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山)-거기에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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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쉬워서 우리가 생각해보지도 않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산(山)-
산의 한자 모양은 상형문자 그대로 산의 솟아오른 모습 그 자체인데 재미난 것은 한글로 풀어보는 산입니다.

ㅅ+ㅏ+ㄴ

ㅅ 은 뭘까요? 솟아오른 모습입니다. ㅏ 는 밖으로 확장이고 ㄴ 은 나타난 것이지요.
즉 산이란 기운이 솟구쳐 확장되어 나타난 것입니다. 쉽죠?

지층이 제 힘에 못이겨 이리저리 꿈틀대다가 서로 부딪치게 되니 그 힘이 위를 향하여 융기하게 되는데 그게 산입니다. 그래서 산은 한마디로 평지에 비해 기운이 센 곳입니다. 기운이 세고 풍부한 곳을 흔히 명당(明堂)이라 하는데 그런 자리는 그 인근에 서식하는 생명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요.
그래서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이라는 말도 있지요? 기운 좋은 곳에서 걸출한 인물도 태어난다는 의미입니다.

그 기운 좋은 곳은 대부분 산입니다. 그래서 학교 교가의 가사를 보면 대부분 무슨 산의 정기를 받아….등의 내용이 거의 포함되죠? 그러니 어쩌면 우리 나라 사람은 모두 산의 정기를 받고 태어난 산의 아이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 산의 아이-이 대목에서 사나이라는 단어가 오버랩 되셨다면? 당신은 이제 숨 쉬는 문자인문학에 익숙해지기 시작하신 겁니다.
바로 웅장한 산기운을 타고 난 산아이를 사나이라 하며 줄이면 사내입니다.

그래서인지 사람에도 ㅅ 이 들어가죠?

사람은 또 생명 중에 솟아난 존재입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은 그저 사람 듣기 좋으라고 나온 말이 아닙니다.

사람-뛰어난(ㅅ) 존재이며 확장하는(ㅏ) 존재이고 서로 소통(ㄹ)을 확장하는(ㅏ) 존재(ㅁ)입니다. 그래서 사람이라는 단어는 그 안에 호모사피엔스를 포함하고 있지만 더 광대한 뜻인 것이지요. 사람을 줄이면 뭐죠? 바로 삶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바른 사람이고자 한다면? 어떡해야할까요? 문자 속에 답이 있죠?

이쯤에서 깊이 숨 쉬어 봅니다. 사람은 모름지기 상승하고 확장하려 하며 서로 소통을 잘 하는 존재여야 사람다운 사람입니다. 또 그런 삶이 바른 삶입니다. 이렇듯 문자를 제대로 이해하면 바른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것이 문자인문학이면서 숨쉬는 인문학의 본질입니다.

그런데 사람이 ㅅ 이라는 화살표처럼 상승하려 하면 어떡할까요?

몸에 붙은 수많은 집착과 욕망의 군더더기를 하나하나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걸 영적인 다이어트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집착이나 욕망, 즉 우리가 이기적으로 추구하는 게 많으면 그만큼 영혼에도 군살이 붙습니다. 무거워지죠. 자유롭지 못합니다.

마치 스쿠루우지 영감이 꿈속에서 쇠사슬로 치렁치렁 무거운 몸이 되었던 것 기억하시나요?
이 복잡한 무한경쟁의 세상 속에서 우리는 뭔가 잘못된 줄 알면서도 이런저런 욕망의 불빛을 향해 분주하게 바쁜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우리는 문득 내게 생명의 기운을 태어날 때 부어주었던 산을 떠올리게 됩니다.

산!
그것은 드러난 유상 속에서 심볼화된 우주적 아버지입니다. 솟아난 것이 아버지라면 어머니는?
골짜기는 어머니이며 그 골짜기엔 물이 흐릅니다. 그래서 산과 물은 한 몸이 되어 아름다이 함께 하며 생명을 기르는 것입니다.
가끔 부모님을 뵈러 가듯이 산을 만나려는 것은 사람의 본능입니다. 그게 꼭 고향의 산일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산은 그런 본성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거기 가면 마치 부모님의 품에 안기는 것 같은 느낌이 있지요. 뭔가 풀어지고 뭔가 힐링되지 않습니까?
다만 그냥 산에 가서 해발 몇미터인 산을 정상 찍고 사진 몇장 박으면 된 건가요? 그것만으로는 뭔가 아쉽습니다.
우리가 산을 가면서 산을 만난다는 것은 산이 품은 이야기를 만나는 것이기도 합니다. 큰 산 명산은 곳곳에 기운이 흐르는 이야기를 품고 있지요. 그런 이야기를 음미하며 산을 간다면 거기에 아버지 산이 있고 어머니 계곡이 콸콸 흐를 것입니다.
제가 그 작업을 좀 하려 합니다. 이 채널 숨쉬는 인문학에 산이야기 카테고리를 만들어 틈틈이 산에 깃든 오래 묵은 설화를 재발견하고 손상된 신경은 잇고 단절된 기운을 결합하는 그 일을 하려는 것입니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 의식 속의 고향을 살리는 일이고 우리 오랜 과거에 흐르던 민족의 정신을 회복하는 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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