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북스 전자책 폴리애나 1] 22장. 설교와 장작통

in pollyanna •  7 years ago 

22장. 설교와 장작통


폴리애나가 존 펜들턴에게 지미 빈에 대해 이야기한 오후, 목사인 폴 포드는 대자연이 만든 고요한 아름다움이 인간들이 일으킨 혼란을 잠재울 것이라 바라면서 언덕을 올라왔다. 


폴 포드 목사는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 지난 1년 동안 교회의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었다. 이제는 어디를 둘러보아도 다툼과 험담, 추문과 시기만이 난무했다. 토론도 하고 설득도 하고 힐책도 해보고 무관심해 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간절히 기도했다. 하지만 비참하게도 문제는 전혀 좋아지지 않고 악화될 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집사 중 두 명이 하찮은 일로 사이가 틀어져 끊임없이 그 일을 곱씹고 있었다. 가장 열성적이었던 부인회원 세 명은 사소한 소문이 사람들의 입방아로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며 부인회를 탈퇴해 버렸다. 성가대는 솔로 파트 문제로 분열되었다. 면려회(기독교 전도, 봉사 단체-옮긴이)에서조차 직원 두 명이 비난의 대상이 되어 어수선한 상태였다. 주일학교에서는 교장과 교사 두 명이 사직서를 내는 바람에 지칠 대로 지친 포드 목사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기도와 명상을 위해 이 조용한 숲을 찾은 것이다. 


나무들이 녹색 아치를 이루고 있는 곳에서 폴 포드 목사는 정면으로 문제에 맞섰다. 그의 마음에 위기가 찾아왔다. 무언가 해야만 했다. 그것도 즉시 말이다. 교회의 모든 업무가 정지된 상태였다. 일요일 예배도, 주간 기도회도, 선교를 위한 간담회도, 심지어 만찬회와 친목회까지 점점 더 참석자가 줄어들고 있었다. 양심적인 몇몇 사람들은 아직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들도 서로 다른 의견들에 이리저리 치이고 있었다. 자신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고 여기저기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일들 때문에 폴 포드 목사는 자신과 교회, 마을, 심지어 기독교 자체가 고통을 받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상황은 훨씬 더 나빠질 것이 분명했다.


지금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대체 무얼 한단 말인가? 


목사는 다음 주 일요일에 있을 설교 원고를 천천히 주머니에서 꺼내 인상을 찌푸리며 바라보았다. 그는 설교에 인용하기로 한 성경 구절을 느릿느릿 큰 소리로 읽어 보았다.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는 천국 문을 사람들 앞에서 닫고 너희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 하는 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도다.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는 교인 한 사람을 얻기 위하여 바다와 육지를 두루 다니다가 생기면 너희보다 배나 더 지옥 자식이 되게 하는도다.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가 박하와 회향과 근채의 십일조는 드리되 율법의 더 중한 바 정의와 긍휼과 믿음은 버렸도다. 그러나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아야 할지니라.”(마태복은 23장 - 옮긴이)


쓰디쓴 비난이었다. 푸른 숲 사이사이로 목사의 깊은 목소리가 뼈아프게 울려 퍼졌다. 새와 다람쥐조차 조용해진 것 같았다. 포드 목사는 다음 주 월요일에 사람들 앞에서 이 구절을 읽었을 때 회중들이 어떤 심정으로 이것을 들을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사람들! 그들은 자신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이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럴 용기가 자신에게 있을까? 목사의 설교를 따르지 않더라도 이 구절만으로도 무서운 깨우침이었다. 그는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는 신의 도움과 안내를 갈구했다. 이 위기에서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이 설교가 올바른 길일까?


목사는 천천히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거의 신음과도 같은 한숨을 내쉬며 나무 밑동에 걸터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펜들턴 저택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폴리애나가 목사를 발견한 것은 바로 그곳이었다. 폴리애나는 놀라서 달려갔다. 


“아니, 목사님! 다리를 다치신 거예요?” 


목사가 손을 내리고 재빨리 폴리애나를 쳐다보았다. 그는 애써 웃어 보이려 했다. 


“아니다, 얘야. 그저 쉬고 있었을 뿐이야.” 


“아.” 폴리애나가 약간 뒤로 물러나며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펜들턴 아저씨 다리가 부러져 있는 걸 제가 발견했었거든요. 아저씨는 누워 있었는데, 목사님은 앉아 계시네요.” 


“그래, 앉아 있지. 어디도 부러지지 않았단다. 의사가 고칠 수 있는 곳은 말이야.” 


마지막 말은 아주 낮은 소리였지만 폴리애나는 그 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표정이 바뀌었다. 눈빛은 안타까움으로 부드럽게 빛나고 있었다. 


