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트뤼포의 초기 영화

in truffaut •  5 years ago  (edited)

<400번의 구타>의 성공 이후 만든 <피아니스트를 쏴라>가 실패하자 트뤼포는 히틀러 영화를 만들 수 없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픽션 영화를 만드는 것은 이 복잡한 현실에 당면한 이들의 이유를 찾아내는 것을 뜻한다.”
이 영화를 만들 당시에 인물의 세세한 면면을 보여 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샤를 아즈나불이 연기하는 샤를리라는 피아니스트는 소심한(timidity) 때문에 침체되어 있는 상태다. 유명 피아니스트였지만 그는 더 이상 예전의 영광을 재연할 수 없게 되어 레스토랑에서 싸구려 연주자로 살아간다.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하는 그의 아내는 그의 재기를 위해 호감을 느낀 남자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녀는 진실을 말하고 나서 창문으로 투신한다.
이 영화를 만들 당시 트뤼포에게는 일련의 사건들이 일어난다. 그는 더 이상 정치적으로 무관심한 상태에 머물지 않는데 1960년 2월과 3월에 수도의 수많은 FLN(민족해방전선) 조직이 와해 되었을 때 그의 편집 담당자 세실이 FLN 대원들에게 만남의 장소로 아파트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구속되고 실형을 선고받자 더욱 자극받는다. 장 폴 사르트르가 발기한 “알제리 전쟁에서의 불복종 권리에 대한” 선언문에 서명한다. 영화 감독들 중에 알랭 레네, 피에르 카스트, 자크 도니올 발크로즈, 클로드 소테도 서명했다. 같은 시기 장-뤽 고다르의 <작은 병정>이 검열로 상영금지되고, 한 검열위원이 그의 스위스 국적을 상기시키면서 추방을 요구한다. 트뤼포는 OAS(비밀군사조직)가 창설 되던 때 <쥘과 짐>을 촬영한다. 이 영화를 만들 당시 그는 시적 무게감과 영상미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트뤼포는 1967년 영화란 간접적이고 다 드러나지 않는, 보여 주는 만큼 감추는 것도 있는 평범한 예술이라고 규정하고 과장을 거부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쥘과 짐>의 스타일은 무엇보다도 빠른 속도감이다. 영화를 진전시키고 중요성을 제거하는 속도감, 처음 몇 분이 지나서부터 깨닫게 되는 이야기의 속도감, 화면 밖 목소리가 전하는 해설의 속도감, 자신이 집착하는 텍스트를 강제로 줄이지 않으려고 트뤼포가 종종 속도를 더 내라고 요구한 배우들의 속도감, 경쾌하고 빠른 카메라의 속도감, 편집의 속도감이기도 하다.”

무게감의 거부, ‘시적 분위기’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배척은 관객에게 생경함을 주곤 한다. 유리창이나 창문을 통해 거리감을 주면서 인물의 등장을 연극적으로 연출하는 방식은 그와 인접한 행동을 연결하면서 작가적 취향으로 나타난다.
까트린은 짐에게 황산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거짓말하는 남자의 눈에 뿌리겠다고 말한다. 프랑스인 짐은 그의 친한 독일인 친구 쥘이 카트린을 연인으로 생각함을 알면서도 그녀의 강렬한 면모에 빠져 든다.
이 영화는 무례할 정도로 충격을 일으키는 젊은 영화라는 평을 들었다. 초기 작 두 편(400번의 구타, 피아니스트를 쏴라)과 함께 트뤼포의 작가적 성향이 잘 드러나는 영화다.
이 영화의 편집과 후시 녹음에 소요된 4개월의 작업 기간 동안 그는죽음의 불안감에 내내 시달렸다. 아직 서른 살이 되지 않은 그가 일흔 다섯에 첫소설을 낸 앙리 피에르 로셰의 소설을 영화화하면서 그와 일심동체가 된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나이가 아주 많은 사람처럼, 인생의 마지막에 선 사람처럼 생각하면서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아마도 그때가 내 삶 가운데서 최초로 죽음의 공포를 느낀 순간이었을 것이다.”
장 콕토는 이 영화에서 대중적 명성을 아직 얻지 못한 위대한 문학인의 새로운 발견과 인증을 보았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친구였던 피에르 로셰에 관해서는 “가장 섬세하고 고결한 혼을 지닌 인간”이라고 적었다. 평론계는 전반적으로 이 영화에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트뤼포는 만족하지 않았고 검열에 대해서 우려했다. 영화가 묘사하는 특질이 부도덕적이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는 르누아르, 콕토, 아르망 살라크루, 피에르 라자레프, 알렝 레네 등 유명인사의 보증을 갖추었지만 18세 미만 제한 등급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상업성의 악조건바뀌 속에서그포는 자신의 표현대로 세 번째 영화 우울증에 시달렸다.
“일반적으로 모든 감독은 일생에 걸쳐 세 편의 영화는 만들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자신의 비밀스러운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첫 세 편의 영화 말이다. 이어서 그는 직업의 시계로 들어가고, 그때부터 전혀 다른 차원으로 올라선다.”

<트뤼포- 시네필의 초상>(을유 문화사)에서 인용했습니다. 앙투완 드 베크의 두꺼운 전기로 술술 읽히는 책입니다. 그가 쓴 고다르 의 전기도 국내에 번역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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