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008오늘의서울시] 서울시의 콘덴싱보일러 보급사업과 관련하여

in seoul •  6 years ago 

[오늘의서울시] 바꾼 보일러는 누가 부담해야 할까?

유명한 광고의 한 장면이다. '우리 아빠는 지구를 지켜요오~'하고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이가 넉살 좋게 이야기 한다. 선생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뭐하시는데? 라고 물어보면, '콘덴싱 보일러 만들어요오~'라고 말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콘덴싱 보일러가 친환경 난방장치라는 것을 각인시키는 데 효과는 분명히 컸다. 우리 집만 하더라도 아이들이 물어볼 정도 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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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관련 자료에 따르면 콘덴싱 보일러는 확실히 미세먼지나 질소산화물(이산화나 일산화질소 등)을 낮추는데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콘덴싱을 만드는 기술자가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 맞는 주장이다. 난데 없이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서울시가 서울시내 오래된 보일러를 최신 콘덴싱 보일러로 교체하는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실 2015년부터 보일러당 16만원 정도의 보조금을 주어가며 교체를 하긴 했다. 그 기간동안 9000개의 보일러가 교체되었다. 그래서 이를 확대해서 연내에 2만대를 보급하고 장기적으로는 2022년까지 25만대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가 이렇게 나선데엔 이유가 있다. 서울시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의 미세먼지 발생원 중에서 난방에 의한 미세먼지가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전체 발생원 중 39%가 난방과 발전 요인인데 이중 가정보일러의 비중이 46%다. 아마도 단일 발생원으로 보면 자가용에 이어 두번째의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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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현재 서울시에 설치된 359만대 가정용 보일러 가운데 10년 이상 노후화된 일반보일러는 약 36%로 129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15년이 경과된 것은 49만대이다. 서울시가 2022년까지 교체하겠다는 물량은 15년 이상 경과된 것의 절반 정도를 교체하는 수준이다(문제는 그 사이 10년 이상 일반보일러 129만대 중 상당수가 다시 15년 이상 보일러가 된다는 점이다). 서울시의 평가에 따르면 15년 이상된 보일러만 새로운 콘덴싱 보일러로 교체하면 질소산화물 983톤을 줄일 수 있는데 이는 기존 배출량의 20% 정도에 해당한다.

실제로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의 경우에는 일상적인 자가용사용과 전기사용, 그리고 난방을 통해서 많이 발생하는 만큼 이를 매개로 공기질 개선을 하는 것은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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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해봐야 할 부분은 이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오는 15일 서울시는 6개 보일러 제조사, BC 카드와 업무협약을 맺는다.

협약에 따라 ▴6개 보일러 제조사는 시민들에게 약 10% 할인된 가격으로 친환경콘덴싱보일러를 제공하고 보일러 설치와 A/S를 담당한다. ▴BC카드는 시민들의 초기 구입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BC카드로 구매 시 12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준다. BC에코마일리지 카드로 결제할 경우 돈으로 사용 가능한 에코머니 1만 포인트도 지급한다.

그러니까 현재 일반보일러와 콘덴싱 보일러간 30만원 정도의 구매가 차이가 있는데 난방비 절감액 10만원 등을 고려하면 6년 정도 지나면 구입 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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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수단과 대상이다.

서울시는 일차적으로 교체를 원하는 시민이 구입하려는 보일러 제조사와 모델을 선택한 후 해당 지역 보일러 대리점에 전화로 신청하면 접수 순서에 따라서 시공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볼까? 한계들을 짚어보자.

  • 첫번째는 이용자들의 불편함이다. 잠깐만 검색을 해봐도 콘덴싱 보일러의 단점은 명확하다. 고장이 잦다는 것이다. 일반보일러에 비해 그렇다.

  • 두번째는 결국 보일러 교체의 비용은 실제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집의 소유자들이 부담한다는 것이다. 첫번째 문제와 연결되면 살고 있지 않는 집의 소유주가 보일러를 교체하는데, 그러면 지속적으로 수리비 부담이 든다(한 사례로 클리앙의 글과 댓글을 보자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0582263).

  • 세번째는 자체의 유인구조 문제로, 10% 할인된 가격에 공급하는 것 만으로 과연 보일러 교체에 적절한 압력이 될 수 있을까이다. 원전하나 줄이기 차원에서 시행된 태양열 발전기의 경우에는 이에 대한 이익이 직접적이었다. 이와 비교하면 콘덴싱 보일러 교체는 거주자 자체에게도 유인구조가 되긴 힘들다.

그럼에도 보일러 교체가 미세먼지 문제에 중요하다면 대상을 달리해 접근하면 된다. 서울시는 일단 300세대 이상 아파트 단지 중, 10년 이상된 노후 일반보일러를 보유하고 있는 604개 단지, 총 18만여 세대를 우선 보급대상으로 정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친환경보일러 교체를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이 범위에 들 수 있는 곳 중 재건축 등의 개발 등이 진행되지 않을 곳을 제하면 얼마나 많은 곳이 대상일지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우선 강서와 노원의 영구임대아파트 중심으로 보일러를 교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SH공사 소유가 아닌 LH소유의 주택은 기본적으로 LH가 교체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까? 나아가 서울시가 부담을 해야 하는 SH공사 관리의 아파트들은 어떨까? 하지만 이 역시 서울시가 교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자칫 재건축 등을 앞둔 곳에 비용의 환수기간인 6년도 기대할 수 없다면 실효성은 매우 낮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필요한 정책이고 해볼만한 방향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대상을 발굴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괜찮은 정책방향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수단과 재정 구조에 대한 고민이 보이질 않는다. 아무래도 기존 16만원 보조금 정책이 비용만 들고 큰 효과를 보기 어렵자 사업구조를 바꾸는 것이 목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구체적인 효과에 대한 그림이 보이질 않는다. 다른 분들이 보기엔 어떠신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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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덴싱보일러가 고장이 잘 난다는건 몰랐네요..
책임지지 않을 외부로 자꾸 일을 돌리는 패턴이 계속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어느새 명성 50 찍으셨군요.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