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후 국제정치는 요동을 치고 있다. 트럼프는 캐나다와 멕시코 그리고 중국에 이어 이번에는 팔레스타인을 타격했다. 취임직전에 가자지대의 휴전을 이끌어내더니 갑자기 가자지대 주민을 모두 이주시키고 그 지역을 미국이 주도해서 발전시키겠다고 나섰다. 이란과의 긴장관계를 완화시킬 것이란 기대와 달리 이란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분명하게 했다.
트럼프의 이런 정책적 변화는 미국의 경제상황과 밀접한 영향이 있다고 하겠다. 미국은 지금의 상황에서 탈피해서 다시금 세계 패권을 유지해야 한다. 지금 그대로 있다가는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추격당하고, 안보적으로는 러시아에 압도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은 현재 이도저도 못하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 같다. 지금 미국이 보이고 있는 행태는 유럽의 제국주의가 더 이상 갈곳을 잃어 자기파괴적 전쟁으로 내물리던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의 상황과 매우 유사한 것 같다. 미국이 보이고 있는 행태는 더 이상 지금의 체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미국 기득권의 위기의식의 발로라고 하겠다.
미국 기득권이 보이고 있는 위기의식의 근원으로는 두가지를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번째는 미국 기업의 혁신이 한계에 도달했고, 이미 중국에 추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적 발전경로와 중국적 발전경로 중에서 중국식 국가발전경로가 승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패배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그로 인한 자본의 손실을 다른 곳에서 벌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쟁은 승리만 한다면 가장 이익이 많이 남는 사업이다. 미국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끊임없이 전쟁을 벌였으나 그리 성공적인 경우는 별로 없었다. 비유를 들자면 제국이 정복전쟁에서 이문을 남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이 위기에 처한 것은 제2차세계대전이후 냉전체제로 진입한 결정때문이라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하여 미국은 너무 많은 국가의 부를 낭비했다. 소련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만 했어도 독일과 일본같이 미국의 경쟁력을 갉어 먹는 경쟁국가를 스스로 만들지 않았어도 되었을 것이고, 압도적인 우위를 상당기간 더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이런 잘못된 결정을 하게 된 것은 미국내부의 기득권층이 단기간에 지나친 이익을 얻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이는 미국이 민주정이 아닌 과두정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체제는 링컨이 말한 것처럼 인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grand duke를 위한 과두정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결국 미국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은 일반대중들의 정치적 의지가 국가정책결정과정에 제대로 개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미국의 소위 건국의 아버지들은 대중의 급진적인 요구가 반영되는 것을 막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이야기다.
미국이 자기파괴적 행동을 하는 것은 미국이 말만 민주정이고 실제로는 grand duke의 담합에 의한 과두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의 패배는 결정적이다. 문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너무나 많은 자금을 투하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단하겠다고 장담했던 트럼프가 다시 우크라이나에 무기지원을 재개하는 결정을 소리소문없이 조용하게 한 것도 그런 이유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패배하면 우크라이나에 투자한 자금만 손해보는 것이 아니라 유럽전체를 장악했던 미국 자본의 이익도 상당부분 포기해야 한다. 트럼프가 아니라 그 누구도 이런 손실을 감수할 수 없는 것이 미국의 막다른 골목이라고 하겠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서의 손실을 가자에서 벌충하려고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탄핵정국이후 엉뚱하게 개헌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의 정치가 혼란을 겪은 것은 대통령 중심제가 아니다. 앞으로의 국가에서 국가의 중앙권력은 더욱 강해야 할 필요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그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가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서 대통령제의 문제는 정치가 사법화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회의 정치적 결정을 헌법재판소가 다시 심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헌법재판관은 인민이 선출하지 않았다. 인민이 선출하지 않은 사법권력이 인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탄핵을 최종결정한다는 것은 한국이 민주정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돌이켜 보면 헌법재판소는 한국의 정치발전에 전혀 기여하지 않았다. 특히 노무현 당시 수도이전을 관습법 운운하면서 좌절시킨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노무현의 탄핵도 인용하지 않았으나 그것도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소 문제가 있을지 모르나 국회가 2/3으로 탄핵했으면 그것은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내 주요 언론과 정치인들이 계속해서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정치체제를 과두정으로 만들겠다는 음모에 불과하다. 내각제는 대표적인 과두정의 한 형태에 불과하다. 내각제가 절대로 정치안정을 보장하지 않는다. 내각제의 단점은 정치 불안정이다. 대통령이 불행한 상황에 처한 것은 대부분 자신의 잘못된 정치적 행동 때문이지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는 이들은 거의 예외없이 매판자본과 외세의 앞잡이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대중의 정치적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매우 혼란한 정치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성리학의 나라 조선에서도 민란과 반란이 끊이지 않았다는 것을 가볍게 보면 안된다.
내각제가 되더라도 대중들은 한국의 과두적 기득권들이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회가 완전하게 어느 한 정파에 독점되는 것이다. 바로 그런 현상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지금이 내각제라면 이재명이 권력을 잡았다. 한국의 과두적 지배계층이 정치를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완전한 오판이 될 것이고, 결국 그런 선택이 자신을 붕괴시키는 결과가 될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익에 눈이 멀면 앞이 안보이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