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심리학] 엄마와 다른 나 : 말러의 분리-개별화 이론(2)

in kr-psychology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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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가나입니다:) 이전 포스팅에 이어 말러의 분리-개별화이론에 대해 본격적으로! 소개해드릴게요^^

인트로 부분인 1편이 궁금하시다면

https://steemit.com/kr/@ghana531/3td3dy

*본 내용은 말러의 책 '유아의 심리적 탄생'을 기반으로 제가 이해한 내용을 적은 글입니다:)

말러는 유아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나’에 대해 인식하고 ‘나’에 대한 개념을 만들기 시작하는 것을 심리적 탄생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심리적 탄생은 유아와 어머니 간의 관계 내에서 이루어집니다. 유아가 어머니의 돌봄을 받으면서 어떻게 외부 대상을 알게 되고, 이 관계를 토대로 ‘나’를 발달시키게 되는지가 분리-개별화 이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의 제목도 [엄마와 다른 나] 라고 지어봤어요!

말러는 이런 심리적 탄생을 향한 과정을 ①정상적 자폐단계 ② 정상적 공생단계 ③ 분리-개별화 단계 로 나누어 설명하였어요. 하나씩 살펴봅시당:)

①정상적 자폐단계
이제 막 태어난 신생아를 한 번 떠올려보세요. 얘네 계속 자는 거 같지 않아요?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고, 손이나 발에 자극을 주거나 앞에서 내가 활짝 웃어도 큰 반응이 없고. 정신분석 쪽에서는 이것을 보고 ‘자극장벽’이 있는 것 같다고 표현하였습니다. 애기한테 어떤 보이지 않는 보호막 같은 것이 쳐져 있어서 외부 자극(내가 손을 만지고, 앞에서 웃는 것)으로부터 차단된 것 같아 보입니다. 마치, 태어났지만 아직 어머니의 자궁 속에 있는 상태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말러는 이 단계를 정상적 자폐단계로 칭합니다.
여기에서 ‘자폐’는 발달장애인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와는 다릅니다. autism 상태에서 정상으로 간다고 생각하시면 아니됩니다! 정신분석에서는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해서 오해하기 쉬운데요... 이 단계도 발달장애인 자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자폐를 가진 아이들이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어서 옆에서 누가 뭐라고 해도 아는 채도 안 하는 모습과 같이> 신생아들도 주변 자극에 반응이 없는 모습을 비유했다고 이해해 주세요.
생후 몇 주가 지나면 아기들은 바깥 자극에 대해 서서히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나를 안아주는 따뜻한 엄마의 팔, 사랑이 듬뿍 담긴 엄마의 목소리, 뭔가 속이 불편해서 울면 입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우유, 축축한 기저귀와 뽀송뽀송한 기저귀 등등… 이러한 오감으로 느끼는 감각 경험을 통해 아기는 나의 밖에 있는 세계에 대해 인식하게 됩니다. 특히 나를 안아주고 보듬어주고 말 걸어주는 대상에 대해 희미하게 인식하게 됩니다. “내가 울면 안아주는 누군가가 있네.” 그러면서 자극장벽이 깨어지게 되고, 공생단계가 시작됩니다.

② 정상적 공생단계
외부에 어떤 대상이 있음을 알게 되지만, 생후 겨우 몇 주 된 아기는 아직 신체적으로도 한참 덜 발달되었고, 인지적인 능력도 한참 부족하기 때문에 바깥에 있는 대상이 나와 구별되지 않은 것으로 느낍니다. 아기는 가장 많이 상호작용하는 주양육자, 즉, 어머니와 자신이 마치 하나의 존재인 것처럼 느낍니다. “내가 배가 고파서 우니까 우유를 주네.”, “내가 기저귀가 축축해서 우니까 바꿔주네.” 이런 경험에서 우유를 제공하는/기저귀를 바꾸어주는 대상(어머니)은 어렴풋이 인식될 뿐,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기 때문에 마치 나와 연결되어 하나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죠. 마치 빛이 있으라 하니 빛이 생긴 것처럼, 아기는 마술적인 전능감을 느끼며(‘배고프다! 하니 우유가 들어오고 배가 부르군.’) 공생단계를 보내게 됩니다.
노른자가 두 개 들어 있는 달걀을 떠올려보세요. 노른자들의 경계는 흐릿하지만 달걀껍질로 인해 바깥과 확실히 구분되어 있죠. 공생단계가 바로 이런 모습입니다. 경계가 희미한 노른자들이 각각 엄마와 아기입니다. 엄마와의 관계에서 아기는 어디까지가 ‘나’이고 어디까지가 ‘엄마’인지 애매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확실히 우리 둘은 바깥 세상과는 구분이 되죠.
성인들에게서도 이런 공생단계와 비슷한 예시를 찾아볼 수 있어요. 연애 초반을 한 번 떠올려 봅시다. 애인과 내가 마치 하나인 것처럼 느껴지는 경험, 다들 한 번쯤 해보시지 않았나요? 내가 데리러 와 달라고 하면 척척 와주고, 먹고 싶은 게 있다고 하면 달려가서 사오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애인과 함께 있으면서, 내가 원하는 것이 네가 원하는 것이고 내가 하는 것이 네가 하는 것이다~ 같은 느낌! 그게 이 공생단계 아기들이 느끼는 것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엄마와 하나인 것처럼 느끼는 이 공생단계가 충분히 만족스럽게 지나간다면, 유아는 비로소 엄마로부터 분리될 준비가 되게 됩니다. 아이러니하죠? 하나인 것처럼 충분히 느껴야 분리가 될 수 있다니.

폰으로 쓰려니 상당히 불편하네요ㅠㅠ 쓰다보니 이야기가 길어져서...
말러 이론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단계, 분리-개별화 단계는 (3)편에서 소개해드리고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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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인 것처럼 느끼면 분리를 오히려 못할 것 같은데
정말 흥미롭네요 ! :)
ghana531님 글은 얘기하듯이 써주셔서 더 읽는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 다음 편으로도 달려갈게요^^

헤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