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가장 아름다운 모양

in the •  7 years ago  (edited)

오프닝부터 마지막 엔딩까지 모든 장면을 사랑하게 되는 영화는 흔치 않다. 길예르모 델 토로의 신작 셰이프 오브 워터는 그런 영화다.

감독의 장기처럼, 기괴한 크리쳐가 등장하는 이 영화는 또 마치 고급진 동화를 보는 것 같은 어떤 황홀한 감정에 휩싸이게 한다. 아름답다, 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장면 장면들. 영화가 끝나면 말로 설명 못할 여운에 휩싸이게 된다.

언어장애를 가지고 매일 똑같은 하루를 보내던 평범한 청소부 엘라이자가 우연히 괴생물체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는 영화 내용은 낯설기도 하고 낯익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특별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영화는 한 여자와 사랑할 수 없어보이는 어떤 존재와의 관계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을 보면 모든 편견과 차별에 대한 저항을 발견할 수 있다. 신체적인 장애, 인종과 성적 취향, 계급과 외모.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제한들, 차별들, 잣대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장치들을 이 저항을 위해 존재한다.

영화 속 인물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차별하는 자, 차별에 순응하는 자, 차별에 저항하는 자. 평범한 일상 속에서 모든 것에 순응하며 살아가던 엘라이자는 어떤 결심을 하고 저항하는 투사로 변신하고, 그녀의 변신은 그의 주변 인물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흑인 청소부 동료 젤다와 동성애자이면서 가난한 화가 자일스가 그렇다. 순응자에서 저항자로의 변신. 그렇게 만든 엘라이자와 그들과의 믿음, 교우는 서로에게 열려있는 소시민들간의 연결고리다.

보안책임자 스트릭랜드는 모든 차별을 상징한다. 그의 차별은 그를 더 공고히 만들어준다. 그를 더 단단하고 더 높게 말이다. 신체 장애를 가진 사람 보다 더 위에, 흑인보다 더 위대하게, 자기와 다른 것은 자기보다 못한 것이며 위험한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그것이 우리가 가진 차별의 맨 얼굴이기도 하다.

스트릭랜드는 바닥에서 올라와 상류층에 대한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인물이다. 그가 하는 차별은 반대로 그들과의 완전한 벽을 치고 구분함으로써, 자신이 상류층에 더 가깝다는 정체성을 확인하고, 스스로 안심시키는 행위이다. 그들을 밟고 깎아내림으로 더 올라가는 것이다. 스트릭랜드에게 엘리이자가 보호하는 괴생물체를 붙잡고 해부하는 일은 상류층을 향한 욕망 그 자체다. 그의 이런 욕망은 잘려버렸다 봉합수술로 붙인 손가락으로 상징된다. 시간이 갈수록 썩어버리는 손가락. 궁지에 몰려 이성을 잃어가는 그의 손가락은 검게 변해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상류층에 대한 욕망이자 그로부터 박탈될지 모른다는 그의 심리상태를 그대로 대변한다.

그리고 영화는 우리에게 물어본다. 너의 벽은 무엇이냐고. 우리가 잠재적으로 세워둔 모든 차별적인 인식들 말이다. 영화가 ‘이종’ 간의 사랑이라는 극단적인 소재를 가져온 것도 그런 의미이다. 사실 비슷한 플롯인 미녀와 야수처럼 미화된 이야기에는 쉽게 공감하지만, 델 토로의 극사실적인 괴생물체에 애정어린 마음을 가지기란 쉽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마음을 안겨준다. 우리에게 그런 존재는 항상 ‘괴물’, 그리고 ‘악’으로만 배워왔으니까.

그래서 묻는다. 여기까지 할 수 있냐고. 네가 저절로 이 생명체에 느끼는 그런 벽까지도 깰 수 있냐고. 영화는 그 벽을 깨는 것을 보여줬고, 우리도 그래야만 한다고 이야기한다. 모든 편견과 차별의 벽. 그걸 깨기 위해 델 토로 감독이 제안한 것은 바로 ‘물의 모양’이다.

영화 제목이 왜 셰이프 오브 워터인지는 영화 말미까지 모두 보고 나면 이해가 된다. 물의 모양. 괴생물체의 속성으로 표현되기도 한 이 물은 모양이 없다. 그리고 어떤 모양이든 변할 수 있다. 그 어떤 사람이든, 어떤 감정이든, 그리고 편견과 두려움, 어떤 벽과 차별들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 물의 속성이다. 모두를 포용할 수 있고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는 물의 모양.

사실 우리가 모두 물에서 태어났고, 아니 모든 생명이 물에서부터 일어난 것을 생각해보면 그것은 그 물의 속성을 되찾아야 하는게 어쩌면 신의 섭리일지도 모르겠다. 글의 마지막은, 영화만큼 진한 여운을 남겨준 시로 갈무리하겠다.

Unable to perceive the shape of You

그대의 모양 무언지 알 수 없네
I find you all around me

내 곁에 온통 그대뿐
Your presence fills my eyes with your love

그대의 존재가 사랑으로 내 눈을 채우고
It humbles my heart

내 마음 겸허하게 하네
For You are everywhere

그대가 모든 곳에 존재하기에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Congratulations @astrallee! You received a personal award!

Happy Birthday! - You are on the Steem blockchain for 1 year!

Click here to view your Board

Support SteemitBoard's project! Vote for its witness and get one more award!

Congratulations @astrallee! You received a personal award!

Happy Birthday! - You are on the Steem blockchain for 2 years!

You can view your badges on your Steem Board and compare to others on the Steem Ranking

Vote for @Steemitboard as a witness to get one more award and increased upvo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