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minism] 헤테로로서 나는 권력자다.

in kr-feminism •  6 years ago  (edited)

내가 누구인지 밝힌다.
시스젠더 여성 헤테로.

시스젠더 : 사회가 본인에게 부여한 성별과 본인이 인지하는 성별이 일치하는 사람, 즉 sex와 gender identity가 일치하는 사람

헤테로 : = 이성애자


나는 남들 앞에서 이야기 할 때 내 애인 자랑을 서슴없이 할 수 있다.

나는 남들 앞에서 내 애인과 몇 일 째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나는 여성에게 물을 수 있다. 남자친구 있어?

나는 남성에게 물을 수 있다. 여자친구 있어?

나는 평범한 미팅에 나갈 수 있고 다음 날 친구들에게 썰을 풀 수 있다.

나는 내 부모님에게 애인의 사진을 보여 줄 수 있다.

나는 내 친구들에게 애인을 소개해 줄 수 있다.

나는 내 애인과 찍은 사진을 내 SNS에 공개적으로 올릴 수 있다.

나는 남 눈치 보지 않고 내 애인과 길거리를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

나는 평생을 약속한 애인과 대한민국에서 공개적으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사이트에서도 내가 시스젠더 여성 헤테로임을 아무런 두려움 없이 밝힐 수 있다.


이성애자를 혐오하는 것과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것, 두 상황의 결과는 너무나 다르다.

나 너가 너무 싫어, 너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내 눈 앞에서 사라져,
너란 인간 진짜 더러워, 네가 사람이니?

이성애자는 이성애자라는 이유로 저런 말을 들을 일 조차 없고,
듣는다고 할 지라도 두렵지 않다.
저새끼 왜저래? 미쳤나? 넘기면 그만.

그러나 동성애자는 다르다.
너무 무섭고, 이러다가 내가 진짜 죽을 수 있겠구나, 밖에 나가면 안 되겠구나, 숨겨야 하는 거구나, 나는 틀린건가.

이성애자인 나는 권력자다.
나의 성적 취향을 드러낼 수 있고 내 애인을 밝힐 수 있고
처음 본 사람에게 "애인 있어?"가 아닌
"남자친구/여자친구 있어?" 라고 물을 수 있는 나는

권력자이자 기득권층, 언제든지 소수자에게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그래서 그들 머리 꼭대기에 있는, 아주 나쁜 사람이다.


폭력은 달리 가시적인 것만을 가리키는 게 아닙니다.
태어날 때부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손에 쥐어지는 것.
나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던 것.
그래서 나와 위치가 다른 그 사람으로부터 부러움과 원망을 듣고는
"나는 뭘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게 왜 폭력이야? 피해의식이 심하네."
라고 할 수 있는 것.

그게 폭력입니다.

오늘도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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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달리 가시적인 것만을 가리키는 게 아닙니다.
태어날 때부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손에 쥐어지는 것.
나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던 것.
그래서 나와 위치가 다른 그 사람으로부터 부러움과 원망을 듣고는
"나는 뭘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게 왜 폭력이야? 피해의식이 심하네."
라고 할 수 있는 것.
그게 폭력입니다.

흐.. 배운다

멋지시네요

부끄럽습니다 (_ _)! 멋진 게 아닌 당연한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글이 당연한 세상이 오기를, 제 3의 성이 제 3의 성이 아닌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쓸데없는 오지랖을 떠는 분들이 문제죠.
그리고 군대문화...획일성...

LGBT 라고도 하죠? 성 소수자의 인권도 중요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 아니 1%일지언정 그들은 존재하니까요

스스로를 반성합니다. 인권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님을 증명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

색다른 관점이 생기는군요. 이성애자라는 '권력'이 동성애자나 다른분들에게는 피해가 갈수도 있다는 사실은 생각도 못해봤어요
(ps 음 예전에 상호교차성 패미니즘 반박하는 글을 인터넷에서 본거같아.)

(그 글 알려주라 궁금하다 !!!! 헠헠)

해외 저널이었는데.. 지금 찾아보는중

폭력은 달리 가시적인 것만을 가리키는 게 아닙니다.
태어날 때부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손에 쥐어지는 것.
나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던 것.

이 부분 생각하게 되네요. 좋은 글 감사함다.

민율님 댓글을 이제야 확인하네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스팀에서 이런 글을 보게될 줄이야ㅠㅠ.....바로 팔로잉 합니다. 사회에서 “보통” 이라고 정의되는 것이 누군가에게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점....오늘도 반성하고 또 배웁니다.

보잘 것 없는 글을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종종 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