“알겠어요. 뭔가 고민이 있나 보네요. 아빠도 여러 번 그랬어요. 목사님들은 다 그런가 봐요. 어쨌든 책임이 무거우니까요.” 


폴 포드 목사가 조금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네 아버지가 목사님이셨니?” 


“네, 맞아요. 모르셨어요? 다 아는 줄 알았는데. 아빠는 폴리 이모의 언니와 결혼했는데 그분이 제 엄마였죠.” 


“아, 그렇구나. 난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모든 가정의 속사정을 다 알지는 못한단다.”


“네, 그렇군요.” 폴리애나가 웃었다. 


오랫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목사는 여전히 나무 밑동에 앉아 폴리애나의 존재를 잊은 것 같았다. 그는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펼쳤지만 그것을 보고 있지는 않았다. 그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의 나뭇잎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뭇잎은 이미 시들어 버린 갈색이었다. 그를 바라보던 폴리애나는 왠지 그가 안쓰러웠다. 


“저… 날씨가 참 좋죠?” 폴리애나가 희망차게 말했다. 


잠시 대답이 없었다. 그러다 목사가 고개를 들며 말을 시작했다.


“뭐라고? 아! 그래. 참 좋은 날씨구나.” 


“10월인데도 별로 춥지 않아요. 펜들턴 아저씨 댁에는 난로가 있지만 그걸 쓰진 않아요. 그저 바라보고만 있죠. 전 난로를 보고 있는 게 좋아요. 목사님은요?” 


이번에도 대답이 없었지만 폴리애나는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그러다 다시 말을 꺼냈다. 


“목사님이 되어 좋으세요?” 


이번엔 폴 포드 목사가 재빨리 고개를 들었다.


“좋으냐고? 이상한 질문이구나! 왜 그런 걸 묻니?” 


“그냥요. 목사님 얼굴을 보니 떠오른 거예요. 아빠 생각이 나네요. 아빠도 가끔씩 그런 표정을 짓곤 했어요.”


“그랬니?” 목사의 목소리는 친절했지만 시선은 다시 땅 위의 죽은 나뭇잎에 가 있었다. 


“네. 그럴 때면 아빠에게도 목사인 것이 기쁜지 묻곤 했어요.” 


목사가 약간 슬프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아빠는 뭐라고 하셨니?”


“물론 아빠는 늘 기쁘다고 말씀하셨지만 대개는 성서에 기쁨의 구절이 없었다면 단 1분도 목사 노릇을 하지 못했을 거라는 말로 끝맺음하셨죠.” 


“그게 무슨 말이니?” 목사가 나뭇잎에서 시선을 떼고 폴리애나의 밝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빠는 그렇게 부르곤 하셨어요.” 폴리애나가 웃었다. “물론 성서에 그렇게 씌어 있지는 않지만요. ‘주 안에서 기뻐하라’, ‘크게 기뻐하라’, ‘기뻐하며 노래하라’와 같은 말로 시작되는 구절 말이에요. 아빠가 특히 기분이 안 좋았을 때 세어 봤는데 800개나 된대요.” 


“800개나?”


“네. 즐거울지어다, 기뻐할지어다와 같은 것들요. 그래서 아빠는 그것들에 ‘기쁨의 구절’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아!” 목사의 얼굴에 기묘한 표정이 떠올랐다. 목사는 손에 들고 있는 종이 제일 위에 있는 말들을 바라보았다.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해인들이여!”라고 씌어 있었다. “그래서 네 아버지는 ‘기쁨의 구절’을 아주 좋아하셨나 보구나.” 목사가 중얼거렸다. 


“네.” 폴리애나는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가 그 구절을 세어볼 생각을 한 날,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어요. 하나님이 800번이나 기뻐하라, 즐거워하라 하신 것은 우리가 그렇게 하기를 바라셨기 때문이라고 하셨어요. 아빠는 더 많이 노력하지 않은 것이 부끄러웠대요. 그 후로 일이 잘되지 않을 때 그 구절들이 아빠를 편안하게 해 주었어요. 부인회에서 싸움이 있었을 때에도, 제 말은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았을 때 말이에요.” 폴리애나가 급하게 말을 정정했다. “아빠가 그 놀이를 생각하게 된 것도 바로 이 구절 덕분이라고 하셨어요. 저하고는 지팡이로 처음 시작했지만 아빠가 그 놀이를 시작한 것은 바로 그 기쁨의 구절이었대요.” 


“무슨 놀이를 말하는 거니?” 목사가 물었다. 


