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모습 그대로 3대째 이어온 막걸리 양조장

in gyeonggido •  7 years ago 


오래된 것이 아름다운 이유는 지켜졌기 때문이다. ‘그때는 아름다웠다’는 기록이 아무리 많아도 실체가 없다면 그것은 그저 환상일 뿐이다. 엎어지면 코 닿을 만큼 서울과 가까운 곳이지만 양평에는 여전히 지켜지고 있는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 일제 강점기 시절 만들어진 지평 막걸리가 그렇고, 사람과 기차의 발길이 끊어졌지만 여전히 정겨운 구둔역이 그렇다. 그리고 소박한 사람 냄새를 품고 있는 오래된 시장이 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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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살 먹은 건물은 처음부터 양조장으로 지어졌고, 잃지 않은 전통만큼이나 외관도 고집스럽게 지켜왔다. 통풍 잘 되라고 뚫어놓은 2층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팔리기 전의 막걸리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오승현

 

수십 년 동안 막걸리를 만들었던 아버지는 아들에게 양조장을 물려주고 정미소를 열었다. 단열에 필요한 왕겨를 대면서, 아버지는 양조장에 들릴 때마다 꿈같은 휴식을 취하곤 했다. 국을 띄우는 오래된 종국실과 막걸리를 발효시키는 장독들이 모여 앉은 이곳이 그에게는 고향집만큼 정겹고 따뜻하다. 우리가 그토록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이유는 아마도 이것일 테다. 조금은 낡고 거칠어도, 때로는 불편하고 오래 걸려도 소박하고 정겨우며 따뜻하니까. 지평막걸리와 구둔역, 그리고 용문 5일장으로 향하는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정겨운 마음과 소박한 아름다움, 그리고 오랜 세월을 품은 향기를 찾기 위해.

 

 

 

90여 년, 여전히 향기로운 지평막걸리

1925년 문을 연 지평막걸리는 전통적인 양조장의 모습을 여럿 간직하고 있다. 흙으로 바른 벽과 왕겨를 잔뜩 덮은 단열 지붕도 그대로이고, 통풍을 위해 사방을 뚫은 2층과 양조장을 지을 당시 함께 팠던 우물도 그대로다. 90여 년 전 만들어진 종국실 안에는 여전히 국을 띄우는 손길이 바지런하고, 세월의 무게가 오롯이 내려앉은 장독 안에는 발효가 한창인 막걸리가 가득하다. 오랜 전통을 지닌 양조장은 전국에 여럿 남아있지만, 이처럼 전통적인 생산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게다가 6.25 전쟁이 벌어졌던 당시 UN군의 사령부로 쓰였던 양조장 건물이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전통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도 얻었다.

이렇게 3대째, 아버지에게서 아버지로 이어진 양조장을 아들인 김기환 대표가 물려받은 것은 3년 여 전이다. 젊은 사람들은 모두 도시로 나가는 시대에,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작은 시골 마을로 들어온 그의 나이는 불과 스물아홉 살이었다. 서른도 되지 않은 아들이 양조장을 물려받는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반대를 했다고 한다. 이유는 너무도 많았다. 진부하다는 편견이 덧씌워진 전통이 설 자리는 위태로웠고, 새로 일어난 막걸리 붐은 곧 꺼질 수도 있었다. 아침 9시부터 새벽 3~4시까지, 균이 죽지 않도록 온도를 맞춰야 했고, 시골에서 일을 도울 사람을 찾는 것도 어려웠다. 하지만 아들은 기어이 양조장을 물려받았다. 지난 세월이 아까웠고 어릴 적 뛰어놀던 정겨운 마당과 흙벽이 아쉬웠다. 지금까지 이어온 전통을 도저히 버릴 수 없었던 것이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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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통을 잇는 일은 쉽지 않다. 생산 방식이 현대의 막걸리 생산 시스템 기준을 모두 충족시킬 수 없었고 전통 방식만을 고수하기엔 생산해야 하는 양도 너무 많다. 어쩔 수 없이 생산 과정의 여러 부분을 현대적으로 바꿔야 했다.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하지만 김기환 대표에게는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다. 현대 시설이 들어 선 후 오랜 단골들이 ‘맛이 변한 것 같다’는 말을 전할 때면 마음이 너무 아파 힘이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지평막걸리의 전통은 잘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절대로 전통적인 생산 방식을 버리지 않겠다’는 김기환 대표의 다짐이 있고, 지평막걸리만을 고집하는 유통처가 있으며, 이 맛을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다. 오늘도 역시 쌀을 찌고 국을 띄우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지평막걸리에 관한 다섯 가지 사실

1. 판매장과 양조장은 50여 미터 정도 떨어져 있고 양조장에서는 막걸리를 살 수 없다.
2. 요즘에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밀막걸리를 판매한다. 쌀막걸리보다 약간 묵직한 맛을 지닌 밀막걸리를 꼭 맛보시길(에디터는 완전히 반해버렸다).
3. 근대문화유산이긴 하지만 매일 500여 상자의 막걸리가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들은 늘 바쁘다. 내부 견학을 하고 싶다면 사전에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4. 양조장 한 편에 작지만 볼거리가 꽤 있는 박물관이 있다. 여기서 퀴즈. 오래 전 만들어진 ‘지평막걸리’ 간판 뒤에는 어떤 말이 쓰여 있을까? 정답은 직접 가서 확인해 보시라.
5. 마트에서 구할 수는 없지만 서울 중구 묵정동에 ‘지평막걸리 판매연합’이라는 지평막걸리 전문 유통처가 있다. 홈페이지(www.jipyeong.kr)를 통한 주문도 가능하다.

 

양조장 근처 가볼만한 곳

http://231.jeju.kr/%EC%82%AC%EB%9E%8C-%EB%83%84%EC%83%88-%EB%82%98%EB%8A%94-%EC%9A%A9%EB%AC%B8-5%EC%9D%BC%EC%9E%A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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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주조
주소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지평리 551-2
전화번호 031-773-7030
지평막걸리 판매처
주소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지평리 570-9
전화번호 031-773-7029
글 김영리| 사진 오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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