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북스 전자책 폴리애나 1] 15장. 칠턴 선생

in pollyanna •  7 years ago 

15장. 칠턴 선생


폴리애나가 두 번째로 존 펜들턴의 저택을 방문했을 때, 커다란 잿빛 석조 건물은 매우 달라 보였다. 창문은 열려 있었고 나이 든 여자가 뒷마당에 빨래를 널고 있었다. 현관에는 의사의 마차가 세워져 있었다. 


전처럼 폴리애나는 쪽문으로 가서 벨을 눌렀다. 오늘은 열쇠 꾸러미를 꼭 쥐느라 손가락이 얼얼할 일도 없었다.


낯익은 작은 개가 계단을 뛰어 올라와 그녀에게 아는 척을 했다. 빨래를 널고 있던 여자가 문을 열어 주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펜들턴 아저씨에게 송이지족 젤리를 가져왔어요.” 폴리애나가 웃으며 말했다. 


“고맙구나.” 여자는 아이의 손에서 그릇을 건네받으며 말했다. “누가 보냈다고 말할까? 송아지족 젤리라고?” 


그때 의사가 복도로 나왔다. 여자의 말을 듣고 폴리애나의 얼굴에 실망한 표정이 떠오르는 것을 본 의사가 재빨리 앞으로 나왔다. 


“아! 송아지족 젤리라고? 정말 좋구나! 환자를 만나고 싶겠지?” 그가 상냥하게 물었다.


“네, 맞아요.” 폴리애나가 활짝 웃었다. 의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여자가 바로 복도 쪽으로 폴리애나를 안내했다.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했지만 말이다. 


의사의 등 뒤에서 수련 간호사인 듯한 젊은 남자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선생님, 펜들턴 씨가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아, 그렇지. 하지만 지금은 내가 지시를 내린걸세. 내가 책임지지.” 의사가 차분하게 말하고는 묘한 표정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물론 자네는 모르겠지만 이 어린 아가씨는 약 한 병보다 더 큰 효과가 있단 말이지. 펜들턴의 부은 얼굴을 풀어줄 게 있다면 바로 이 아가씨일걸세. 그래서 내가 저 아일 들여보낸 거네.” 


“저 앤 누군데요?” 


순간 의사가 머뭇거렸다. 


“이 동네에서 유명한 사람의 조카지. 폴리애나 휘티어라고 하는데 난 아직 저 애랑 크게 친해질 일이 없었다네. 하지만 내 환자들은 그녀를 아는 사람이 많더군. 고마운 일이야.” 


간호사가 웃어 보였다.


“그렇군요! 그런데 저 아이가 어떤 놀라운 효과를 낸다는 거죠?”


의사가 머리를 저었다. 


“나도 모르겠어. 저 애는 어떤 일이 벌어지든 무엇에나 기뻐할 수 있다는 것만 알게 됐지. 어쨌든 저 애의 특이한 말솜씨가 계속 내 귀에도 들려오고 있네. 내가 이해한 바로는 ‘그저 기뻐하는 것’이 그런 효과를 내는 것 같아. 그게 다야.” 의사는 웃으며 현관 계단을 내려갔다. “저 애를 처방전으로 쓰면 좋겠어. 약을 사듯이 저 애를 살 수 있게 말이야. 저런 아이가 세상에 많이 쏟아져 나온다면 자네와 난 간호사와 의사를 그만두고 장사라든지 막일을 해야 할 거야.” 그는 웃으며 말의 고삐를 잡고 마차에 올라탔다. 


폴리애나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존 펜들턴의 방으로 안내되었다. 


복도 끝에 있는 커다란 서재를 지날 때에는 급히 걸어가면서도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폴리애나는 서재가 크게 달라졌음을 한 번에 알아보았다. 책장이 들어서 있던 벽과 진홍색 커튼은 똑같았지만 바닥에는 쓰레기가 널려 있지 않았고 책상 위도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먼지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전화번호부는 제 위치에 걸려 있었고 놋쇠 장식에서는 광이 나고 있었다. 비밀스러운 방문 중 한 곳이 열리고 가정부가 안으로 안내했다. 잠시 후 폴리애나는 화려한 가구들로 장식된 침실에 들어와 있었다. 가정부가 겁먹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선생님. 어떤 여자애가 젤리를 가지고 왔는데요. 의사 선생님이 들여보내라고 하셨어요.” 


