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인들(엄밀히 말해 중국계 싱가포리안들)은 우리의 추석에 해당하는 중추절을 어떻게 보낼까?
우선 중추절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공휴일이 아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중추절을 뜻 깊고 즐겁게 보내려는 전통은 이 나라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다. 달구경 파티를 연다든지, 주요거리에 등을 걷는다든지, 월병을 나눠먹는다든지, 그리고전통 경극, 만담, 인형극 등의 민속공연을 차이나타운 등 주요거리에서 개최한다든지 하면서 중추절을 보낸다.
중추절 전날인 어제 저녁. 중국 남방 조주어 방언을 쓰는 이들이 주축이 된 하이킹 모임에서 월병축제를 개최한다기에 참석하기로 하였다. 매주 월요일 저녁에 있는 다른 meetup 모임인 40층 계단오르기모임 멤버들도 일부 참석한다기에 낮선 모임에 처음 갈 때 갖게 되는 어색함이나 불안감은 생기지 않았다. 나는 이곳에 와서 사귄 한 싱가포르 젊은이를 데리고 모임에 참석했다.
이들이 즐기는 월병축제는 각 참가자들이 각자 음식을 준비해 와 함께 나누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한국떡집에서 산 송편, 그리고 집에 있던 골뱅이 통조림, 초코파이 등을 준비해 갔다.
모임은 오후 4시부터 밤 9시까지 진행되었다. 첫 두 시간은 걷기로 보냈다. 모임 장소 인근의 유적지, 이슬람사원, 도교사원, 그리고 오래된 일반건축물에 대한 설명을 자원봉사자인 젊은 해설사로부터 들었는데, 그의 건축물과 싱가포르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많이 놀랐다. 그가 하는 말의 상당한 부분을 놓치기는 했으나 내가 싱가포르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고 있는지를 깨닫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월병축제의 본격적인 시작은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누는 것으로 시작하였으며, 말미에는 중국차를 마시는 것으로 끝을 냈다. 한국 송편에 대한 인기도 많았다. 골뱅이 통조림 안주도 준비해 간 마당에 막걸리 몇 병이라도 준비해 왔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때늦은 후회가 되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갔다. 나도 주관하는 Gary(70세로서 나를 초대한 이였다.)에게 작별인사를 하니 잠깐 기다리라며 이것저것 남은 음식을 싸서 건네준다. 우리 한국인들도 잔치나 행사에서 남은 음식을 찾아온 손님에 싸서 보내는 전통이 있지만 싱가포리안들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어찌보면 작은 정성이긴 하였으나 이국인에게 보여주는 정이 너무나 고마웠다.
솔직히 타국에서 보내는 추석은 명절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나같은 이국인에게 보여주는 싱가포리안들의 따뜻한 마음씀씀이가 허전한 내 마음을 채우고도 남았다.
일가친척, 가족, 친구들은 비록 멀리 있으나, 훈훈한 현지인들의 정에 마음은 넉넉해지는 풍성한 한가위 아침이다.
스팀잇을 처음 하다보니 모르는게 많네요.
잘못 올린 글은 삭제도 안 되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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