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새의 하루

in nature •  7 years ago 

오늘은 강남의 어떤 의료회사의 현수막에서 생각할만한 말을 건졌다.
그들의 슬로건은 ‘인간의 시간을 연구합니다.였는데, 멀리 난방공사의 흩어지는 연기를 보면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던 나에게 주사같은 충격이었다.

의료회사 사람들이 보기에 인간의 시간이란 어떤 걸까? 물론 그들의 일에는 객관적인 수치만이 있을 뿐이겠지만 그 시간을 새기며 일하는 사람들의 개인적인 감상은 다를 수 있다. 그들이 아는 것들의 시간에 비해 빠를까, 느릴까, 아니면 비슷할까. 나는 그 광고를 본 이후로 계속 시간에 대한 생각을 놓지 못했다.
나는 잠실에서 한남동까지 걸어간 적 있다. 한 한시간, 두시간 걸렸던 것 같은데 (지도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누군가 나에게 실을 달아 놓았다면 온 동네가 빨갛게 덮였을 것이다.) 분당 가는길에 새를 발견했을 때, 나는 이젠 새의 시간도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새는 무슨 새인지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가늘고 짧은 다리를 가진 친구로, 물새이긴 하지만 하천에는 좀처럼 살지 않는 모양의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 친구는, 만약 바다에서 왔다면 내가 체감하기로는 굉장히 먼 거리를 온 것 같은데, 그 친구는 그 가로등 위에서 시간의 속도를 어떻게 느꼈을까 궁금할 마음 뿐이었다.

새의 수명은 우리보다 훨씬 짧지만 시간과 공간을 체감하는 인식은 우리보다 훨씬 여유로울 수 있을 것 같다. 새는 계단을 오르거나 먼 거리를 돌아서 보행자용 다리를 찾아 건너거나 길이 막히면 우회해서 다른 도로를 찾아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어쩌면 훨씬 긴 생을 사는 우리보다 하루가 더 길고 할 수 있는일이 더 많고 하고싶은 것이 더 많을 수 있었다. 더 나아가서, 새의 시간은 짧지만 땅의 모든 것을 무시할 수 있기에 긴 시간을 들여 지구 반바퀴를 돌기도 하고 자식을 위해 꽁꽁 언 땅을 미끄러져 배를 채우고 몇 달만에 돌아올 수 있는 것일 수 있다.

나는 인간을 좋아한다. 인간은 너무 똑똑하고 너무 길게 살고 너무 힘이 세다. 하지만 인간의 세계를 채우고 있는 것은 그 능력을 어떻게든 사장시켜서 ‘평균치’를 유지하려는 인상을 준다. 만약 새처럼 걸거칠 것이 없어진다면, 과연 인간은 얼마나 커다란 사고를 할 수있을까.

우리는 단체로 문명을 거부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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