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양조장에 처음 가보는 사람에게 무난하게 추천할 양조장을 꼽으라면 단연 신평양조장이다. 이곳은 방문객이 원하는 많은 컨텐츠를 가지고 있으면서 술맛도 빠지지 않는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한 터라 유명세는 날로 더해지고 있다.
신평양조장의 첫 번째 얼굴, 백련막걸리 ⓒ김연지
당진의 작은 마을 신평면 한 귀퉁이 낮은 지붕 아래, 쉬지 않고 움직이는 신평양조장. 이곳의 80년 역사를 말해주듯 내부로 들어서면 백발의 김용세 대표가 손님을 맞는다. 그리고 그의 아들 김동교 부장이 등장하는 동시에 이들에게서는 3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가는 집안의 신비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세월을 고스란히 안고 막걸리의 ‘전통’을 보여주는 대표와 철저한 현대적 마케팅으로 ‘미래’를 말하는 아들, 두 부자의 모습은 우리 술이 갖고 싶은 이미지인 동시에 아마도 많은 양조장 대표들이 원하는 풍경일 것이다.
지금은 마당 한 켠을 장식하고 있지만 꿰매 쓴 이 항아리는 양조장의 역사를 말해주는 귀중한 물건이다. ⓒ김연지
게다가 병에 그려진 로고는 아내와 딸이 디자인한 것이다. 이 집안의 사람들은 각자의 재능을 십분 활용해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 여러모로 모범 사례에 꼽히는 양조장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만드는 백련막걸리는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2010년 ‘부산시민들이 뽑은 좋은 술 품평회’ 막걸리 부문 1위, 2012년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 살균막걸리 부문 대상, 2013년 약주·청주 부문 장려상을 받았고 같은 해 7월에는 영국주류 품평회에서 동메달을 수상했다. 백련막걸리는 자신의 장점을 가장 적극적으로 어필할 줄 아는 브랜드 중 하나다.
양조장의 두 번째 얼굴, 김용세 대표와 그의 아들 김동교 부장 ⓒ김연지
그럼, 그 동안 백련막걸리를 마시면서 느꼈던 소회를 짧게 고백해본다. 첫 느낌은 더운 날 마신 찬 미숫가루의 시원함이었다. 집 근처에 막걸리 전문점이 있어서 정말 지겹도록 다녔는데, 수많은 리스트 중에 안 마셔본 게 있어서 한 번 시켜본 게 백년 막걸리와의 첫 만남이었다. 유명한 막걸리라는 걸 알면서도 ‘대통령’이나 ‘만찬주’가 수식어로 들어가면 왠지 안 끌리는 지극히 개인적인 편견에 따라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터였다.(2009년 8월 청와대에서 행사가 있었는데 그 만찬장에 모인 전국 20여 개 지역 대표 막걸리 중 백련막걸리가 선정되면서 건배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청와대 막걸리’라는 별명이 있다) 첫 느낌이 좋아서 그 뒤로 마땅히 끌리는 막걸리가 없을 땐 백련막걸리를 마셨다. 그렇게 한 병 두 병 쌓여, 이제는 아마 장수막걸리만큼 이 술을 많이 마셨을 것이다. 그래서 신평양조장이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둘러 갔다. 현대적인 시설에서 대량생산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실내는 새마을운동 분위기가 난다. 기대한 것보다 더 많이, 옛 모습을 지키고 있어 놀랐다.
흰 연잎을 넣어 만든 막걸리는 적당히 알싸래하며 뒷맛이 달착지근하다. 아주 달지는 않고 탄산에 묻혀 달큰하게 느껴지는 정도. 김용세 대표는 주변 사찰의 승려들에게서 백련막걸리 제조 비법을 배웠다. 젊은 시절부터 차를 좋아했던 그는 야생차들을 다양하게 맛보다 백련의 진가를 알게 됐다. 연의 정화능력과 독특한 향을 막걸리에 접목할 방법을 연구하며 지금의 백련막걸리를 탄생시켰다. 정성껏 고른 백련잎과 당진 특산품인 해나루 햅쌀로 만든 막걸리의 맛이 좋지 않을 수가 없다.
낮은 기와지붕 아래 양조장과 사택이 나란하다. 양조장을 보러 가서 이 동네를 거닐면 누구나, 시간이 나를 기다리는 듯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김연지
양조장에 켜켜이 쌓인 80년이라는 세월을 고스란히 느끼기 위해 미리 역사를 알고 가면 좋다. 30~40년대는 일제 말기 농촌계몽운동 시기였다. 신평양조장은 1937년 우수탁주상장을 받을 정도로 일제시대에도 유명한 양조장이었다. 50년대에는 황해도에서 배를 타고 당진으로 떠나온 양조기술자로부터 입국 기술을 전수 받았다. 그러나 당진까지 밀고 내려온 북한군에 의해 양조장이 점거되고, 노동당 사무실로 이용됐다. 이후 새마을운동이 일어난 60~70년대의 흔적을 보려면 양조장 건물 내에서 초록색 칠을 찾아보면 된다. 당시 많은 건물을 녹색으로 도색했기 때문이다.
삽교호 준공식에는 김용세 대표가 지역민 대표로 단상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리고 옛날부터 신평양조장 공장 건물 앞터에는 5일장이 열려왔다. 과거 이 장터에서 막걸리 많이 마시기 대회가 열렸단다. 당연히 술은 양조장에서 제공했다. 지역민이 한 번에 10리터를 마시며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 기록은 전무후무하다. 아직도 살아계신다는데, 전설적 술고래를 만나지 못해 아쉽다.
신평양조장
주소 충남 당진시 신평면 금천리 350-1
전화번호 041-362-6080
글 김선미|사진 김연지|취재협조 농림축산식품부, 주류문화칼럼니스트 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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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물 10리터도 힘들텐데 막걸리 10리터라니.. 화장실은 어쩌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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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쵸.. 10리터를 어떻게 마셨는지.. 막걸리 한통도 버거운 저로서도 신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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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물 한통도 힘들거 같아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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