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찬 상영중] 더 포스트 (2017) - 혼돈의 중심에서 거장들이 외치다

in kr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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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의 황제일 뿐만 아니라 역사의식까지 갖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그가 절박한 마음으로 꼭 2017년에 개봉하고자 12주 만에 제작을 마쳤다는 영화 <더 포스트>. 스필버그 감독은 '최초의 가상현실 블록버스터'로 홍보되고 있는 차기작 <레디 플레이어 원>을 제작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더 포스트>의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서 꼭 연출하고 싶었다고 한다. 스필버그 같은 거장이 욕심 낼 정도로 뛰어난 시나리오였다고 하니 대체 누가 썼을까 궁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신인 작가 리즈 한나의 각본에 영화 <스포트라이트(2015, 토마스 맥카시 감독)>로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은 조시 싱어가 힘을 보탰다고 한다. 게다가 메릴 스트립과 톰 행크스가 처음으로 같은 영화에 출연한 작품이 바로 <더 포스트>라고 하니 이 영화에 응집된 거장들의 에너지는 측정계의 한계를 가뿐히 넘어선다. 도대체 <더 포스트>가 무슨 이야기이기에 거성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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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과 박근혜 일당의 국정 농단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경이로운 촛불집회 끝에 박근혜가 탄핵되기까지의 과정은 전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성취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할 때 어떤 혁명적 변화가 가능한지 함께 절감했다. 오랜 시간 숨죽이며 권력의 눈치를 보기 바빴던 언론이 열심히 일하자 세상이 뒤집어진 것이다. 세상을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서 올바른 언론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 영화 <더 포스트>는 알려준다. 더불어 언론계에서 진실을 쟁취하기 위한 경쟁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가 자존심을 걸고 벌이는 취재 경쟁에서 패자는 없다. 모두가 승자다. <더 포스트>의 시놉시스는 다음과 같다.

"1971년, 뉴욕 타임스의 ‘펜타곤 페이퍼’ 특종 보도로 미 전역이 발칵 뒤집힌다.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에 이르는 네 명의 대통령이 30년간 감춰온 베트남 전쟁의 비밀이 알려지자 정부는 관련 보도를 금지시키고, 경쟁지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장 ‘벤 브래들리'(톰 행크스)는 베트남 전쟁의 진실이 담긴 정부 기밀문서 ‘펜타곤 페이퍼’ 입수에 사활을 건다. 결국 4천 장에 달하는 정부 기밀문서를 손에 쥔 ‘벤 브래들리’(톰 행크스)는 미 정부가 개입하여 베트남 전쟁을 조작한 사건을 세상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워싱턴 포스트 최초의 여성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메릴 스트립)은 자신과 회사 등 모든 것을 걸고 세상을 바꿀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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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 한다는 점에서 1971년과 지금의 미국은 닮아 있다. <더 포스트>의 종반부, 역정을 내며 워싱턴 포스트 기자의 백악관 취재를 금지시키는 닉슨 대통령을 보면, 자연스레 기자회견장에서 CNN 기자의 질문을 금지한 트럼프 대통령이 떠오른다. 자, 그럼 그토록 언론을 적대시했던 닉슨 대통령이 맞이한 결과는? 역사에 나와 있는 그대로다.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이 '워터게이트' 특종을 보도했고, 결국 닉슨 대통령은 하야했다. 영화 <더 포스트>는 역사의 교훈을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역사 선생님 스필버그가 전하는 직격탄과 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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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포스트>는 자본과 정치권력에 대한 견제, 민주주의를 사수하는 보루 등 언론의 본질적 사명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한편, '캐서린 그레이엄'(메릴 스트립)이 남성 중심 사회의 편견에 맞서 여성 리더로 성장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캐서린 그레이엄'(메릴 스트립)은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비즈니스 리더 리스트에 여성 최초로 이름을 올린 실존 인물이다. <더 포스트>로 또 한 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메릴 스트립은 부유한 집안의 가정주부였다가 갑작스레 언론사 대표를 맡게 된 캐서린 그레이엄이 겪는 심리적 변화를 조금씩 강해지는 연기 톤으로 탁월하게 표현한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그녀의 연기 덕분에 워싱턴 포스트의 승리는 여성의 승리로 승화된다.
이 대목에서도 <더 포스트>는 현재 상황을 환기시킨다. 바로 작년에 미국에서 시작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이다. 캐서린 그레이엄은 여성의 전통적 성 역할에 반기를 들고, 여권 신장을 위해 치열하게 싸운 인물은 아니다. 다만 아버지와 남편 대신 얼떨결에 앉게 된 워싱턴 포스트 대표의 자리에서 자신의 소신대로 일을 추진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림으로써 여성에 대한 편견을 격파해 나갔을 뿐이다. 철저하게 백인 남성 중심 사회였던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워싱턴 포스트 대표로서 그녀가 보여준 행동 하나하나는 굉장한 상징성과 영향력이 있었을 것이다.
엔딩 씬에서 극 중 캐서린 그레이엄은 "뉴스는 역사의 초고(News is the first rough draft of history)"라는 필 그레이엄(캐서린 그레이엄의 남편)의 말을 인용한 후 "완벽하지 않지만 계속 써나가는 것, 그게 우리 일이죠"라고 담담히 말한다. 어느 문장이 더 멋들어진지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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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 (E. H. Carr)'라는 금언(金言)을 가슴에 품고서 어떤 깊은 간절함으로 <더 포스트>를 완성한 것 같다. 노병은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으며 그 어떤 청년보다도 활기찰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스필버그 감독의 인터뷰 중 일부를 인용하며 <더 포스트> 리뷰를 마친다.

-이 영화가 현재 미국 시민에게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을까.
“내가 지금 느끼는 것과 1971년에 내가 느꼈던 것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한 적이 없었고 이렇게 목적이 분명한 영화를 만든 것도 처음이다. 누구도 정치에서 도망칠 수 없다. 올해의 사회가 이 영화를 만들었다.”

[출처: 중앙일보] [인터뷰] '더 포스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올해의 미국이 만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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