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은 군산에서 찍었습니다. 군산은 일본 적산가옥을 비롯해 근대 문화유산이 비교적 많이 보존되어 있는 도시로 유명하죠. 몇해 전 전문 사진작가들과 함께 군산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전시 프로젝트에 참여한 일이 있었습니다.
군산 영화동과 신흥동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촬영을 하던 중에 정말 흥미로운 광경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법 규모가 큰 교회 건물 앞에 꽤 많은 무당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더군요. 마치 '신들의 전쟁터'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 모습을 담으려고 카메라를 꺼내 들었습니다. 우뚝 솟은 교회탑과 무당집에서 걸어놓은 연등을 한 프레임에 담으려고 길바닥에 거의 낮은 포복 수준으로 엎드려서 힘들게 찍어 이런 장면을 건졌습니다.
사진의 제목은 <경쟁하거나 공존하거나>라고 붙여 봤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서로 상극으로 간주하는 두 종교가 이렇게 한 공간에서 각자 자신의 위용을 과시하는 모습에서 '경쟁'이란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이 공간은 서로 다른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는 곳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또 '공존'이란 단어도 떠올랐습니다.
종교 뿐 아니라 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경쟁'과 '공존'은 마치 동전의 앞뒤 양면처럼 불가분의 관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가치나 규범이란 것도 궁극적으로는 한편으로는 서로 경쟁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방안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파멸이 아닌 공존을 지향하는 경쟁이야말로 세상을 진보시키는 중요한 원동력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