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던 직장옆으로 동서를 관통하는
사잇길 정원이 있다.
사잇길 정원은 사람들의 쉴 공간도 되고
여의도 공원쪽으로 건너가는 길도 된다.
정원에는 회화나무가 줄지어 있다.
회화나무는 아까시아 비슷하게 생겼지만 가시가 없으며
아까시아 나무 보다는 가지가 많고 이파리가 훨씬 무성하다.
잘 상상이 안가면 88 올림픽도로의 가로수가 회화나무이다.
특히 회화나무에는 가지가 많다.
나무 가지는 어느 것 하나 같은 방향이 없고
제각각으로 뻗어 있다.
옛날 선비들은 회화나무를
자기를 가르치는 스승처럼 아낀다.
옛날 선비들이 회화나무를 아끼는 데에는
제각각 뻗은 가지 생김 처럼
다양한 논리로 주장하는 것을 인정하며
또 자기와 다른 의견을 귀담아 듣겠다는 취지이다.
그래서 유명한 선비가 살았던 곳에는
회화나무가 대부분 있다.
회화나무가 학명이 학자나무이며
정승나무로도 부르는 이유도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또 듣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특히 학자나무라고 부르는 그 순간에
나무 생김이 달리 보인다.
가지가 가느다랗지만 날카롭게 뻗어 있는 모습이며
어느 하나 같은 방향이 없이 뻗어있는 모습은
남산 딸각바리 서생처럼
솔직하면서도 진지하게 제 의견을 개진하는
학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요사이 자주 얘기하는 소통과도 의미가 통한다.
소통을 하려면 먼저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한다.
각 방향으로 뻗은 가지는 ‘의견이 다양하다’것을 말하며
학자나무란 학명처럼 학자의 의무로써 ‘들어주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고결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회화나무는 돈을 상징하기도 한다.
가지가 많음은 다른 말로 하면 풍성하다는 뜻이 되고
풍성함은 돈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부자 동네인 압구정동의 가로수는
회화나무로 되어있다.
각기 다른 의견을 개진하고 또 청취하는 소통의 개념과
풍성함에서 연유하는 돈의 개념과는 어떤 관계 일까?
언듯 보아서는 소통과 돈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 처럼 보인다.
소통과 돈의 속뜻을 한풀 더 제켜보면,
의견을 자유스럽게 주고 받는 소통은
의견이 막히지 말라는 뜻이 있으며
돌고 돌아야 되는 돈은 멈추지 말라는 뜻이 있다.
‘막히지 말고 멈추지 말라’는 의미를
다시 한번 곰곰 생각하게 한다.
어디인가 서로 통하는 무엇이 있는 것 같다.
나의 옛 직장이 은행이어서 거기에 있는 회화나무는
돈과 관련있는 풍성함을 먼저 생각할 수도 있고
여의도 공원으로 통하는 소통길에 있다는
의미에서 막히지 말라는 뜻도 있을 것이다.
사잇길은 점심후 커피를 마시며 잠시 여유를 부리면
사람들로 꽉 차서
오고 가는 것이 불편하고 번잡할 때도 종종 있다.
‘막히지 않으려면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회화나무의 속 뜻을 때론 새겨 볼만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