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시나리오 예측법
버블 붕괴의 일반적인 모습과 시나리오 예측법
제시 리버모어는 이런 말을 했다. “월스트리트나 주식 투기에 새로운 것은 없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이 되풀이 될 뿐이다.” 버블이 형성되고 붕괴하는 것은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재수가 좋아서 폭등하고 운이 나빠서 폭락하는 것이 아니다. 버블의 형성과 붕괴는 인류의 삶과 동행하며 자연의 모습과 닮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주기적이고 진화론적인 물리 현상이다. 공룡의 개체수가 버블의 형태를 갖췄을 때 멸망하였다. 이스터 섬에서 벌목을 통한 석상 운반에 경쟁이 과열되었을 때 자연 파괴로 원주민은 도태되었다. 인간도 인구의 수가 지나치게 늘어나면 어느 순간 버블 붕괴를 맞이할 수도 있다. 버블의 특징은 마지막 티핑포인트 전까지 결국 붕괴될 운명을 교묘히 숨기는데 있다. 물은 100도가 되어야 비로소 끓기 시작한다. 결코 100도 전에 끓는 법은 없다. 마지막 모래 한 알이 모래성을 와르르 붕괴시키기 전까지 모래성은 굳건히 서 있다. 티핑포인트 전에 미리 미리 조금씩 무너져 있는 법은 없다. 따라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버블이 붕괴되기 바로 직전까지 알아채기 힘들다.
나심 탈레브는 저서 블랙스완에서 칠면조에 금융위기를 비유한다. 농부가 칠면조에 먹이를 준 일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칠면조가 도살당할 확률은 떨어진다. 이는 확률을 생각하면 당연하다. 모수가 늘기 때문이다. 확률이 점점 낮아져 안심하고 있는 칠면조에게 추수감사절은 다가온다. 추수감사절 전날 칠면조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농부는 칠면조를 도살한다. 만일 칠면조가 시나리오 예측법을 알고 있었고 그 중요한 전조 중의 하나가 추수감사절 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적당히 모이를 받아먹고 며칠 전에 도주했을 것이다.
주기적 기후의 모습 그리고 인간의 수명과 마찬가지로 경기와 자산은 영원히 하락하지도 영원히 상승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경기 순환주기의 모습은 일반적으로 Sinusoidal 사인파를 닮았다. 그러나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지 나타내는 시간 X축과 오버슈트/언더슈트를 나타내는 진폭 Y축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 수는 없다. 지난번 증시 상승이 30개월이었고 PER 25까지 진행되었다고 해서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자본주의 체제가 유지되는 한 전체 그림은 결정론 특징을 갖으나 세부 진행과정은 랜덤워크 특성을 갖는다. X축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장기투자를 하는 것이고, Y축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저평가된 자산을 선택하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모조리 파괴되고 새로운 순환주기가 시작되면 (대가들의 표현대로 대충 때가 되면) 중장기투자를 적당히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금융위기가 임박한 순환주기의 끝자락에서는 (역시 수염 긴 도사님이 대충 때가 되었다고 하면) 리스크 헤지를 위해 적당히 자산 배분을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아니면 욕심 부리지 않고 짐 로저스처럼 남보다 좀 일찍 자산 배분을 시작해도 크게 잃을 것이 없다.
2부에서 설명하겠지만 증시의 대세 상승 구간은 증시 여름국면 6월부터 가을 중반인 10월까지 지속된다. 현재 한국 증시는 2009년부터 3기가 시작된 상태이다. 1985년 12월부터 1989년 4월까지 진행된 증시 1기의 여름-가을 상승 구간은 종합주가지수가 1980년 1월 100으로 정의된 이후 가장 최장 기간인 41개월을 기록하였다. 그러나 외국인에게 증시가 개방되고 진행된 1.5기는 여름-가을 구간을 형성하지 못했다. 1992년 8월부터 1994년 11월까지 증시 1.5기의 봄 국면만 형성했으며 28개월간 상승한다. (제대로 된 버블의 형성과 붕괴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1.5기로 표현하였다.) IMF 외환위기 이후 1998년 9월부터 증시 2기를 시작하였다. 증시의 봄 국면의 상승 구간은 1998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로 17개월 지속된다. 그러나 중국자본재 버블로 강력하게 상승한 증시 2기의 대세 상승구간인 여름-가을 구간은 2005년 9월부터 2007년 11월까지로 27개월을 기록한다. 증시 3기는 2009년 2월부터 시작되었다. 봄 국면의 상승 구간은 2009년 2월부터 2011년 5월까지로 27개월을 기록한다. 2017년 5월부터 시작된 증시 3기의 여름 구간은 현재 2018년 3월까지 이제 겨우 11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얼마나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 확률적으로 볼 때 2년 이상은 지속되기 때문에 2019년 중반까지는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시나리오 각본상 발생되는 현실 세상의 돌발 현상이 언제 어떻게 어느 강도로 나타나느냐에 따라 기간과 규모는 바뀔 수 있다.
