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증시12국면 퍼즐 맞추기
증시4계절과 증시12국면
1920년대 미국 여행자 보험회사에 근무하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29가지의 소형 사고와 여러 가지의 사소한 문제들이 먼저 발생한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설명하였다. 하인리히 법칙은 여러 재난과 사고에 대한 많은 통찰을 준다. 세월호 참사, 후쿠시마 원전 누출,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 재난 사고 발생 전에는 구조적인 문제에 기반한 사소한 실수들과 소형 사고들이 전조처럼 선행하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는 이를 극명하게 잘 설명하고 있다. 김민주의 "하인리히 법칙" (미래의창, 2014년)에 의하면 세월호 참사는 직접 원인, 사회적 근본 원인, 초동대처 문제, 인명구조 문제, 재발방지 문제 등 5가지의 문제로 분류할 수 있다. 직접 원인으로 들 수 있는 점은 안개가 자욱했음에도 불구하고 출항을 강행한 점, 3등 항해사가 지휘했다는 점, 안개 때문에 출항이 지연되어 과속으로 운행하고 과격하게 조타했다는 점, 최단 코스를 선택하다 보니 위험한 맹골수도 항로를 선택했다는 점, 항로 변경 시 정전이 되었다는 점, 화물을 고정하지 않고 선적한 점, 평형수를 채우지 않은 점 등이 있다. 사회적 근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노후 선박에 대한 정부 규제가 없다는 점, 승객수를 늘리기 위해 편법 증축 개축을 하는 관행, 과적을 위해 평형수를 빼고 운행한 점 등이 있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해양수산부 전임자가 퇴임 후, 한국해운조합, 한국선급 등에 낙하산으로 취업하여 정부 로비를 담당하는 관피아 구조라는 점이다. 이들은 정부 규제를 완화시켜 회사에 유리하도록 정부 인사들을 설득하고 접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를 통해 법에서 정한 정밀한 관리 감독을 피하고, 안전 훈련 보다는 로비 접대에 비용을 사용하였다. 운송기관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규제인 탈출용 망치, 블랙박스, 운전자 적성검사 등이 세월호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정부의 통일되지 않은 지휘체계 역시 문제를 대형화 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해경은 부서 이기주의에 입각해 민간잠수사와 해군의 접근을 조직적으로 방해하였다.
금융위기에도 이러한 전조가 발생한다. 금융위기가 진행됨에 따라 단계적으로 여러 가지 사소한 문제들이 선행한다. 금융위기가 진행되면서 그 색깔과 향기가 점차 농후해 진다. 여름의 화려한 기운들이 가을이 되면서 잦아진다. 우리는 가을을 어느 정도 보내고 나면 곧 겨울이 올 것을 안다. 그러나 순환주기를 많이 경험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가을이 지나도 탐욕에 사로 잡혀 여름이 다시 올 것이라고 스스로 확증 편향을 가진다. 땅거미가 드리우기 시작하면 곧 칠흑 같은 밤과 추위가 오는 법이다. 금융위기도 순환 주기에 따른 자연의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보면 된다.
증시도 역시 종착 기준점을 금융위기로 두고 4계절과 12개월에 비유하여 설명할 수 있다. 봄은 3월~5월이며 비관과 회의의 시대이다. 기나긴 박스권 즉 기간 조정을 통해 시장이 기력을 회복하는 시기이다. 여름은 6월~8월이며 낙관과 희망의 시대이다. 수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신고가 기록한다. 기업은 다시 투자하기 시작하나, 아직 경기 과열을 보이지는 않으며 천천히 경기 팽창한다. 가을은 9월~11월까지로 도취와 행복의 시대이다.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며 상승 각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금융위기의 전조들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한다. 겨울은 12월~2월까지로 공포와 절망의 시대이다. 시장이 붕괴되며 정부는 금리를 급격히 낮추고 공적자금을 투여한다. 존 템플턴 경은 “시장은 절망에서 태어나, 회의 속에서 성장하며, 낙관론에서 만개하고, 도취 상태에서 죽어간다." 라고 하였다. 우리 인생과도 너무도 닮아있다.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봄: 비관과 회의의 시대]
3월: 기나긴 겨울의 폭락을 급등으로 마무리하며 소리 소문 없이 바닥을 탈피한다. 주식에 진절머리가 난 투자자가 대부분이라 급등하든 말든 무시한다. 증권사 지점 축소가 시작된다. 유동성 장세로 주식 및 채권도 동반 상승한다. 기업 구조조정이 시작된다. 외국인과 스마트머니는 천천히 매집을 시작한다. 신흥국 증시가 더 폭락하여 선진국 대비 PER/PBR 격차가 최고조에 달한다.
