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에 위치한 라스 피에도라스라는 도시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흘러 들어온 범죄자, 실직자들로 가득하다. 프랑스 코르시카 출신인 마리오(이브 몽땅) 역시 그중 한명이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듯이 그는 하는 일 없이 식당 여급인 린다(베라 끌루조)를 사랑한다. 이탈리아 출신의 결핵 환자 루이지(폴코 루리)와 함께 살아가던 마리오는 파리에서 도망쳐온 갱 조(샤를 버넬)와 친하게 지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도시로부터 500km 떨어진 유전에서 큰 화재가 발생한다. 미국인 사업가들이 개발하는 유전인데, 석유회사 직원인 오브라이언(윌리엄 텁스)은 니트로글리세린으로 화재를 진압하기로 결정한다. 조금만 흔들려도 폭발하기 쉬운 니트로글리세린을 그곳까지 운발할 운전수를 모집한다. 폭탄이나 마찬가지인 약물을 싣고 산길 운전을 하는 대가는 4000달러다. 마리오는 조, 루이지, 나치로부터 혹사 당했던 빔바(피터 반 아이크)와 함께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최후의 운전수 4명에 선발된다. 조심스러운 운전이 며칠 째 계속 되던 중 루이지와 빔바는 폭탄이 폭발하면서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조는 트럭에 치여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난다. 마리오만이 무사하게 폭발물을 옮기는데 성공한다.
이 영화는 조르주 아르노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프랑스 감독 앙리 조르주 클루조의 1953년 작이다. 가난하게 태어난 사람들이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위험에 처하게 되는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영화. 1953년 칸 국제영화제와 베를린국제영화제를 동시에 석권한 첫 작품이기도 하다.
사실주의와 서스펜스의 결합
생전의 알프레도 히치콕이 앙리 조르주 클루조를 라이벌로 여겼다는 일화는 꽤 유명하다. 앙리 조르주 클루조가 만든 <디아볼릭>(1555) 같은 작품은 개봉 당시 프랑스 비평가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 당했지만 미국 관객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스릴러물이었다. 하지만 앙리 조르주 클루조가 히치콕처럼 장르 영화만 만들었던 건 아니다. 다큐멘터리 <피카소의 비밀>(1956)은 화가 피카소의 작업 과정을 사실적으로 기록한 작품으로 앙드레 바쟁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의 1953년작 <공포의 보수>는 스타일만 놓고 보면 장르영화라기보다 당대의 사회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드라마에 가깝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평론가들이 이 작품을 서스펜스 수작으로 분류한다.
<공포의 보수>의 전반부는 남미의 한 도시에서 희망 없는 삶을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들을 보여주는데 할애한다. 풍경은 꽤 이국적이지만 그곳의 삶은 하루살이 인생과 다를 바 없다.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다가 어디선가 일용직을 구하면 우루루 달려가 하루 일당을 버는 식이다. 그렇게 번 돈을 술집에서 한잔하고 나면 하루가 끝난다. 더이상 물러설 곳 없는 사람들이 매일 이곳에 모이고, 그런 사람들로 가득한 이곳은 도저히 희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어 처참하다. 물론 세트 촬영이긴 하지만 롱테이크, 롱숏으로 마을의 풍경을 담아낸 카메라의 움직임은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사실적이다. 인공 조명이 아닌 자연광으로 찍은 것도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기 위한 목적이었다.