1861년 면화시장은 무려 20배 폭등한 적도 있다. 일본 증시 버블은 1982년부터 8년간 5.6배 급등하였다. 1990년대 후반 진행된 미국 닷컴버블에 따라 나스닥은 1995년부터 5년간 6.8배 급등하였다. 부동산 위기와 뱅크런처럼 부채가 레버리지로 증폭되고 연쇄적으로 부실화되면 금융위기의 부작용이 가장 크게 나타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버블은 2000년 초 저금리와 부시 행정부의 부양책으로 시작되어 8년 동안 2.2배 상승에 그쳤다. 만일 버블이 더 큰 규모였으면 정말로 1929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가 왔을지도 모른다. 2000년대 후반 안전자산 선호 추세에 따라 금이 2000년대 후반부터 5년간 4.8배 급등하였다. 그러나 2010년부터 진행된 미국의 바이오 버블은 5년간 거의 7배 급등한 바 있다. 하락은 더욱 극적이다. 1961년 반도체 버블이 붕괴되며 TI은 77% 폭락하였다. 1970년대 말 은은 90% 폭락한다. 2000년 닷컴버블 당시 2500원 정도 하던 다이얼패드 새롬기술은 30만원까지 급등하고 PER 100을 넘는다. 시가총액은 4조원대로 현대차나 포항제철 (현재 POSCO) 등에 버금간다. 그러나 결국 닷컴버블 붕괴 이후 99% 폭락하고 결국 상장폐지 된다. 당시 코스닥은 1999년 500에서 2000년 3000대, 그리고 2001년 500으로 83% 폭락한다. 반면 나스닥은 5000에서 1000으로 80% 폭락한다. 이처럼 버블의 진행 규모와 진행 속도/일정은 모두 제각각 이다.
엘리어트 파동을 피보나치 수열 또는 되돌림 등 근거 없는 기술적 지표로 삼아 증시 예측에 교조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러나 엘리어트 파동의 전체 그림은 버블 형성과 버블 붕괴를 일반화 하여 전체적 시나리오를 맵핑하는 모델로 쓰기에는 좋다. 이 일반 모델의 궁극적 목적은 버블이 붕괴되는 금융위기를 예측하는 것이다. 24절기로 기후를 예측하는 것과 같이 시나리오 국면별 역사적 특징을 연결하여 미리 정의해 둔다. 실제 현실 세계에서 발생한 현상을 맵핑하면서 이번 장의 금융위기의 전조 또는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경고하고 적절한 자산배분 조치를 취하는 것이 목적이다.
엘리어트 파동은 상승5파와 하락3파로 구성되어 있으며, 상승 파동 보다 하락 파동이 더 강력하고 짧은 시간에 마무리 된다. 상승 2파는 상승1파의 저점을 침해할 수 없고 상승4파도 상승 1파의 고점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 상승2파는 가장 기간이 길며 지루한 박스권이다. 상승1파~2파 구간을 봄 국면이라고 하며, 증시와 경기의 회복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상승3파는 역사적 신고가를 갱신한 이후의 국면으로서 여름 국면이 시작되는 곳이다. 여름 국면은 상승 3파~4파로 정의한다. 상승5파는 상승 각도가 급증하며, 헤드앤숄더 패턴을 형성할 수도 안할 수도 있다. 상승 5파와 대세 상승을 마무리하는 천정, 그리고 하락 1파의 초기 국면을 가을 국면으로 정의한다. 하락 파동도 마찬가지로 하락 2파는 하락 1파의 고점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 만일 하락 2파가 상승 5파의 전고점을 또 돌파하면 상승 5파가 연장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그런 경우는 별로 없다.) 하락 2파 이후 끝이 없는 하락 3파가 지속되며 바닥을 형성하고 증시의 한 주기를 마감한다. 이를 겨울 국면으로 정의한다.
1913년 경제학자 웨슬리 미첼은 경기를 호황-위기-침체-회복 주기를 갖는다고 했다. 증시4계절에 비유하면 여름-가을-겨울-봄으로 맵핑할 수 있다. 하향식 기본투자의 대가인 짐 로저스는 투자는 항상 변화하는 3차원 퍼즐로서, 한 조각씩 맞춰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발생한 역대 버블의 발생한 원인과 붕괴한 원인, 진행속도와 규모, 그리고 순환주기적인 특징 등을 장기 차트와 역사적 사건을 통해 공부하고 이를 현실세계에 대입하라고 조언한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거의 모든 유용한 지식은 역사를 읽는 과정에서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전쟁 전략가로 유명한 프리드리히2세, 나폴레옹, 몽고메리 모두 예측과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서 전쟁사를 읽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했다. 역사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것, 이것이 시나리오 예측법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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