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2018년 5월 23일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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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3일의 일기

in kr-diary •  6 years ago 

북키퍼님! 따님 발레 그만두는 것 때문에 많이 울적하시다고 댓글 남겨주신것 봤어요. 거기에도 대댓글로 달긴 했는데 혹시 못보실까봐 여기에도 댓글 남기고 가요.

전 발레는 어릴 때 한 적은 없고 그냥 성인되고 취미로 처음 시작했어요.
근데 피아노를 중고등학교때까지 전공으로 생각하고 계속 했는데 고등학교 때 최종적으로 그냥 취미로만 하는걸로 하고 그만뒀어요. 따님 경우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저 결정할 때 온전히 제가 원해서 그렇게 결정한거라서 부모님 원망하거나 하는 마음은 전혀 안 들었어요. 피아노가 싫어져서 그만둔 것도 아니었고 그냥 피아노보다 더 좋아하는게 생겨서 대학에서 그걸 전공하고 싶어서, 제가 원해서 제 의지로 그만둔거였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후회는 없고요. 물론 만약에 그때 그만두지 않았더라면 지금 내 인생이 완전 달라졌겠구나..라는 생각 정도는 하지만요.
근데 저희 부모님은 저랑 달리 당시에 많이 서운해하시더라고요. 아빠도 엄마도 오랜 기간 동안 당신들 생활도 없이 저 위주로 전적으로 지원해주시기 위한 삶을 살아오셨기 때문에 아마 더 그러셨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는 그렇게 두분이 저한테 해주신 것들이 헛된거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 시간동안 내가 배운 것들이 어디 사라지는게 아니고, 제 인생에 오롯이 남아있을거니까요.

북키퍼님과 따님의 발레가 저랑 비슷한 경우일 수도, 아닐수도 있겠지만,
어느 쪽이든지 따님이 본인의 삶을 위해 더 나은 쪽으로 갈 수 있도록 북키퍼님께서 현명하게 잘 이끌어주실거라 믿어요. 물론 스스로의 의지로 그만둔거라고 하더라도, 장기간 계속 해왔던걸 그만두고 나서는 한동안 많이 허한 마음이 드시겠죠. 식상한 말이지만 또 저보다 더 잘 아시겠지만 결국엔 그런 허한 마음도 다 지나가니까요. 중요한건 따님이 그래서 어떤 길로 잘 나가느냐 하는거겠죠.

부디 북키퍼님과 따님이 행복한 방향으로 함께 잘 지내시길 바랄게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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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ㅜㅜ 너무 감사합니다 이렇게까지 생각해 주시다니요ㅜㅜ 그 댓글 읽었어요. 마음이 너무 복잡해서 따로 대댓글을 못달았구요.
일단 우리딸은 제가 볼 때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것 같진 않아여. 객관적으로 그렇게 결론을 내렸고. 공부를 잘하는 편이예요. 아니, 많이 잘해요. 이번에도 with high honor(평균 97이상) 메달을 받았어요. 근데 해외 12년제 특례를 가려면, 저는 여자아이 혼자 유학은 절대 안된다는 주의거든요 그래서 한국으로 보내려고해요, 공부만 잘해가지고 되는게 아니예요. 운도 정말 많이 따라야 하고 그리고 학과 공부 외로 중요한 것이 과외활동, 봉사활동 등등의 사회에 공헌하는 활동, 혹은 교내 리더쉽을 보일 수 있는 특별활동 등등요. 그럴려면 시간과 물리적인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데, 발레에 이미 너무 많은 시간과 물리적인 노력이 들어가게 되면 그만큼 달리 할애할 여분의 시간과 노력이 남지를 않는다는데 문제예요. 그래서 저도 아쉬워서 무슨 리사이틀이나 대회 같은 건 하지말고 일주일에 한 두번 학원만 다니라고 취미로 그렇게 말했는데 딸아이는 그건 싫다고 하네요. 여기 시스템이, 김연아가 한 프로그램으로 일년 내내 대회를 나가는 것처럼, 리사이틀 하면 그걸로 일년 내내 공연다니고, 그걸 위해 연습하는데 그걸 안가면서 연습하면 무슨 재미가 나겠어요. 친구들 competition 나간다고 연습하고, special class 다들 가는데 지만 안가고... 그게 싫다는거죠. 이해가 돼요. 그래서 딸한테... 솔직히 제가 더 아쉬워요. 부모님 마음 너무너무 이해가 돼요. 그래서 방학 두달동안 공연이나 competition 다 참여하고 학기 시작되면 또 거기에 맞춰 한 번 해보자... 라고 했더니..: 그러다가 또 못하면 어떡해ㅜㅜ 하며 울기만 하네요. 정말 모르겠어요. 어떡해야할지ㅜㅜ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원더리나님...

앗 이미 보셨군요. 괜히 하나 더 달아서 대댓글에 대한 압박을 드린 것 같아 죄송하 마음이...;;
따님 본인은 아직 발레를 그만두길 원하지 않는가봐요.
결정하기 정말 정말 어려우실 것 같아요 ㅠㅠ 전 아직 아이가 없지만 본인 인생 앞날 정하는 것도 어려운데 자식 인생 앞날에 내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 정말 답이 안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으아 생각만 해도 너무 어려워요ㅠㅠ 그렇다고 무작정 아이 너 하고픈대로 해라 이럴 수도 없으실테고요.... 이래서 어머니는, 부모님은 다들 위대한 존재들이신 것 같아요.
필리핀 상황과 기타 여러가지를 전혀 모르는 저로서는 섣불리 뭐라 말씀을 보태기가 어렵네요. 그저 어떤 방향으로든지 북키퍼님과 따님이 훗날 행복하실 수 있는 방향으로 잘 결정하시길 기도할게요...
힘내셔요!!!

정말 너무너무 감사합니다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