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키니를 벗기면 테러가 줄어든다" - 무엇을 미워해야 할 것인가?
어떤 시사풍자 코메디에서,
"저는 성급한 일반화란 말은 동어 반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급하지 않은 일반화도 있어요? 느긋한 일반화도 있나요? 모든 일반화는 성급한 겁니다. 일반화는 매우 무서운 판단이에요"
일반화는 대상을 분류하고 용이하게 판단하기 좋은 기준이다. 사람이나 상황이나, 모든 대상들은 실은 매우 복잡다단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일반화의 노예가 되어버린 것 같다. 좋은 것도 일반화하고 일반적이지 않은 것은 비정상적이며, 나쁜것도 일반화한다.
하루는 한 정형외과전문의의 요추 디스크에 관한 의미있는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그는 허리 문제를 뼈에서 문제는 찾는 쪽이었다. - 만성통증에 대해 원인을 근육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 그러면서 드는 비유가 인상적이었다.
"뼈에 문제가 생기면 뼈를 보호하기 위해 근육이 이상하게 굳고 붓고 뭉치기 마련이에요. 그걸 보고 허리 아픈게 근육 때문이라고 하면 하면 안돼죠. 마치 불이 난 장소마다 소방차와 소방수들이 몰려있으니까 소방수와 소방차가 모여 있으면 거기엔 불이 나는구나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거죠"
세상은 범죄와 테러에 치를 떠는 시절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원인에 대해서 깊이있게 생각하기 보단 그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나 심지어 그럴 가능성을 혐오하는 쪽으로 마음을 결정한 것 같다.
2016년 프랑스에서 경찰들이 해변가에서 부르키니를 착용한 이슬람 여성의 옷을 강제로 벗게하는 사진이 공개되며 인권단체들의 소송이 잇따라 제기 되었다. 한 블로거는 1925년 프랑스 경찰이 여성의 수영복?의 길이가 너무 짧음을 센티미터 자로 재고 있는 사진과 이 해변의 사진을 동시에 공개하여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2016년 같은 해 우리는 복면방지법을 테러방지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국가가 나서는데 찬성하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문제는 얼굴을 가리는데 있는게 아니다. 우리가 만약 이슬람 사회안에서 여성들의 인권보장을 위해서라면 그들이 부르카나 니캅을 벗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비이슬람 사회에서 이슬람 사회의 전통에 따르는 이에게 벗으라고 강요하는 것 자체가 폭력이다. 한 이슬람 여성은 유럽에서 니캅을 하고 다녔지만, 알고보니 그녀는 이슬람 속에 있을 때는 니캅을 벗고 다녀서 많은 눈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이슬람 세계에선 쓰라고 강요하니까 벗고다녔어요. 근데 여기선 자꾸 벗으라고 하니까 쓰고다니는 거에요"
'범죄를 저지를 때 복면을 쓸 가능성이 높다'는 명제와 '복면을 쓰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란 명제조차 햇갈리고 있는건 아닐까. 이건, 감기환자나 황사, 햇볕이 싫은 사람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란 말과 같은 말이다. 하지만 이 말도 안되는걸 우리는 자꾸 옳다고 우긴다. 약간의 가능성이라도 방지해보고자 하는 마음이겠지만, 사실은 이런 태도자체가 무고한 이들에 대한 하나의 범죄다.
오늘날의 많은 범죄의 원인은 '혐오'로 지적되지만, 우리는 뉴스에서 등장하는 사건들을 보며 마치 자신은 그 모든 것들로부터 순결한 듯많은 시간을 누군가를 나쁘다고 욕하며 혐오하는데 쓴다. 우리의 욕과 비난을 통해 그 대상들이 마치 착해질거라고 믿기라도 하는 것일까. 비판과 지적은 진실을 밝히고 사람들이 동조하는데 좋게 쓰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냥 '누군가는 나쁜놈들이다'라는 반복된 주장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특히 그 이유가 그들의 출신, 인종, 직업, 소속, 나이, 특정 패턴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범죄를 줄이고 싶다면, 삶이 생존이 되어서는 안되고, 누군가를 원망해야 숨을 쉴 수 있는 세상이어서는 안된다. 내 존재가 누군가로부터 끊임없이 부정적이어서는 안되고, 누군가에 해를 끼치지 않는 한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소수가 생각하는 정의를 다수에게 강요하는 사회여서는 안된다. 범죄의 상당부분은 어떤 존재들이 사라지면 평화가 찾아올 거라는 비뚤어진 정의감에서 온다. 가끔 비틀린 정의감은 혐오를 정당화한다. 사회는 그야말로 사회다. 좋으나 싫으나 함께하지 않으면 살기 어렵다. 그들끼리 혐오가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사회다. 테러방지법이 아니라 혐오방지법을 제정해야 하는 이유다.
미움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미움도 인간이 가진 감정이다. 그러나 사랑하는데는 이유가 없어도 미워하는데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문제점을 찾을 때 더 깊은 근원속으로 들어가서 진짜 원인과 근원을 미워해야 한다. 물론 힘의논리가 행사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원인을 찾았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원인들은 미워하고 욕하는 것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되겠지만.
좋지 않은 결과는 어떤 원인과 조건들로부터 생기는지 잘 생각해야 한다. 하나의 결과엔 그 당사자들의 수많은 상황과 욕구들이 갈등처럼 얽혀있기 마련이다. 보이지 않은 그 갈등을 헤집고 뒤적여서 뇌관을 찾을 노력을 기울일 자신이 없다면 우리는 사실 함부로 미워할 자격도 없다. 불이 나는데 늘 소방수들이 있으니 소방수들을 없애버리면 불도 안나겠다라는 식의 생각은 아무리 조리있게 말해도 항상 어리석다.
해변가에 앉아 있는 몇몇 이슬람의 부르키니를 벗게 하는 것이 IS의 테러를 막는데 티끌만큼의 도움이라도 된다고, 복면금지법을 통해 감기걸린 이들의 마스크와 짙은 선글래스를 벗기는게 진짜 범죄율을 줄이는데 의미가 있다고 당신이 끝까지 믿는다면 어쩔 수가 없겠지만, 바보야. 문제는 그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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