 영상 제작회사들이 많습니다.

5.이런 경우가 종종 있는게 국내 영상 업계 입니다. 밀린 임금을 몇년 지나 받기도 하지만, 못받는 경우도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6.인건비에 대한 개념과 기술직에 대한 대우를 기반으로 한 의식이 자리 잡지 않은 기업문화 속에서는 굉장이 오래 걸린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해외로 나와 있습니다.

오오 반갑습니다. 현역이시군요 ㅎㅎ... 역시 차라리 해외로 가는게 낫군요... 서울비전의 경우 너무 씁쓸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