폴리애나는 화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내가 그렇게 일렀는데도… 아, 너로구나!” 성난 목소리로 말을 꺼내던 펜들턴은 폴리애나가 침대로 다가오자 조금은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네, 아저씨. 저를 들여보내 줘서 정말 기뻐요! 처음에는 아주머니가 젤리만 가져가려고 하셔서, 아저씨를 못 보게 될까 봐 너무 겁났어요.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들어가도 좋다고 하셨죠. 정말 감사한 일이죠?” 


자기도 모르게 남자의 입술이 웃음으로 씰룩거렸다. 하지만 남자는 “흠!”이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리고 제가 젤리를 좀 가지고 왔어요. 송아지족으로 만든 거예요. 그거 좋아하세요?” 폴리애나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데.” 남자의 얼굴에서 다시 웃음기가 사라지고 표정이 굳어졌다. 


아주 잠깐, 폴리애나의 얼굴에도 실망하는 기색이 떠올랐지만 이내 젤리 그릇을 내려놓으며 사라져 버렸다. 


“그래요? 먹어본 적이 없으면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죠? 아저씨가 먹어본 적이 없어서 기뻐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그래, 그래. 내가 아는 거라곤 여기에 이렇게 반듯이 누워서 최후의 심판일까지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거란다.” 


폴리애나는 겁을 집어먹었다.


“오, 아니에요! 최후의 심판일까지 가진 않을 거예요. 천사 가브리엘이 나팔을 부는 날이 그날인걸요. 그날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오면 모르겠지만. 성서에는 분명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그날이 빨리 올지 모른다고 쓰여 있지만 전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물론 전 성서를 믿어요. 하지만 그날이 그렇게 빨리 올 것 같진 않아요. 그리고….” 


존 펜들턴이 갑자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마침 들어오던 간호인이 웃음소리를 듣고 성급히 하지만 아주 조용히 방을 나갔다. 마치 반쯤 완성된 케이크가 찬바람에 식을까 봐 놀라 서둘러 오븐 문을 닫는 요리사 같았다.


“도대체 뭐라는 거냐? 말이 이랬다저랬다 하는구나.” 존 펜들턴이 물었다. 


폴리애나도 웃었다. 


“그러네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부러진 다리는 스노우 아주머니처럼 평생 가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그러니 최후의 심판일까지 갈 일은 전혀 없어요. 아저씨가 그걸로 기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그렇구나.” 


“그리고 아저씨는 한쪽 다리만 부러진 거잖아요. 양쪽이 다 부러진 게 아닌 걸 기뻐할 수도 있겠네요.” 폴리애나가 슬슬 놀이의 시동을 걸고 있었다. 


“물론이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야!” 남자가 눈썹을 추켜올리며 비웃듯 말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네가 아닌 걸 기뻐해야겠구나. 지네는 부러질 다리가 50개나 되니까 말이다!” 


폴리애나가 킥킥 웃었다. 


“하하, 재미있네요. 저도 지네가 뭔지 알아요. 다리가 정말 많죠. 아저씨는 정말 다행인 거예요.”


“물론 그렇지.” 남자가 갑자기 예전의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 말고도 기뻐할 일이 많지. 간호사라든지 의사라든지. 부엌에 있는 저 성가신 여자라든지.”


“아, 정말 그래요. 아저씨에게 그분들이 없었다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래. 음… 뭐라고?” 남자가 날카롭게 되물었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아저씨가 얼마나 힘들지 생각해 보세요. 여기 계속 누워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그게 모든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면 그렇겠지.” 남자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내가 여기 누워 있어야 하는 것 말이다! 너는 온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면서 그걸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말하는 저 바보 같은 여자와 그 여자를 방조하면서 그것이 ‘간호’라고 말하는 저 남자가 있으니 기뻐하라는 거잖니. 그들을 선동하고 있는 의사는 말할 것도 없고. 저런 사람들에게 난 돈을 지불하고 있는 거야. 그것도 아주 많이!” 


폴리애나가 안쓰럽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네, 알겠어요. 그 부분은 정말 안된 일이죠. 돈을 주어야 하는 것 말이에요. 이제까지 그렇게 열심히 모아두었는데 말이에요.”


“뭐라고?” 


“저축 말이에요. 콩이나 생선만 먹으면서요. 콩 좋아하세요? 아니면 칠면조 요리가 더 좋으세요? 60센트만 아니면 칠면조 요리도 괜찮겠죠?” 


“얘야,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니?”


폴리애나가 환하게 웃었다. 


