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 노래를 즐겨 듣지 않는다.
그 흔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도 없다.
이어폰은 끊어지지 않고 튼튼하면 그만이다.
노래는 들으면 좋은데 굳이 이어폰을 꺼내서 듣기엔 또 귀찮은?
나에게 음악은 그 정도 의미다.
하지만 난 항상 이어폰을 갖고 다닌다.
때때로 이걸 꺼내는 순간이 온다.
그건 바로 듣기 싫은 소음으로부터 나를 보호할 때.
가끔 큰 소리로 통화하는 개념 없는 노인네들이나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예수쟁이들 때문에 시끄럽기도 하지만, 그 중에서도 최악은 껌 씹는 소리다.
나는 어떤 노이로제가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껌 소리가 싫다.
싫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극혐이다!
입을 다물고 오물오물 씹는다면 상관이 없다.
유난히 ‘짭짭’거리거나 ‘딱딱’ 터뜨리며(?) 시끄럽게 씹는 그 소리가 한 번 들리기 시작하면 나는 미치기 시작한다.
보통은 자리를 피할 수 없는 버스나 지하철 같은 공공장소에서 그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다.
그리고 가끔은 집에서까지 들어야 한다.
엄마는 그렇게 소리를 내서 씹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데, 그 스트레스는 고스란히(어쩌면 2배, 3배로 증폭되어) 나에게 전가될 뿐이다.
이럴 때면 엄마고 뭐고 정말 눈에 뵈는 게 없다.
껌을 씹는 그 혐오스러운 주둥이들을 찢어 발기고 싶은 극단적인 생각에 치닫는다.
절제력을 잃는 순간이면 정말 어떻게라도 해버릴 것 같다.
그치만 실제로는 조용히 씹어 달라는 말 한 마디 해보지 못했다.
소심하게 째려보거나 헛기침을 해서 눈치를 주는 정도가 전부였지만 그나마도 알아듣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은 내가 먼저 몹시 불쾌해져서 그 자리를 피하든가, 이어폰을 귓구멍에 쑤셔박고 그보다 더 시끄러운 노래를 틀어 대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어폰을 갖고 다니는 이유다.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더 좋은 방법을 아직은 찾지 못했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