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미투(ME TOO)운동은 어디로 가나

in kr •  7 years ago  (edited)

안희정 전지사의 성추문사건 이후 한국의 미투운동은 절정으로 가고 있는 듯합니다. 지난 주에 정봉주 전의원을 향한 성추문의혹이 프레시안에서 제기됐고, 대학 재직시절 성추문으로 경찰소환을 앞뒀던 배우 조민기씨가 자살로 생을 마무리했습니다. 순가쁘게 추문을 전달하는 기사에 정신이 없을 정도입니다.

의혹의 제기는 처음에 문화∙예술계에서 시작해 이제는 정치계로 불꽃이 튀었습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에게 성이슈는 굉장히 민감한 이슈입니다. 단순히 이미지훼손이 아니라 선거당락도 결정짓기 때문이죠. 그래서 더불어민주당의 민병두의원은 국회의원 사퇴를 선언하고 서울시장 당내 경선도 포기하면서 진위를 따지겠다는 입장입니다(물론 실제로 사퇴가 이뤄질지는 모르겠습니다. 벌써부터 당에서 사퇴를 철회하라는 요구가 있습니다).

정치인으로 미투운동이 전개되면서 운동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덩달아 많아졌습니다.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하는 사안이 많아지면서 과연 이 운동이 누구의 이익에 봉사하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선거철이 다가올수록 이 운동의 가치는 사라지고 정략에 따라 훼손되는 사례가 많아지리라 생각합니다. 미투운동의 가치에 찬성하지만 소모적 싸움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김어준이 제기한 미투운동의 공작설도 이런 우려가 깔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정치세력은 유불리를 따져 이용하겠죠. 그래서 금태섭의원 등이 제기했듯 미투운동의 공작설이 피해자의 순수한 발언을 위축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한 미투운동은 계속돼야 합니다. 왜냐하면 미투운동은 하루만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죠. 성권력의 위계로 발생하는 악습이기에 쉽사리 단죄되지도 바뀌지도 않습니다.

모든 운동은 처음에 순수하게 시작합니다. 그러나 불같이 타오르던 운동도 언젠가 식습니다. 오히려 이것이 걱정스럽습니다. 미디어가 미친듯이 써내려가다 어느 순간 관심을 거두면 사라질까 걱정스럽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하고 나아가 제도로 수용할 방안을 생각해야 합니다.

미투운동을 보며 몇 해 전 강남역사건을 떠올렸습니다. 묻지마살인으로 운명을 달리한 여성은 저의 누이일 수도 여자친구일 수도 있었습니다. 미투운동도 여성만 문제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누구도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피해자의 목소리는 존중돼야 합니다. 그러나 아니면 말고식 폭로는 엄격히 처별해야 합니다. 특정한 이득을 목표로 이용된다면 그거야말로 피해자를 향한 모독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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