“아저씨의 돈 말이에요. 자기를 희생하면서 이교도를 위해 돈을 모은다는 걸 알고 있어요. 아저씨가 속마음은 까다로운 분이 아니라는 걸 안 이유 중 하나도 이것 때문이죠. 낸시가 제게 말해 줬어요.”


남자는 놀라서 입을 크게 벌렸다. 


“낸시가 내가 저축을 한다고 말했다고? 낸시가 도대체 누구냐?” 


“우리 집 낸시요. 폴리 이모 댁 가정부죠.” 


“폴리 이모라고! 폴리 이모는 또 누구냐?”


“폴리 해링턴이요. 전 그 집에서 살아요.” 


남자가 갑자기 움찔했다. 


“폴리 해링턴! 네가 폴리 씨와 함께 산단 말이지!” 


“네. 조카거든요. 이모가 저희 엄마를 대신해서 절 맡아 주셨어요.” 폴리애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모는 우리 엄마의 동생이에요. 아빠가 엄마가 있는 하늘나라로 가시고 제겐 부인회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모가 절 데려오셨어요.” 


남자는 대답이 없었다. 베개 위의 그의 얼굴은 매우 창백했다. 너무 창백해서 폴리애나는 겁에 질려 버렸다. 그녀가 불안하게 일어섰다. 


“이제 가보는 게 좋겠어요. 아저씨가 젤리를 좋아하셨으면 좋겠어요.”


남자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눈을 떴다. 그의 어둡고 깊은 눈은 무언가를 갈망하는 듯했다. 


“그러니까 네가… 폴리 해링턴의 조카로구나.”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네, 맞아요.” 


남자의 어두운 눈이 여전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내 폴리애나는 불안해졌다.


“우리… 이모를 아시는군요.” 


존 펜들턴의 입가에 기묘한 웃음이 떠올랐다. 


“알다마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더니 호기심 어린 미소를 지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젤리를 내게 보낸 사람이 설마 폴리 해링턴은 아니겠지?” 남자가 천천히 말했다.


폴리애나는 난감한 표정이었다. 


“아, 아니에요, 아저씨. 이모가 아니에요. 이모는 자기가 음식을 보낸 걸 비밀로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잘 알았다.” 남자가 고개를 다시 돌리며 짧게 말했다. 폴리애나는 더욱 난감해져서 방을 나섰다. 


현관 앞에는 의사가 마차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간호인은 계단에 서 있었다. 


“폴리애나 아가씨, 집까지 데려다 드릴까요?” 의사가 웃으며 물었다. “조금 전에 출발하려다가 너와 함께 가려고 기다렸단다.” 


“감사합니다. 기다려 주셔서 기뻐요. 마차 타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의사가 손을 뻗어 폴리애나가 마차에 오르는 걸 도와주었다. 


“그러니?” 의사는 웃으며 계단에 서 있는 젊은 남자에게 고갯짓으로 작별인사를 했다. “내가 보기에 넌 좋아하는 것이 아주 많은 것 같구나. 그렇지?” 그가 힘차게 마차를 몰며 덧붙였다. 


폴리애나가 웃었다. 


“글쎄, 잘 모르겠어요.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전 살아 있는 것이라면 거의 다 좋아요. 물론 그 반대는 별로 안 좋아하고요. 바느질이라든지 크게 책을 읽는 것이라든지, 뭐 그런 것들이요. 그런 건 살아 있는 게 아니에요.” 


“아니라고? 그럼 그것들은 뭐니?” 


“폴리 이모는 ‘살아가기 위해’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했어요.” 폴리애나가 쓸쓸히 웃으며 한숨을 쉬었다. 


의사가 약간 기묘하게 웃었다. 


“그랬니? 음, 그렇게 말했을 법도 하구나.” 


“네. 하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어쨌든 전 그래요.” 


의사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걸 하지 않으면 안 된단다.” 그러고 한동안 그는 말이 없었다. 그의 얼굴을 흘끔거리던 폴리애나는 왠지 그에게 동정심이 일었다. 그는 너무 슬퍼 보였다. 폴리애나는 무언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 소심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칠턴 선생님, 의사라는 건 가장 즐거운 직업인 것 같아요.”


의사가 놀라서 폴리애나를 쳐다보았다. 


“가장 즐겁다니! 어디를 가나 항상 아픈 사람들만 봐야 하는데?”


