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특수효과는 할리우드 영화의 전유물과도 같았다. 하지만 현재에는 한국 영화에서도 특수효과는 매우 광범위하고 복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옥자>에서 가상 캐릭터인 수퍼 돼지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디지털 합성 기술 은 한국 영화의 특수효과 사용 양식의 연장선상에서 일대 전기를 이루는 듯 보인다.
<옥자>는 자본주의 사회 속 동물 식육문화의 가혹한 사육방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미국의 집단 공장형 수퍼 돼지 사육농장과 도살장의 공간을 인상적으로 표현한다.
자본주의 생산 체제 재현은 미국 다국적 기업이 한국에 전가해온 첨단기술의 폐단으로서 개인적으로 평온한 일상의 박탈의 시간성을 상기시킨다. 한국에서 자란 옥자는 출생지 미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운명이다. 영화 초반에 미란도의 연설 장면에서- 미란도사의 수퍼 돼지 프로젝트가 루시에 의해 소개될 때- 후면 디지털 스크린에 한국과 전 세계 농부들의 이미지가 투사될 때 디지털 특수효과 이미지는 영화의 주제의식인 탈민족주의 정서를 드러낸다.
이 이미지는 전체로서 간주되어온 전통적 가부장제 사회의 질서에 문제를 제기한다. 미자가 옥자를 되찾아 온다는 뚜렷한 목적의식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일련의 용감한 행동들에서 탈민족주의적 태도가 나타난다.
인상적인 대목은 <옥자>에서 자동적으로 과거 기억이 회상되는 결말이다. 미자가 옥자가 건네준 소쿠리를 건네받은 다음 문득 먼 곳을 응시하고 피식 웃음을 지을 때 그녀는 자신이 보았던 미국의 동물 사육농장의 기억을 무의식적으로 떠올린다. 여기에서 그녀가 응시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지만 과거 목도한 것,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수퍼 돼지 무리들의 이미지는 옥자를 볼 때 순간적으로 비자발적인 회상 기억으로 나타나게 된다. 결말 부분에서 수퍼 돼지의 수많은 무리들이 곧 자신에게 다가올 종말의 시간을 앞두고 처연한 울음소리를 내는 것은 종말론적 시간성을 드러내었다. 그 장면을 실제로 경험한 미자가 허공을 응시하는 순간, 다시 떠오르는 현실의 공포에 대한 기억은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자동적인 기억이 되었음이 암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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