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홈 무비 No Home movie> (Chantal Akerman, 2015)
카메라는 로우 앵글로 아케르망의 어머니 나탈리아를 바라본다. 고정된 카메라와 핸드-핼드 카메라가 번갈아서 사용된다. 아케르망과 어머니의 실제 삶을 기록한 이 영화는 그녀의 필모그래피에서 마지막 영화가 되었다. 그래선지 아케르망의 첫 작품 <잔느 딜망 Jeanne Dielman>을 떠올린다. 이본 마르귈리가 <노 홈 무비>를 ‘감독 자신의 영화들 내부의 매트릭스로 되돌아 가기’라고 평한 것은 초기 영화 <잔느 딜망>을 오마주하는 말이다. 제작 당시 아케르망은 영화 촬영을 위해 어머니 나탈리아의 브뤼셀 아파트 거실, 주방 등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집안 내부를 자연스럽게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카메라 시선은 이 집안 공간과 어머니에게 온전하게 집중한다. 히든 카메라의 존재를 알고 있는 어머니는 카메라 쪽으로 이따금 시선을 던지기도 한다. 이데올로기 효과를 생산하는 장치로서 카메라는 확실하게 위치를 드러내고 있다.
거실 문 밖에 배치된 카메라는 열린 문 틈 사이로 어머니의 실루엣이 보였다 사라지는 모습을 보게 한다. 신체적 움직임은 일종의 우연성을 나타내면서 리얼리티를 획득한다. 이 시선은 <잔느 딜망>에서와 같이 쇼트 시작 전에 미리 와서 머물거나 내화면으로 인물이 입장하기를 기다리는 철저함을 지키고 있다. 그로 인해 카메라는 쇼트 시작하기 전 잠시 비어있는 공간을 보여주곤 하게 된다. 이때 인물의 입, 퇴장 직전의 텅 빈 공간에서 죽은 시간이 현시된다. 이 무규정적 공간은 오즈 야스지로 영화에서 빈 화면의 화편화와 같다. 오즈 영화에서 빈 화면은 죽은 시간을 불러 들인다. <노 홈 무비>의 빈 화면이 오즈의 빈 화면과 닮아 보이는 이유는 무슨 연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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