“모든 일에서 기쁨을 찾는 놀이예요. 아빠와 저는 지팡이에서 처음 그 놀이를 시작했어요.” 이렇게 해서 폴리애나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이번에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잠시 후 폴리애나와 목사는 손을 잡고 언덕을 내려갔다. 폴리애나의 얼굴이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이야기하는 것을 무척 좋아했고 이미 꽤 오랫동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놀이, 아빠, 예전 집에서의 생활 등, 목사가 알고 싶어 하는 것들이 아주 많은 것 같았다. 


언덕을 다 내려와 폴리애나와 목사는 각자의 길로 헤어졌다. 


그날 저녁, 폴 포드 목사는 서재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옆 책상 위에는 원고 몇 장이 흩어져 있었다. 설교 노트였다. 연필을 쥔 손은 다른 하얀 종이 위에 놓여 있었다. 설교를 다시 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목사는 이미 써놓은 원고에 대해서도, 앞으로 쓸 원고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그는 상상 속에서 멀리 서부에 살았던 가난하고 병들고 걱정에 싸여 거의 홀로 고군분투했던 한 목사를 떠올렸다. 그는 하나님이 ‘즐거워하고 기뻐하라’는 말씀을 몇 번이나 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성서를 샅샅이 읽어 보고 있었다. 


얼마 후, 폴 포드 박사는 긴 한숨을 쉬며 먼 서부 마을에서 현실로 돌아와 원고를 고쳐 쓰기 시작했다. 


“마태복음 23장 13절, 14절, 23절.” 그는 이렇게 쓰다가 못 참겠다는 듯 연필을 내려놓고 조금 전 아내가 책상 위에 놓아두고 간 잡지를 집어 들었다. 피곤한 눈으로 대강 훑어보던 그의 시선에 이런 구절이 들어왔다.


“어느 날 아침 톰은 장작통을 채워 달라는 어머니의 부탁을 거절했다. 그것을 안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했다. ‘톰, 네가 엄마를 위해 기꺼이 장작을 가져오리라 믿는다.’ 그러자 아들은 아무 말도 없이 장작을 가지러 갔다. 왜 그랬을까? 단지 아버지가 톰은 옳은 일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확실하게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이렇게 말했다고 생각해 보자. ‘톰, 오늘 아침 네가 엄마에게 한 말을 들었다. 네가 정말 부끄럽구나. 당장 가서 장작통을 채워 오너라!’ 장담하건대 장작통은 계속 비어 있었을 것이다.”


목사는 계속 읽어나갔다. 여기서 한마디, 저기서 한 줄, 다른 곳에서 한 구절, 이런 식으로 말이다. 


“남녀 불문하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격려다. 본래의 저항력은 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강화시켜야 한다. 항상 사람의 잘못을 계속 꾸짖는 대신 그의 좋은 점을 칭찬해야 한다. 나쁜 습관의 틀에 박혀 있는 그를 끌어내 주어라. 용감하게 부딪쳐 기어코 승리를 얻어낼 수 있는 더 나은 그 사람의 모습, 참된 자아를 치켜세워 주어라. 남을 돕는 곱고 희망적인 성격은 전염되며 마을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의 마음과 가슴에 있는 것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친절하게 남을 돕는다면, 머지않아 이웃도 그에 동조할 것이다. 하지만 이쪽에서 꾸짖고 성내고 비난하면, 이웃도 노여움을 노여움으로 갚고 거기에 이자까지 붙일 것이다! 악을 구하면 반드시 악을 얻을 것이다. 선을 찾을 수 있다고 믿으면 반드시 선을 찾을 것이다. 당신의 아들 톰에게 기꺼이 장작통을 채우리라 믿는다고 말하라. 그리고 그가 관심을 가지고 힘차게 일을 시작하는 모습을 지켜보아라!” 


목사는 잡지를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 그는 좁은 방 안을 왔다 갔다 하다가 긴 숨을 내쉬고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나님, 저를 도와주소서. 제가 해낼 것입니다!”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내 모든 톰들에게 기꺼이 장작통을 채우리라 믿는다고 말해야지! 할 일을 주고 그걸 하는 기쁨에 넘쳐 이웃의 장작통을 넘볼 시간이 없도록 가르치자!” 그는 예전에 써놓은 원고를 집어 찢어 버렸다. 의자 한 켠에는 “화 있을진저”라는 글이, 다른 한 켠에는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라는 글이 보였다. 그는 마태복음 23장 13절, 14절, 23절에 줄을 긋고 나는 듯이 원고를 써 내려갔다.


그렇게 하여 다음 일요일, 폴 포드 목사의 설교는 남녀노소 모든 청중의 마음속에 있는 양심에 호소한 진정한 나팔소리가 되었다. 그 설교에 인용된 구절은 폴리애나의 800가지 기쁨의 구절 중 하나였다. 


“너희 올바른 자들아, 주 안에서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모든 올바른 자여, 기뻐 외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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