4월 (베어트랩): 급등이 오래 가지 않고 다시 급락한다. 비자발적 장기 투자자가 되어 장기간 고통을 겪은 개인 투자자들은 증시가 오를 때 마다 분노의 매도로 화답한다. 이를 베어트랩 (꽃샘추위) 이라 한다. 비관론자는 내 그럴 줄 알았다며 사후확증 편향을 보인다. 비관론자가 가장 대접을 받는 시대이다. 이 후 등락 반복하며 지루한 박스권 (기간 조정) 장세를 수년 간 지속한다. 외국인과 스마트머니는 매집을 지속하며 간간히 거래량을 폭등시킨다. 가치투자 성향의 기관투자자가 시장에 진입한다. 그러나 경기불황은 여전히 지속 중이다. 비관론자는 퍼펙트 스톰, 더블딥 등의 선정적인 상징으로 아직 금융위기 폭락 공포가 가시지 않은 투자자들을 자극한다. 선진국 증시는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보이며 달러 강세를 지속한다. Great rotation 등 채권 하락 전망이 간간히 나오지만 채권은 우려와 달리 강세를 지속한다. 저금리 환경에서 증시 보다 부동산이 먼저 상승한다.
5월: (신흥국 입장에서 기술하자면) 선진국 증시는 상승을 지속하여 먼저 여름 국면에 도달한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도 뒤이어 상승하고 달러도 강세로 전환하며 신흥국 증시도 선별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회복 기미가 보인다. 특히 구리의 가격이 오르며 소재 산업재 업종의 이익구조가 좋아진다. 실업률이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기 시작하여 금리인상에 대한 논의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금리인상을 시작하기도 한다.) 채권은 최고점에 거의 도달한다. 그러나 대중매체는 여전히 부정적이며 특히 금리가 상승하면 주식은 폭락한다는 식상한 논리가 극성이다. 기업의 가동률은 바닥권에 진입하며 공급이 축소되기 시작한다.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마무리 된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호텔, 커피숍, 해외여행, 백화점, 완구류 매출이 증가하고, 신규 개업도 증가한다.
[여름: 낙관과 희망의 시대]
6월 (역사적 신고가): (신흥국 입장에서 볼 때) 거래량을 동반하며 역사적 신고가 기록한다. 선진국 증시는 이미 많이 상승한 상태이다. 그러나 시장이 너무 올랐다면서 대중 매체는 이익 실현 하라고 조언한다. 증시 상승과 함께 기준 금리도 오랜 하락을 멈추고 상승으로 전환한다. 가동률은 이미 일반적인 수준으로 올라섰으며 제품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다. 달러 약세 지속하며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채권은 하락하기 시작한다. 부동산은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과열 양상을 보인다. 한미 금리 스프레드 역전되는 경우가 있으며, 이 경우 뉴스 기사에서 외인의 자금 유출이 본격화 되었다고 호들갑을 떤다. 신흥국 금리인상과 한미 금리 스프레드 역전 현상은 국가별 차이가 있어 7월에 나타나는 국가도 있다. 배당 수익률이 국채 금리를 초과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배당에 박한 한국 증시는 7월 쯤 발생한다.
7월: 증시가 제법 올랐으며, 뉴스기사도 봄 국면과 달리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는 양비론의 비율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의 축소가 시작된다. 술자리에서 아직 주식 얘기 보다는 부동산 얘기를 더 많이 한다. 스마트머니는 천천히 시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소비 과열 조짐이 있고 공급 Shortage 간간히 발생한다. 시장을 주도하는 1등 기업들은 봄 국면부터 설비투자를 천천히 집행하여 여름 국면에서 이익을 극대화 한다. 그러나 2등 이하 기업들은 설비투자와 대규모 채용을 뒤늦게 감행한다.
8월: 상승 중에 하락 (상승4파)이 나오나 하락은 수개월간 10~20% 수준에 그친다. 하락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달리 비관론은 별로 없으며, 뉴스 기사는 시장에 대해 낙관도 부정도 하지 않는 가장 중립적인 입장을 보인다. 상승 국면인 여름-가을 국면 중에서 가장 조용한 곳이라 지금이 상승추세인지 간혹 망각하는 경우가 있다. 부동산 상승세는 5~6월 강남아파트와 서울시/수도권 아파트를 거쳐 지방 광역시로 확산되나 상승 강도는 둔화된다. 달러 약세와 원자재 상승, 채권 하락과 금리 인상은 추세를 주거니 받거니 서로 강화시키며 지속한다. 한미 금리차 역전 현상과 원화 강세가 오래 동안 (1~2년) 지속됨에 따라 외국인은 매도 유혹을 받게 되고 천천히 매도를 시작한다.
