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토지에는 농경민, 정착민의 후예로서 토지와 더불어 살아가는 부족민의 삶을 다루었다면 유목민의 후예로서 보부상의 모습이 소설 객주에 잘 그려져 있다.
물론 토지에도 간도, 연해주, 일본 등 무대를 옮겨 가며 농경민의 정착을 다루고 있지만, 그건 다분히 피동적인 움직임이고, 족보라는 시간적인 흐름을 따라 묘사되고 있고, 하동 평사리가 본원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객주는 유목민, 방랑자, 여행자의 관점에서 정처없이 떠돌아 다닌다는 점이 21세기 우리네 삶과 보다 근접하다고 생각된다. 머무르지 않고, 풍경들을 스쳐 지나가며, 만났다 다시 헤어지고,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장면을 연출한다. 낭만적이다.
유목민이 그러하듯이 보부상도 이문을 위해 끊임없이 이동하고, 살지 말지, 떠날지 머물지, 작반할지 파행할지 끊임없이 결정해야 한다. 환경이 끊임없이 바뀌고 그 때마다 새로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게 그렇지 않은가?
계략, 음모, 음담패설, 걸쭉한 성적묘사로 잠시 눈을 뗄 수 없다. 치고 빠지는 낭만만 가득할 것 같지만 그속에 잊지 못할 사랑, 의리, 원망, 권력암투가 펼쳐진다.
여성의 성적 정체성도 정절을 내세우지 않고, 성적 자유분방함 속에 사랑, 권력을 쟁취하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케릭터이다. 매월, 월이, 천소례는 시대에 구애받는 여성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랑과 권력을 쟁취하려는 적극적 여성을 반영한다.
스쳐가는 인연을 잊지 못하는 애틋함, 원망은 복수의 에너지로 작용하고,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영악하게 추구한다. 때론 정념에 불타지만 끊임없이 정신적인 사랑, 의리, 권력을 탐한다.
조성준, 천봉삼, 선돌은 이문을 추구하는 보부상이지만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의를 배신하면 가혹하게 징계하는 이들이다. 처음부터 일관되게 흐르는 것이 의리이고 이런 의리가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가고 올바른 세상을 만들려는 정의감으로 표출된다.
선돌의 갑작스러운 좌절은 아쉬운 장면인데, 개인사로 제 뜻을 펼치지 못하고 스러지는 장면에서 될성 싶은 나무가 너무도 빨리 저버린 한탄이다. 재화가 어찌 의보다 낫겠나하고 돈을 천지의 공물임으로 잠시 보관했다가 돌려주는 것이라 표현한다. 매력적인 인물이 봉삼과 도원결의를 완성하지 못한 것이 읽는 독자로서의 아쉬움이다.
길소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에 집착하는 데, 양반가의 안해인 운천댁과 우연찮게 맺어지며 양반으로, 관리로 나아가는 데, 이런 것도 약간은 안해에 대한 컴플렉스의 보상심리라고 본다. 마치 mb같은 인물이다. 박쥐, 쥐새끼같은 인물. 깜냥이 음지에 있어야지 양지로 나와서는 안되는 인물이다.
조성준은 천봉삼을 비롯한 보부상들에게 정신적 지주역할을 하는 인물인데, 이런 캐릭터가 그러하듯 매번 이리 터지고 저리 터지며 굴곡을 살아간다. 양반보다 더 학식이 풍부하고 의기가 대단한 인물. 화적한테도 인정받는 카리스마의 끝판왕. 신념의 김대중 같은 인물이다.
조선후기 개화기는 자본주의가 싹트기 시작하고, 농업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기존 사회가 해체되는 시기이다. 청, 일의 물산이 들어오고 돈이 권력을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어 신분을 넘나든다.
고종이 선군이네, 명성왕후가 지혜로웠다 하고 누군가 지껄이더라만 왕실만 지키려 했지, 조선 백성의 삶은 안중에 없었다는 것이 소설 곳곳에 나타난다. 가혹한 세금, 매관매직, 자리보전, 왕실의 호사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
물산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에도 그 결과는 상류층 일부만이 독식하니 민중은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화적이 되고 유민이 된 것이다. 끼니를 걱정하는 자들의 마지막 위안은 어디인가? 그 하나의 위안 육허기를 달래기 위해 최돌이는 하이에나처럼 헤매다녔다.
고르지 못한 세상이 좌절, 불평등, 착취를 낳아 결국 조선이 멸망하게 된 것이다. 차별, 부익부빈익빈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말해준다. 북한도 그러하지 않겠나? 고르지 못함에 체제가 망하는 것이다.
심각한 양극화로 몰린 우리도 고민해봐야 한다. 모두가 잘 사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명박그네 10년을 겪으며 대기업, 공무원만 잘 사는 사회가 심화되어 헬조선하는 마당이 아닌가? 젊은이가 갈곳을 잃고 강자가 갑질하고 약자를 억압하는 사회가 되었지 않나?
의리는 강자의 덕목이지만 모두가 의리를 가질 수 있도록 사회적 불평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우선적으로 성장엔진을 달고 파이를 키워야겠지만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걸쭉한 옛말과 음담패설, 가락. 사랑방에 앉아 아재의 구수한 얘기를 듣는 듯한 느낌. 여성을 너무 성적으로 묘사한 것 아닌가 하지만 그 시대엔 또 그랬지 않았겠나? 그래서 여주인공들의 아금박음과 의기가 더 놀랍게 받아들여진다.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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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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