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in krcalligraphy •  last year 

주목(注目)-요즘 잘 쓰이지 않죠? 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에게 쓰던 말인데 요즘은 어떤가 모르겠네요.

기울일 주(注) 눈 목(目)-시선을 하나로 모아달라는 것이죠. 이 말과 비슷한데 좀 더 분명하게 뜻을 표현한 말이 있으니 바로 집중(執中)입니다. 잡을 집(執) 가운데 중(中)이죠. 가운데를 잡아라? 이게 무슨 소리? 우리는 여기서 동양사상의 핵인 중(中)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운데 중! 가운데라는 단어를 여러분은 알고 계신가요?
원래 고어(古語)로는 가온데입니다. 우리가 최초의 자리에서 동요하기 시작하면서 주처를 잃고 변방을 향해 가고 또 가죠? 그 변방이 한글로는 ‘가’입니다. 갓길이라는 말에서도 쓰이죠? 가로 갈수록 최초의 진실과는 멀어지므로 탁해집니다. 그 상태에서 하는 짓을 갓짓이라 하는데 그게 거짓이란 말의 근원입니다.

거짓 가(假)도 그런 맥락입니다. 그래서 가로 헤매고 다닐수록 인생은 피곤하며 의식은 몽롱하니 불안해지고 그래서 자기를 지키려는 짧은 마음을 일으키니 그게 이기심이며 사심(私心)입니다.

지금 우린 얼마나 시작의 자리에서 멀어졌을까요? 얼마나 가로 온 것일까요? 우리는 한없이 가에서 더 멀고 먼 가로 이 모험을 떠나도 괜찮은 것일까요? 어느 순간 중심의 인력이 툭 끊어질지도 모릅니다. 고향의 빛은 더 이상 나를 비쳐주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더 늦기 전에 고개를 돌려볼까요?

중의 자리가 마땅히 내가 있을 자리입니다. 모름지기 극단적이지 않으며 치우침이 없는 자리-거기에는 바람 한 점 없는 고요가 있습니다. 중국의 성군이라는 요임금이 순에게 왕위를 물려주면서 치세의 비결을 한마디 전해주죠.

윤집궐중(允執厥中)! 진실로 그 중을 잡아라!

나중에 순임금도 우에게 왕위를 건네주며 마찬가지로 이렇게 말을 남깁니다.

"인심은 오직 위태롭고 도심은 오직 은미하니 정밀하게 하고 한결같이 하여야 진실로 그 중(中)을 잡을 것이다." (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사람마음은 위태롭고 도심은 희미하니 그대는 오로지 정밀하게 그 한 자리- 진실로 그 중을 잡아라.

아! 그것을 줄이고 줄여 지금 집중(執中)이라는 말이 남았습니다. 태풍과 폭우에 다 쓸려 지나가고 금싸라기처럼 두 글자가 남아 빛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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