[가을: 도취와 행복의 시대]
9월: 이제부터 정신 똑바로 차릴 시점이 되었다. 다섯 가지 큰 금융위기 전조가 발생한다. 1) 드디어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가 역전되고, 신용 금리 스프레드 급증하며 한미 금리 스프레드 정상화 된다. 2) 드디어 개인투자자 진입하기 시작하며 주식형 펀드 열풍 조짐이 보인다. 증권회사나 펀드가 지상파 광고가 나오기 시작한다. 외인투자자는 개인투자자 물량을 받아 본격적으로 매도하기 시작한다. 3) 상승각도가 증가하기 시작하며 신용 융자도 (몇 십% 오르는 게 아니고) 몇 배 급등한다. 4) PER/PBR의 선진국-신흥국 격차가 축소되기 시작한다. 가치투자에 적합한 종목은 점점 씨가 말라간다. 5) 버블의 5가지 전조 현상이 발생한다. 1. 주변인 양떼현상, 2. 사명따라하기, 3. 비이성적 전망, 4. 비관론자의 항복, 5.정부규제 이다. 그 외 기업 CEO가 타임지 표지모델에 등장한다. 술자리에서 부동산 얘기보다 주식 얘기를 많이 한다. 주식 전문가의 인기가 절정에 이르며 주위로 사람들이 모인다.
10월 (천정): 상승각도 즉 기울기가 눈이 띄게 가파르게 되고 갭 상승이 자주 발생한다. 증시의 상승각도 증가와 비례하여 금리도 인상 속도가 증가한다. 마치 증시와 금리가 서로 상승 경쟁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외인 매도는 절정을 이룬다. 마치 이번이 마지막 기회인 듯 유상 증자, IPO와 공모주 청약을 과도하게 발행한다. 신용투자와 변동성 (표준편차) 급등한다. 주식으로 대박난 사람들이 기사에 나오기 시작한다. 영원히 상승할 것 같은 탐욕이 시장을 장악한다. 장중조정이란 희한한 논리가 나온다. PER/PBR 역사적 고점에 도달한다. 술자리에서 주식 얘기가 남발한다. 주위에 주식 전문가가 너무 많아진다.
11월: 여름-가을 내내 지속된 전 세계적인 달러 약세를 마무리하고 달러 강세가 시작된다. 하락 시작하지만 상승 중 조정으로 이해한다. 주식 보유를 행복해 한다. 1929년 어빙피셔의 영원한 고원, 1973년 Nifty50 영원한 보유, 또는 다우지수 10만 포인트 같은 초급등에 대한 선정적인 상징들이 등장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번엔 다르다는 주장이 "또" 나온다. 가치평가에 대한 새로운 방법론들이 우후죽순 나온다. 이런 희한한 방법론은 전통적 가치평가로 과도하게 고평가된 기업들을 방어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정크본드 금리 급등하며, 기준금리 인하 논의가 (역시 선진국 중심으로) 시작된다. 원유가 급등하여 기업들의 비용구조가 올라가고 국가의 경상수지가 악화된다. 외인들의 캐리트레이드는 본국으로 귀환하면서 달러 강세는 가속화되고 원화가치가 급락한다. (달러/원 환율 급등). 주식에 크게 데인 적 있는 비관론자들과 인간지표들이 이번엔 괜찮을 것 같다며 드디어 주식 종목을 문의하기 시작한다.
[겨울: 공포와 절망의 시대]
12월: 선진국이 먼저 금리를 급락시킨다. 거래량 폭발하면서 급락하고 10월 봉우리와 함께 헤드앤숄더 완성하기도 하고 그냥 하락세로 전환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상승 중 조정으로 생각하는 개인 투자자들과 비관론자, 그리고 인간지표들의 매수는 지속된다.
1월 (불트랩): 신흥국도 금리 하락에 동참한다. 채권이 드디어 상승으로 전환한다. 불트랩을 상승 중 조정으로 착각하고 개인 투자자는 추가 매수한다. 불트랩 과정에서 마지막 탈출자들이 개인 투자자에 물량을 대규모로 넘기면서 거래량이 폭발한다. 불트랩으로 인해 주식형 펀드의 천정은 11월이 아닌 1월에 발생한다. 불트랩 이후 공포와 투매로 본격적인 폭락 시작되고 오히려 거래량은 급감한다. 전형적인 공포 국면이다. 투자자들의 자살 소식과 마진콜, 파산 등 안타깝고 부정적인 뉴스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2월 (바닥): 1980년대 이후 부터는 중앙정부가 ultimate loaner 즉 최후의 대부자로서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반드시 한다는 보장은 없다.) 양적완화로 폭락은 진정된다. 금리 인하의 융단 폭격으로 인해 장단기 금리차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반면 신용 스프레드는 2월 바닥에서 천정을 기록한다.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을 넘어서 국가가 완전히 붕괴할 것으로 여긴다. 워런 버핏 등 투자 명인들은 전환우선주 등의 무위험 차익거래 방식으로 대형주나 은행에 투자하며 추가 하락을 저지한다. 경기 불황으로 인해 대중교통, 서적 판매, 편의점 매출, 병원과 의약품 소비가 증가한다. 구조조정과 대량 해고가 시작된다. 길고 긴 비관과 회의의 시대, 봄 국면의 서막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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