폴리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알아요. 하지만 그 사람들을 돕고 있잖아요. 도울 수 있으니 기쁜 일이죠! 그러니까 선생님은 누구보다 기뻐할 수 있을 거예요. 항상 말이에요.” 


의사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차올랐다. 그의 삶은 너무 외로웠다. 방 두 칸짜리 진찰실 외에는, 아내도 집도 없었다. 그의 직업은 그에게 매우 소중했다. 이제 폴리애나의 빛나는 눈을 쳐다보니 마치 축복의 손길이 갑자기 자신의 머리 위에 놓이는 기분이었다. 이제 다시는 긴 하루 일과나 깊은 밤의 피로도 폴리애나의 눈에서 새롭게 발견한 행복을 없앨 수 없을 것이다. 


“신의 은총이 있기를. 귀여운 꼬마 아가씨.” 그는 환자들이 익히 알고 좋아하는 밝은 미소로 이렇게 덧붙였다. “약은 환자뿐만이 아니라 의사에게도 필요하구나.” 폴리애나는 의사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람쥐가 길 앞을 지나갈 때까지 그녀는 그의 말뜻을 계속 생각해 보았다. 


의사는 폴리애나를 문 앞에 내려 주고 현관을 쓸고 있는 낸시에게 웃어 보이고는 빠르게 마차를 몰고 사라졌다. 


“의사 선생님이 태워 주셔서 정말 즐거웠어요. 그는 정말 친절해요, 낸시!” 폴리애나가 계단을 폴짝폴짝 오르며 말했다.


“그래요?” 


“네. 그리고 선생님의 직업이 세상에서 가장 기쁜 일일 거라고 말해 줬어요.”


“뭐라고요? 아픈 사람을 진찰하는 것이요? 게다가 아프지도 않은데 아프다고 칭얼대는 사람도 있는데. 어떤 게 더 힘든 일일까?” 낸시의 얼굴에 회의가 스쳤다. 

폴리애나가 신이 난 듯 웃었다.


“선생님도 그렇게 말했어요. 하지만 그래도 기뻐할 수는 있어요. 한번 생각해 봐요!” 


낸시는 생각에 잠겨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는 자신도 기쁨 놀이를 꽤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폴리애나가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낼수록 오히려 더 즐거웠다. 


“아, 알았어요. 스노우 부인에게 말했던 것과 정반대죠?” 


“반대라고요?” 폴리애나가 어리둥절해서 되물었다. 


“그래요. 다른 사람들이 부인만큼 아프지 않다는 걸 기뻐할 수 있다고 말했잖아요.”


“그랬었죠.”


“그럼 의사는 그가 다른 사람처럼 아프지 않다는 걸 기뻐할 수 있겠죠.” 낸시가 의기양양하게 말을 마쳤다. 


이젠 폴리애나가 인상을 쓸 차례였다. 


“음… 그래요.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 그걸 말한 게 아니에요. 그건 아무래도 좀 별론데. 다른 사람이 아파서 기쁘다고 말하는 것 같잖아요. 가끔 보면 낸시는 이 놀이를 잘 못하는 것 같아요.” 폴리애나는 한숨을 쉬며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모가 거실에 앉아 있었다. 


“그 사람은 누구니? 정원에 마차를 몰고 온 사람 말이다.” 이모가 날카롭게 물었다. 


“아, 칠턴 선생님이에요! 선생님을 아세요?” 


“칠턴이라고! 그가 여기서 뭘 한 거지?” 


“저를 태워 주셨어요. 아, 젤리는 펜들턴 아저씨에게 가져다 드렸어요. 그리고….” 


폴리가 고개를 들었다. 


“폴리애나, 그쪽에서 내가 음식을 보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아, 아니에요, 폴리 이모. 이모가 보낸 게 아니라고 말했어요.” 


폴리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런 말까지 했단 말이냐!” 


이모의 불만 가득한 목소리에 폴리애나가 눈을 크게 떴다. 


“이모가 그렇게 말하라고 하셨잖아요!” 


폴리가 한숨을 쉬었다. 


“내 말은 폴리애나, 내가 보냈다고 그 사람이 생각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내가 보내지 않았다고 대놓고 말하는 것과는 아주 다르지.” 그녀는 화를 내면서 고개를 돌려 버렸다.


“아이 참! 뭐가 다르다는 건지 모르겠네.” 폴리애나는 한숨을 쉬며 폴리 이모가 꼭 그곳에 걸어야 한다고 한 옷걸이에 모자를 걸기 위해 거실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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