영화의 서스펜스가 발생하는 건 석유회사가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폭발물을 싣고 갈 운전수를 모집하는 영화의 중반부부터다. 4000달러를 벌기 위해 사람들은 목숨은 아랑곳하지 않고 운전수로 지원하고, 최후의 4인이 선발된다. 이 도시에 흘러오게 된 배경은 저마다 달라도 목숨을 건 운전을 하게 됐다는 점에서 공통적이고, 그때부터 영화는 긴장감을 차곡차곡 쌓아올린다. 과연 이들이 폭발물을 목적지로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을까. 히치콕의 서스펜스가 장르 영화 안에서 쌓아올리는 영화적 긴장감이라면 앙리 조르주 클루조의 <공포의 보수>의 그것은 당대의 사회 현실과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는 사실적인 긴장감이라 할만하다. 프랑소와 트뤼포는 1954년 <카이에 뒤 시네마>에 쓴 ‘프랑스 영화의 어떤 경향’이라는 글에서 역시 앙리 조르주 클루조의 작품인 <오르페브르 부두>(1947) <악마와 같은 여자>(1955) <진실>(1960)과 함께 이 영화를 두고 “애초부터 그렇게 운명 지어졌을 뿐만 아니라 비참하고 또 종종 사악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써 사실주의 요소를 취하며 영화적인 긴장감을 더욱 확장시켜 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영화의 내용만큼이나 순탄치 않았던 제작기
영화의 내용만큼이나 제작기 역시 순탄치 않았다. 촬영 전, 장 가방이 조 역을 제안받았지만 “팬들이 겁쟁이 도망자 역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로 거절한 일화로 유명하다. 앙리 조르주 클루조는 이국적인 풍경 때문에 스페인에서 촬영하길 원했다. 하지만 이브 몽땅과 그의 아내 시몬 스뇨레는 파시스트 독재자인 프란시스 프랑코가 지배하고 있다는 이유로 스페인에서 촬영하기를 거부했다. 결국 감독은 남프랑스에 위치한 생질(Saint-Gilles)의 한 마을을 남미의 어느 곳으로 낡게 꾸몄다. 1957년 8월27일부터 9주간의 대장정이 시작됐는데 날씨의 운이 따라와주지 않았다. 비가 유독 많이 내리면서 카메라 크레인이 넘어졌고, 세트가 망가졌다. 불행하게도 앙리 조르주 클루조는 무릎을 다쳤고, 린다 역을 연기한 베라 끌루조는 병에 걸렸다. 제작 기간이 길어지면서 제작비는 당시 5억 프랑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넘어섰고, 3개월이 지난 11월이 되었는데도 전체 분량의 겨우 반만 촬영했을 뿐이다. 겨울이 오면서 계절상의 이유로 촬영이 중단됐고, 나머지 반은 이듬해 여름에 겨우 완성했다.
김성훈
명장면 명대사
마리오/“안돼요. 잠들면 끝장이에요. 힘내요. 일어나봐요. 파리 어디서 살았죠? 조, 정신 차려요.”
유전에서 폭발물이 터져 다친 조를 차에 태우고 마을에 돌아가는 장면. 조가 잠들지 않게 하기 위해 마리오는 한손으로는 조를 안고, 또 다른 손으로는 운전을 하며 조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낸다. 두 남자의 초라한 모습 그 자체만으로 씁쓸하고, 그들의 삶이 그래서 더욱 처참하다.
조/ “유전회사로부터 왜 돈을 받는다고 생각해? 그건 공포에 대한 댓가야.”
차에 폭발물을 싣고 산으로 가는 길에 운전석에서 운전을 하던 마리오와의 대화 중. 마리오가 “당신도 열심히 일해야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하자 조는 “유전회사가 돈을 주는 건 이 일이 아무도 나서지 않는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장면이다. 무덤덤하게 오가는 대화지만 이 대사는 더이상 물러설 데 없는 이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오브라이언/“이제라도 늦지 않았어. 그만 둘 사람은 지금 그만둬. 누가 미쳤다고? 나나 회사는 미치지 않았어.”
트럭 운전수 기사 모집에 수많은 사람이 몰렸다. 그런데 폭발물을 운반할 사실을 알자 한 지원자가 “당신들은 공포가 뭔지 몰라요”라고 경고하며 떠나자 유전회사의 오브라이언은 “일할 사람은 많다. 떠날 사람은 떠나도 좋다”며 지원자들에게 일장 연설을 한다.
수상
1953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황금곰상 수상
1953년 칸 국제영화제 그랑프리, 특별언급 수상
1955년 영국 아카데미 영화제 작품상 수상
영화정보
감독 : 앙리 조르주 클루조
원작 : 조르주 아르노드
각본 : 앙리 조르주 클루조, 제롬 제로니미
촬영 : 아멘드 시러드
음악 : 조리주 오리크
출연 : 이브 몽땅, 안토니오 센타, 윌리엄 텁스, 피터 반 아이크, 샤를 버넬 , 베라 끌루조 , 폴코 루리
*<공포의 보수> : https://www.themoviedb.org/movie/204-le-salaire-de-la-peur?language=en-US
*평점 : AAA
보고 싶은 영화네요. 트뤼포는 크루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데요. 트뤼포가 좋아하는 작가 기준이 참 모호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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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트뤼포 취향은 트뤼포만 아는 듯.^^ 이거 되게 재미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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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역사를 만든 작품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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