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학기 3번째 워크숍 <한글꼴 멋지음>.
집자한 옛글자로 문장을 만들고, 그 글자를 고치고 다듬으며 본인만의 글자를 멋짓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제가 집자한 책, 언해본 <정속언해>입니다.
투박하고 삐뚤빼뚤합니다. 손글씨만이 가지는 모양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단 마음에 드는 글자가 있는 언해본을 고른 후, 문장에 꼭 들어갔으면 하는 단어를 정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언해본을 보며
단어와 어우러지는 문장을 완성하고, 필요한 글자를 집자했습니다.
처음엔 마음에 드는 글자를 마구 집자한 후, 그 집자한 글자를 어떻게든 조합해 문장을 만들어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문장은 제가 고른 글자를 쓰기 위함일 뿐, 의미, 뜻은 없었습니다.
어떤 스타일(컨셉)의 타이포로, 어떻게 다듬어야할지, 방향을 잡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이를 과감히 포기하고 다시 정하게 되었습니다.
전부터 주어진 작업을 '해야 해서 하는 작업'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해야 해서'라는 생각만으론 스스로에게, 나아가 이 세상에게 별 의미 없으며, 결국 그런 작업은 어디에도 남지 않고 공중분해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말, 가지고 있던 생각 등을 최대한 접목시키고자 했습니다.
저는 누룽지를 좋아해서 항상 누룽지를 들고 다닙니다.
쉬는시간, 친구들과 그 얘길 하다가 누룽지가 들어간 문장을 하는 건 어떠냐는 얘기를 듣고 그거다, 싶었습니다.
누룽지가 들어간 문장을 만들자, 결정한 후 정해두었던 '정속언해'를 다시 보며 문장을 완성했습니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포토샵에서 레벨, 대비 등을 조정하였습니다.
있는 글자는 그대로 쓰고, 없는 글자는 다른 글자의 자음 또는 모음을 따와 새로 배치했습니다.
어떻게 다듬을 것인가, 이번 작업의 관건이었습니다.
삐뚤삐뚤한 획, 그 투박한 면을 완전히 정리할 것인지, 투박한 면을 살려 일정하게 다듬고 남길 것인지에 따라 다른 느낌이 나기 때문입니다.
최대한 옛글자가 가지고 있던 투박한 손글씨의 매력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또한 투박한 면이 마치 누룽지의 겉과 비슷해보였고 이 문장이 마치 이 타이포(폰트)의 이름인 것처럼, 잘 어울렸습니다.
그래서 일정한 투박함을 위해 오돌토돌한 모양으로 들어내고 일부러 그려내며 다듬어갔습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된 후 문장을 추가했습니다.
옛 글자를 살리며 오늘날 타이포로 만드는 것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원래 갖고 있던 느낌은 살리되 모양, 배치, 두께 등이 일정해야했습니다.
그렇기 위해 본래 모양을 많이 다듬게 되었지만
갖고 있던 느낌은 최대한 지우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레이아웃 또한 생각해야 했습니다.
문장 그대로 막힘없이 읽혀지는 레이아웃을 찾는 것을 중점으로 글자 사이의 간격, 크기를 조정하였습니다.
스승의 피드백을 받아 최종 결정된 레이아웃입니다. 다시보니 디테일이 맞지 않은 아쉬운 부분들이 보입니다.
다음 작업과 후기는 타이포그래피 Typography <한글꼴 멋지음> 2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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