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넝쿨로 온통 뒤덮여 있는 성당 벽면이 불어오는 비바람을 따라 초록색의 물결로 춤을 추고 있네요.
담쟁이 넝쿨은 연세대 언더우드관, 구, 공간(空間) 사옥 등 뒤덮여 있는 멋진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사진촬영 배경으로도 애용되기는 하지만,
갈라진 틈으로 뿌리를 내려 벽의 내구성을 훼손하고 습기를 머금고 있어 벽 부식의 원인을 초래하는 등 불편을 초래하므로 제거 대상으로 지탄을 받기도 하는데,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라서 어느 편을 들어야 할 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 생명력은 대단해서 나보단 훨씬 더 오래 살아 남을 게 확실하며, 대신에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를 읽으며 삶을 살아가며 본받아야 할 점들을 다시 되새겨 봅니다.
담쟁이 - 도종환 -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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