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선거구제는 자유롭지도 평등하지도 않은 제도 (자유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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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총선 개표방송을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안녕하세요 김재규입니다. 예고했던 대로 틈나는 대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제 생각을 글로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선거제도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을 펼쳐보겠습니다.

정당 지지율과 의석 비율의 괴리

예전부터, 아마도 제가 처음으로 투표권을 갖게 된 때부터 저는 선거결과, 특히 총선 결과에 대해 늘 의문이 있었습니다. 왜 의석의 비율과 정당 지지율의 차이가 심할까 하는 점입니다.
올해 총선의 경우 민주당이 전체 의석의 58.3%인 175석을 얻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이 투표권자의 58.3%의 지지를 받았다고 할 순 없습니다.
비례대표 정당지지율을 보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26.7%에 불과합니다.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을 합산해도 민주당의 지지율은 51%를 약간 넘는 수준입니다.
조국혁신당만 따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조국혁신당은 정당 지지율에서 24.2%를 받았지만, 전체 의석의 4%에 불과한 12석을 얻는데 그쳤습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가장 큰 원인은 '소선거구제'에 있습니다.

소선거구제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한 명의 당선자를 내는 제도입니다. 현행 선거제도에서 국회의원 300명 중 지역구에서 선출되는 254명은 소선거구제를 통해 결정됩니다.
소선거구제에서 유권자는 자신이 사는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한 사람에게 표를 주면 됩니다. 그만큼 직관적이고 알기 쉬운 제도입니다.
하지만 이 소선거구제는 자유민주주의에 맞지 않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저 개인적으로는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그와는 별개로 소선거구제는 반드시 대폭 바뀌어야 하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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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이 총선 결과의 책임을 지고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출처 뉴시스

소선거구제는 평등하지 않은 제도

우리나라는 선거 원칙의 하나로 ‘평등선거’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선거권자는 연령, 성별, 재산 등에 관계 없이 모두 동일하게 2장의 투표용지(지역구, 비례대표)를 받습니다.
하지만 선거 결과를 포함해 실질적인 차원으로 따져보면, 사실상 지역구 투표권을 박탈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민주당, 국힘의 텃밭 지역에 사는 상대 당 지지자들입니다.
호남의 경우 10% 정도의 국힘 지지층이 있고, TK(대구・경북)에는 25% 정도 민주당 지지층이 있습니다. 이들은 해당 지역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있지 않는 한 자신의 대표를 국회에 보낼 수 없습니다. 이들은 아무리 열심히 지역구 투표를 한다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호남 지역의 지역구 의석은 총 28석인데, 지지층의 비율을 생각한다면 28명 중 2석 정도는 국힘 지지층의 의사가 반영되어야 합니다. 반대로 TK 의석 총 25석 중에 6석 정도는 민주당 지지층의 의사가 반영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결과의 평등까지 생각한 진정한 평등선거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소선거구제

또한 소선거구제는 지나치게 많은 사표를 발생시킵니다. 경기도의 경우 총 지역구 60석 중 민주당이 53석, 국힘이 6석, 개혁신당이 1석을 차지했습니다. 의석 비율로 보면 민주당이 거의 90%의 의석을 독식한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경기도민의 90%가 민주당을 지지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민주당이 당선된 지역구를 봐도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60%를 넘는 곳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50% 초중반의 지지율로 당선됐습니다. 반대로 40% 이상의 경기도민의 의사는 선거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의미가 됩니다.
경기도에서 민주당 지지율을 대략 55%라고 본다면, 민주당은 경기도민 중 55%만의 지지를 가지고 90%의 의석을 가져간 것입니다.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은 경기도민은 이런 결과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미 선거는 끝났기 때문에 이들의 불만은 다음 총선이 치뤄질 때까지 4년 간 해소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유무형의 사회 갈등과 불안도 상당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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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총선에서 극적인 당선이 확정된 직후 웃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소선거구제는 자유롭지 않은 제도

또한 소선거구제는 온전한 의미의 ‘자유’로운 선거제도도 아닙니다.
대한민국 5000만 인구가 전부 민주당 또는 국힘을 지지하는 건 아닙니다. 올해 총선 비례대표 선거를 보면 양대 정당을 지지한 사람은 약 63%, 조국혁신당까지 합쳐도 약 87%로 나옵니다. 13% 정도는 기타 정당 지지자입니다.
하지만 현실의 지역구 선거에서 이 13%의 기타 정당 지지자들은 사실상 선택의 자유를 제약당하고 있습니다. 13%의 기타 정당 지지자들 중 상당수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가 없거나, 또는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민주당, 국힘 중 그나마 자신의 지지성향과 비슷한 쪽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극우로 분류되는 자유통일당 지지자 ㄱ씨를 생각해 봅시다. 그는 국힘, 민주당 양쪽 모두에 불만을 갖고 있고 자유통일당이 대안세력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구 투표장에서 ㄱ씨는 고민에 빠집니다. 자유통일당 후보를 찍는다 하더라도 그 후보가 당선할 가능성이 0%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ㄱ씨의 지역구에서 국힘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박빙이라면 ㄱ씨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자유통일당과 그나마 이념 성향이 비슷한 정당은 국힘인데, 자유통일당 후보가 득표를 많이 하면 할 수록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ㄱ씨가 현실적인 사람이라면 그는 자유통일당 후보가 있더라도 국힘 후보에게 투표할 것입니다.
만약 ㄱ씨가 아주 신념이 강한 사람이라면 그는 당락 여부와 상관 없이 자유통일당 후보에 표를 줬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유통일당 후보가 지역구에서 당선할 가능성은 당연히 0%일 것이기에, 그는 선거 결과에 실망하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선거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ㄱ씨도 결국 신념을 잠시 접어두고 현실적인 선택지에 표를 단질 것입니다.

이처럼 소선거구제는 소수 정당 지지자들의 신념을 강제로 접게 만드는 효과를 발생시킵니다. 그로 인해 지역구 선거 결과도 해가 갈수록 점점 양극화되고 있습니다. 올해 총선에서 제3정당이 당선된 곳은 두 곳에 불과한데, 경기화성을의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만 양대 정당의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됐고, 울산북구 진보당 윤종오 후보는 민주당 후보가 없는 상태에서 당선됐습니다. 예년에는 몇 명 씩 존재했던 무소속 당선자도 이번 총선에서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또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당선될 만한 후보'를 선택하게 하는 소선거구제는 새롭게 투표권을 갖게 되는 세대로 하여금 양대 정당 외의 선택지를 상상할 수 없게 합니다.
물론 그 누구도 민주, 국민의힘 양대 정당 후보만 고르라고 강요는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적으로 선거가 있을 때마다 유권자들의 사상의 자유를 제한하는 효과를 불러 일으킵니다.
결과적으로 소선거구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원리와 맞지 않는 제도입니다.

정치권과 학계에도 소선거구제에 대한 문제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학자들은 때만 되면 언론 지면을 통해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하고, 국회에서도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등을 구성하여 좀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어울리는 제도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유민주주의에 어울리는 선거제도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한 제 생각은 다음 기회에 논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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